아바나
  1. 소설/수필,수기/시

이미지

도서명 표기
글쓴이

평균
별점0 (0)
아바나

 


미리 경고한다. 글이 좀 장황해질 것 같다.


 


<즐거운 나의집> 이후로 공지영 작가에 대한 예전에 지녔던 그 야릇한 재수없음(?)에서 호의적인 마음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선뜻 그의 작품에 손이 가질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Daum에 연재되고 있을 때도 클릭 한번 해보지 않았으니 결과적으로 역시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그러나, 우연찮게 다른 이들의 리뷰를 보면서 자연스레 이 책의 내용을 접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또 너무나 자연스럽게 주문을 하고 책 읽기를 시작했다.


 


문학의 힘.


특히 공지영과 같은 작가가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실로 대단하다. 주로 사회 부조리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 이를 타파하기 위한 노력을 글로써 행하고 있는 작가이기에 어쩌면 그녀 입장에서는 당연한 사회적 책임과 의무의 발로였는지도 모른다. 아니,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논하기 전에 이 불편한 진실을 결코 외면할 수 없다는 그녀의 본능적 행위였는지도 모른다. 무진의 '자애학원' 이야기가 활자화 된 그 이유가 공지영 작가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이건, 또는 자신의 본능적 행위이건 간에 책을 통해 작가와의 대화를 마친 지금, 그 원인에 대한 궁금함 보다는 그저 한없이 고맙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을 따름이다. 더불어 더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어보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진실


진실은 꾸밈이 없다. 가공되지 않고 덧붙이려 하지 않으며 그것 자체가 본질이기에 포장하고 드러내려 하는 거짓과 구별된다. 따라서 수면 위에 잘 드러나지 않으며 때때로 가슴 쓰린 불편함을 동반하기도 한다. 마치 영화관에 앉아 2시간 동안 불편한 마음을 지닌 채,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감상하는 기분이라고 할까? 이 책 역시 그러한 불편한 마음으로 왠지 멀리 피하고 싶은 심정이 굴뚝같았던 그러한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마치 주인공 강인호의 아내가 남편에게 행하는 간절한 요청과 같이 말이다.


 


김규항의 2004년 어느 날 일기에는 다음과 같은 짤막한 글이 적혀있다.


[글과 음악에 대한 내 모든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면 이렇다. ‘좋은 글은 불편하며, 좋은 음악은 가슴이 아프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도가니>는 좋은 글이다. 하지만 그 이유가 단지 가슴을 후벼 파는 불편함을 충분히 지녔기 때문만은 아니다. 덮어버리고 싶은, 그래서 불쾌하지 않고 그냥 편하고 즐겁게만 이 시간을 즐기고 싶은, 또는 정신없이 바쁘기만 해서 자연스레 잊고 살아온 우리들 마음 속에 있는 비슷한 종류의 불편함을 과감히 끄집어 낼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찢어 발겨 버리고 싶은 자애학원의 교장 이강석과 행정실장 이강복, 그리고 박보현.


읽는 이가 불편하지 않으려면 10대의 어린 청각장애, 지적 장애 소년 소녀들에게 상습적인 성폭행으로 기소되어 법정에 선 저 세 명의 피고인들은 당연히 무거운 실형을 선고 받고 사회적으로 매장되어야 권선징악의 헐리우드식 영화로 분류될 수 있다. 하지만, 예상한 바와 같이 그들은 각각 집행유예와 짧은 실형만을 살고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김기덕류의 영화로 자리 잡는다.


 


나는 이 찢어 발겨 버리고 싶은 인간들에게 그리 분노하지 않는다. 아무리 뻔뻔스러운 법정 진술로 피해자 아이들의 가슴에 이중 삼중의 칼을 꽂았다고 해도 말이다. 그들에게는 단지 불쌍한 개로 대접해 주면 그만이니까나는 그들의 천박하고 동물적인 파렴치한 행위보다 그러한 일들을 저지르고도 온갖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로 인해 소위 을 가진 자들의 도움으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그들의 견고한 카르텔, 이러한 사회,구조적인 시스템에 분노한다. 또한 그것이 진실이기에 불편하다.


 


말 못하고 지적 장애마저 있는 어린 소년, 소녀들에게 어떻게 인간으로서 그러한 행동을 행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자애 학원에서 벌어진 하나의 개별적인 사건을 조금 더 일반화 해서 살펴보면 이러한 불편한 진실은 그리 어렵지 않게 우리 주변에서 만나 볼 수가 있다.


이를 테면 이런 거다. , 지금 우리가 숨쉬는 사회에는 돈과 권력, 그리고 그와 관련된 이해관계로 둘러싸인 이른바 주류 집단 180도 반대편에 서 있는, 빈민, 장애인 등 사회적으로 소외된 집단’, 그리고 그 가운데 부단히 주류 집단에 편입되기를 원하는 대다수의 일반(?) 집단이 있다. 나날이 삭막해져 가는 사회 현실,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짓밟아야 하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수롭지 않은 부분은 양심이라는 단어를 주머니에서 굳이 꺼내려 하지 않는 현실. 주류가 되기 위해서, 또는 그 중에서도 더 높고 고매한 주류로 살아가기 위해서, 자신들의 이익과 쾌락을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행되는 소외된 자들에 대한 탄압(?)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양심을 끄집어 내려 하지 않는다. 용산참사가 그랬고, 미디어 악법이 그러했으며, 광우병 촛불집회 또한 마찬가지 이다.


 


과연 이러한 내 생각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까? 과연 나만의 오바인가?


나는 <도가니>를 통한 공지영 작가와의 대화에서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사회 전반적인 모습을 읽고 있다. 공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이 설사 그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고, 그리고 이 책이 픽션이었든, 팩션이었든 그것은 내게 중요하지 않다. 지금 우리가 발딛고 살아가는 이 땅의 현실이 어떠한가가 더 중요하다. 오늘을 살아가는 이강덕, 이강석, 박보현.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 그들이 지키려고 하는 기득권은 철저히 그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함께 연대하며 지켜진다. 물론, 일부분의 개량은 이루어 지겠지만 말이다. 무진의 지역사회가 또 다시 사건이전과 엇비슷한 상태로 되돌아 가듯이 말이다. 반대로, 오늘을 살아가는 연두와 유리, 그리고 민수가 새롭게 사회적 전면에 나서기에는 철저한 저들의 짓밟기가 너무도 부담스럽다. 설사 결정적 사건으로 그들을 궁지에 빠뜨린다고 해도 또 역시 그들만의 시스템은 곧바로 작동되어 다시 쳇바퀴가 돌아가게 된다. 그래서, 그래서 또 한번 불편해 진다.


 


한 세대.. 30~40년 전을 생각해 보자. 한강의 기적과 함께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대한민국의 그동안(30~40)을 생각해 보잔 말이다. 보통 사람들, 일반 사람들이 그동안에 평균적으로 못돼졌고, 평균적으로 악해졌다. 그리고 가치관이 많이 바뀐 듯 하다. 많은 이들이 30~40년 전과는 다르게 노골적으로 을 쫓아 언제나 지치고,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되었고, 역시 수없이 많은 새로운 불편함들이 더해져 갔다.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지속적으로 일관된 논리를 지속하자면, 이는 사회적 구조적인 모순 이외에는 달리 명쾌한 해석이 없을 것 같다. 추악한 인간 개인이야 어느 시대에라도 있을 수 있는 것이나, 한 세대 전 보다 현재에 훨씬 더 많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으리라 생각되고, 죄의식이나 양심의 문제보다 부와 명예, 권력을 쫓아 어떠한 수단이라도 서슴지 않으며 목적을 달성하려는 현상 또한 한 세대 전보다 훨씬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바쁘게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이에 나도 모르게 덜착하고 덜윤리적이고 덜양심적인 사람들로 점차 변화되어 갔고, 이 사회는 이를 하찮음(?), 덜중요함으로 인식하고 방조한 듯하다. 아니, 어쩌면 이를 조장했을지도 모른다. 의도적이건, 의도적이지 않건간에...


 


세상 같은 거 바꾸고 싶은 마음, 아버지 돌아가시면서 다 접었어요. 난 그들이 나를 바꾸지 못하게 하려고 싸우는 거예요.”


인권센터 서유진의 힘겨운 싸움의 원인에 대한 한마디가 자꾸만 눈에 밟힌다.


마지막 선거공판이 있던 날의 법정 풍경을 쓴 어떤 인턴기자의 신문 기사 한 줄


그 기사 한 줄 때문에 책을 쓸 수 밖에 없었다던 공지영 작가에게 이 불편한 진실을 알려줌에, 그리고 그 불편함을 확대해서 오늘을 생각해 보게 해주었음에 더 없는 감사의 마음을 갖는다.


 


지겹고 장황한 리뷰였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 글은 굉장히 성의있게 쓰고 싶었다. 또 실제로 허접하나마 많은 정성을 기울여 쓰고 있다.


이젠 에 대한 규명까지는 나름대로 끝낸 것 같다. 앞으로는 어떻게의 문제만이 남아 있는 듯하다.


어떻게와 관련한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쳐가지만 굳이 언급하고 싶지 않다.


다만, 많은 이들이 함께 읽고 또 나름대로의 어떻게를 구상해 보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서평을 마무리할 시점에서 다시 한번 좋은 글은 불편하다는 김규항의 일기가 생각난다.


나는


나는 지금 충분히 불편하다.






좋아요
댓글
34
작성일
2023.04.26

댓글 34

  1. 대표사진

    아바나

    작성일
    2009. 8. 17.

    @빨간아이

  2. 대표사진

    레누

    작성일
    2009. 8. 17.

  3. 대표사진

    아바나

    작성일
    2009. 8. 17.

    @레누

  4. 대표사진

    상큼양파

    작성일
    2009. 9. 23.

  5. 대표사진

    아바나

    작성일
    2009. 9. 23.

    @상큼양파

아바나님의 최신글

  1. 작성일
    2015.3.3

    좋아요
    댓글
    1
    작성일
    2015.3.3
  2. 작성일
    2015.2.25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15.2.25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작성일
    2014.1.23

    좋아요
    댓글
    5
    작성일
    2014.1.23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7
    좋아요
    댓글
    127
    작성일
    2025.5.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9
    좋아요
    댓글
    140
    작성일
    2025.5.9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9
    좋아요
    댓글
    122
    작성일
    2025.5.9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