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stery + (정리중)
밤 그리고 두려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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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넬 울리치 저
시공사
우선 난 이 책이 너무너무 마음에 들었다. 어찌나 마음에 들었던지 잊어버리지 않고싶은 부분에 포스트잇을 나름 분류, 색깔별로 덕지덕지 붙여놓았다. 프랜시스 네빈스가 있어 코넬 울리치 (aka 윌리엄 아이리쉬)는 기뻤을 것 같다.
...나는 단지 죽음을 기만하려고 했을 뿐이다... 어둠이 언젠가는 내게 굴러와 나를 감싸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나를 지울 것이라는 걸 확실히 알고 있었찌만, 나는 단지 좀 더 오랫동안 버티려고 했을 뿐이다. 나는 내가 사라진 뒤에도 조금만 더 오랫동안 사람들의 기억속에 살아남고자 했을 뿐이다....p.391~392 (프랜시스 네빈스의 서문에서 인용한, 코넬 울리치의 미완성 작품 속 글)

우선, [밤 그리고 두려움 1]에선 프랜시스 네빈스의 서문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맨 뒤로 뺐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그 서문은, 단편선 속 작품 뿐만 아니라 작가의 중요한 작품들을 시간순으로 언급하면서 짧은 비평을 곁들이고 있는데, 이게 참 진국이다.
문장에 군더더기 없이 단편 특유의 치밀한 구성, 그리고 기발한 발상으로 독자들을 놀라게 하는 작가들로선 스탠리 엘린 등이 있지만, 윌리엄 아이리쉬는 기존에 소개된 작품들만으로 하나의 인상을 만들기엔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약간은 완벽하지 못한 전개와 틈이 있음에도 어떤 작품에선 문장이 거의 시적이고 (와우 '뉴욕 블루스'는 정말 원문으로 읽고싶었다) 또한 거의 모든 제목 또한 시적이며 ('First you dream, then you died' 즉 '처음에는 꿈을 꾸었고 그리고 죽었다', 어떤 작품은 그시대의 헐리우드 영화사들이 사랑했듯 드라마틱한 줄거리, 모든 관심을 끌어내고 호기심에 불을 지피는 기발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 모든 다양한 모습들의 이야기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림의 한귀퉁이에 화가의 사인처럼 코넬 울리치의 작품이라는 느낌을 확실히 전달해주고 있다.
... 심장을 자극하는 스릴, 시간과 죽음과의 경주, 재빠르게 행동하는 주인공, 대공항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인간상, 잊을만 하면 계속 등장하는 세상의 적의...주인공을 절망적인 상황에 처하게 해놓고 독자들로 하여금 주인공과 시련을 함께하도록 할때 최고의 능력을 발휘한다....p.371
프랜시스 네빈스는, 저자를 가르켜 '최고의 대가이며 글자로 표현되는 히치콕'이라고 언급했는데, 이는 어쩜 부족하면서도 완벽한 말이다. 코넬 울리치는 히치콕이 보여주기엔 힘든 인생의 씁쓸한 맛을 오감으로 잡아내기 어려운, 회색안개처럼 풀어내는데, 또 히치콕만큼 그의 작품을 '제대로' 표현해낼 인물은 또 없으므로.
일단 이 단편선 2권에는 6편이 실려있다.
'색다른 사건 - 재즈 살인사건 (정말로 출판사 편집부나 역자에게 감사하고픈건 이 모든 작품들의 원제를 달아준 것)'에선, 쉬쉬하고 있지만 재즈밴드에 3번째로 발생한 살인사건에 관한 것이다. 다른 작품에서도 사용되는 장치처럼, 평상시에는 정상적인 인물이 어떤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으면서 어떤 계기가 나타나면 마치 자동인형이나 기계마냥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그의 작품 속 유독 사건을 직접 수사하는 남자형사 옆에서, 스스로 위험스런 미끼가 되어 사건을 해결하려고 나서는 강인하고, 현명하고 아름다운 여성이 나온다. 여기서는 빌리이다. 빌리는 결국 살인사건마다 '살인자동인형'을 on하게 만드는 계기를 발견하게 된다.
'유리 눈알을 추적하다'는 정말로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강등될 위기에 놓은 아버지를 위해, 소년은 물물교환으로 얻은 유리눈알, 즉 의안의 주인을 조사한다. 아무런 흠집도 나지않을 의안을 누가 버리겠는가? 세탁소에 맡긴 바짓단에서 딸려나왔다는 것을 단서로 해서...
'이번 사건은 아빠가 전적으로 해결하신 것이지, 어느 누구의 공도 아닙니다. 이제 우리 아빠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시는 겁니까?... 우리아빠는 이 도시에서 제일가는 형사이십니다!'...p.126
우아, 정말 프랭키의 아빠는 밥안먹어도 배부르고 아들 생각하면 굽혀졌던 허리도 쭉 펴지겠다 (지난주말 지 엄마아빠를 대신해 조카를 아이스하키 수업에 데려다 줬는데, 정말 쳐다봐도 만져봐도 내가 대신 배가 부르고 눈에 자동으로 하트가 켜졌다).
'죽음을 부르는 무대'도 정말 기발하다. two thumbs up!!! 가끔은 정말 살인사건이 따라다니는 사람이 있나보다. 형사 벤슨은 정말로 오래간만에 일을 쉬고 댄서의 춤을 보러 간다. 이언 플레밍의 [골드 핑거]의 수법에도 영감을 주었던 것마냥, 온몸에 금칠을 바르고 춤을 추던 댄서 길다는 바디페인트 상품의 주의사항처럼 시간내에 페인트를 벗겨내지 않아 질식으로 죽게된다. 아무도 살인의도나 행동을 적극적으로 보여주지 않았지만, 없으면 안되는 물품을 의도적으로 감춘 사건. 처벌을 하기도 너무나 애매한 가운데...
'하나를 위한 세 건'은 매우 독특하다. 프랜시스 네빈스의 짧고도 핵심을 알려주는 설명에서처럼 알프래드 히치콕의 [누명을 쓴 사나이]풍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갑자기 사건의 양상이 바뀐다. 형사를 살해한 범인을 찾는 용의자 부분은 매우나 입맛이 씁쓸하다. 마치 어제밤 본 형사추리 시리즈 [캐슬]의 한 에피소드 처럼, 누군가를 체포했을때 마치 보이지 않는 레이저를 쏘듯 사건을 해결하고픈 잘못된 열망이 (사건을 해결/종결하는게 목적이 아니라, 진짜 범인을 찾아야 되겠지) 목격자들을 혼란스럽게 해 무죄인 사람을 지목하게 만들고, 진짜 범인은 풀려난다 (일사부재리의 원칙).
하지만, [더티해리]보다는 좀 냉정하고 그만큼 끈질긴 형사가 나타난다. 그는 도저히, 경찰조직에 대한 일반적 신뢰도 하락을 걱정한 정치적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 형사의 피가 몸에 흐르므로.. 그리하여 그는 끈질기게 따라붙는다. 형사를 살해한사건, 그리고 무고한 사람을 사형대로 보낸 판결, 그리고....
'죽음의 장미'에선 대단한 집안의 처자 지니는 사랑하는 연인, 형사 테리를 위해 연쇄살인을 해결하기로 혼자 작심한다 (한데!!! 정말 마음에 안드는건, 테리가 지니에게 사건을 설명해주면서, 연쇄살인 당한 피해자들의 생김새 부분을 언급하면서 '피해자들은 자기와 굉장히 공통점이 많아..p.266'라고 말한점. 우리는 대체로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자신이 목격하거나 아는 비극적인 사건에서 피해자들과 우리들과 거리를 벌여놓고 싶어하지 않나?? 더구나 사랑하는 여자가 연쇄살인 피해자들과 비슷하다면, 이런 언급을 하기전이나 후나 한번쯤은 조심하라고 말해주지않나?????)
지니 : 저는 불만없어요. 난 이미 당신의 수갑을 찼단 말이예요. 그리고 수갑열쇠는 오래전에 내버렸어요. 그런데 당신의 죄수를 어떻게 할 셈이예요?
테리 : 풀어줘야지.
지니 : 풀려나기 싫다는데요?
사랑의 족쇄를 스스로 찬 지니 (위에 대사 정말 근질거리지않나? 난 읽다가 '오오옷'했는데 ㅡ.ㅡ)는 집안의 감시를 몰래 벗어나, 등화관재란 계기로 여인을 공격, 흰장미를 남겨놓는 범인을 찾아내는 미끼가 되기로 한다 (근데, 미끼가 되는 것 까지는 좋아. 근데, 그 위험이 다가올때 그걸 벗어날 수있는 능력, 또는 도움을 준비해놓지는 않았잖아!!)
그리고 '뉴욕블루스', 크~ 정말 소규모의 [율리시스]처럼 화자는 호텔에 은둔하는 자신의 주변, 일상, 그리고 자신의 심리를 구술한다.
..우리의 길은 거의 하나인 것처럼 영우너히 함꼐할 하나처럼 아주 가깝게 다가섰었다. 그런데 두려움이 생기고 어찌하다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두려움이 끼어드어 우리 둘 사이를 크게 갈라 놓았다.
두려움은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불안을 낳고 그렇게 태어난 불안은 노여움을 낳았다. 전화가 울려도 응답하지않았고 초인종 소리에도 문은 열리지않았다. 노여움을 갑작스러운 불행을 낳았다.
이제 더 이상 길은 두개가 아니다. 단 하나 나의 길만이 남아있다. 언덕을 달려 내려가서 지면으로 언덕을 달려 내려가서 파멸에 이르는 그 길만이남아있다....p.319
...그녀의 두눈은 겁이 가득 찬 두개의 웅덩이었다....그녀를 내쪽으로 가까이 끌어당기면 당길수록 그녀의 생명은 조금씩 더 사라져버렸다. 마침내 내가 원하는대로 그녀를 내 바로 앞까지 끌어당겼을떄 그녀는 죽고 말았다....p.325
음, 연애감정의 사라짐이나 살인의 장면을 마치 호메로스마냥 어떤 운명의 서사시로 만들어버리지 않는가!
... 실제로 두려움이 닥칠 때보다는 두려움이 오지않을까 걱정하는 것이 두배는 더 고통스러운 법이다. 예측하면서 겪는 고통과 실제로 닥쳤을 고통이 동시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당장 접하고 있는 두려움은 아까의 기대치가 끝나버렸기 때문에 절만으로 축소되게 마련이다....p.344
마치, 서사시를 다 읽고난뒤 그 비극에 잠시 몸서리치고, 끝났음에 홀가분함을 느끼지만, 그 주인공의 인생을 크게 좌우했던 운명의 구름이, 책 밖의 우리 머리위에도 있음을 은연중 깨닫게 만드는 느낌이다.
와우, 코넬 울리치 (aka 윌리엄 아이리쉬)는 못잊을 것 같다. 그가 쓴 원문이 너무나 궁금하고, 다시 한번 더 읽었던 작품들도 프랜시스 네빈스의 서문에서 언급한 순서대로 다시 한번 읽고싶다.
p.s: 원서는 [Night and Fear: 20 Stories]로 20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었다고 하는데 (번역서는 1권 8편+ 2권 6편 = 14편), 아마존가서 확인해보니, 원서도 14편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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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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