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異之我...또 다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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異之我...또 다른 나

  대한민국 초등교과서가 하릴없이 어렵기만 하다는 이야기는 어제오늘 이야기는 아니다. 초등교과서를 국가에서 직접 만들어서 쓰는 <국정교과서>이다보니 '믿을 수밖에' 없는 처지인데도 여지껏 이 꼴이니 참 한심하다는 표현밖에는 할 말이 없다. 그런 가운데 2007년 개정판 교과서가 비로소 올해부터 전학년 싹 바뀌어 아이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문제는 없을까? 이 책을 보니 아직도 많기만 하다.

  이 책을 낱낱이 훑어보기에는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또 교육현장에서 실제로 교육을 하지 않는 일반 학부모님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에는 얼마간 어려울 수도 있다. 왜냐면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학년별>로 구분해놓았는가 싶으면, '2학년에게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 예전에 4학년이 배우던 내용을 개정교과서에서는 2학년에 실어 놓았기 때문이다'처럼 서로 비교대조하면서 읽어낼 수 있는 '깜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학부모님들의 초등학창시절을 떠올릴 수도 없다. 그 때와 지금의 교과서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나니 말이다. 결국 이 책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읽는이(독자)'는 같은 교육현장에서 일을 하는 '가르치미(선생)'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공교육과 사교육을 모두 포함한 '가르치미'말이다. 즉, 교과서를 아무 때나 늘 가깝게 훑어보는 읽는이에게 눈높이가 맞춰진 책이란 말이다.

  또 앞서 나온 내용이 너무 자주 '반복'해서 나온다. '머릿말'에 말한 내용을, '첫째 본문'에서 다시 말하고, '둘째 본문'에서 또다시 말하고 있어서 확실히 '그것이 문제다'라는 것은 알 수 있는데, 좀 더 다른 관점에서 다루는 것도 아니고 자꾸 같은 관점에서 지적한 문제를 다시, 또다시 나오는 바람에 아주 많이 지루하다. 물론 '머릿말'에서는 간단히, '첫째 본문'에서는 간략히, '둘째 본문'에서는 자세히, 그 다음엔 더 자세히 문제를 다루긴 했다. 그러나 무슨 '대학 논문'도 아니고, '학부모님들'에게까지 이렇게나 자세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만 좀 자제를 했으면 아주 훌륭한 '교육지침서'가 되었을 텐데 아쉽다.

  앞서 말했듯이 현행교과서의 문제를 지적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문제점을 지적해도 '옳고 바르게' 고쳐지는 것이 아니라 '이상하게' 고쳐지는 것이다. 교과서가 아이들에게는 너무 무겁다고 지적했는데도 필요이상으로 점점 두꺼워져만 간다. 다름 아니라, 교과서가 너무 많다는 지적을 개선하기 위해서 그럴 수밖에 없다는 변명을 늘어놓는데...이건 정말 기본 가운데 기본 아닌가 싶다. 아니 하나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앞서 나온 문제점을 깡그리 무시하다니. 그 사람들이 정말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답은 누가 보더라도 뻔하지 않은가 말이다. 책이 무거우니 불필요한 내용을 과감히 삭제해버리고, 교과서가 너무 많으니 겹치는 내용은 한 권의 책으로만 공부할 수 있도록 해서 책의 수를 줄여나가는 방향. 이것 말고 다른 대안이 있을까? 그런데도 이런 기본적인 문제조차 <대한민국 교과부>는 해결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절로 한심하다는 말이 아니 나올 수 없다.

  다만 문제가 이것 뿐이면 오죽 좋을까마는 그렇지 않다. 공교육을 믿으라고 하면서 사교육을 하지 않고서는 학부모와 배우미(학생)들을 학교에 보낼 수조자 없게 만드는 고질적인 문제는 정말 답이 없어 보일 정도다. 대개 초등1학년의 경우, 적어도 1학기 동안은 '한글'과 '숫자'를 익히고 쓸 수 있게만 하면 그뿐이다. 또 아이들이 '학교생활'과 같은 '단체생활'을 하면서 가정과는 다른 도덕과 예절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1년을 충분히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교과서에는 초등1학년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히라고 <강요>한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한글의 창제원리'와 '1+2= 왜 3인지 증명하시오'와 같은 인문철학적 물음에 버금가는 질문들이 답도 없이 죽 나열되어 있다. 도대체 이걸 아이들보고 풀라는 것인지, 가르치미들보고 연구하라는 것인지 도통 그 의도를 알 수가 없다. 아니 배우미니까 배워야 한다고 치자. 그런데 그게 왜 하필 초등1학년이냔 말이다. 어른들도 풀기 힘들어 쩔쩔 매는 문제가 수두룩 빽빽한 교과서. 이건 정말 문제다.

  위와 같은 현상은 저학년 교과서의 공통된 문젯거리다. 그렇다면 고학년 교과서는 문제가 없을까? 당근 있다. 올해 가장 두드러지는 문제점은 <초등6학년의 학업이수 공동(空洞)화 현상>이다. 이 책에서도 다루었지만 작년에 6학년이 배우던 <역사>과목이 올해 5학년교과서로 옮겨 갔기 때문에 현재 중1학년이 배웠던 내용을 현재 5학년이 배우게 된다. 그럼 6학년은? 현실적으로 배우긴 배우되 교과내용에 없기 때문에 '벌충'하는 형식으로 역사를 배우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수업시간이 턱 없이 모자르다는 점이다. 현재 배우는 역사내용이 5학년이 배우는 내용과 그닥 다르지 않으면서도 현재 개정된 교과서로 6학년 수업시간이 이미 꽉 채워진 상태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 6학년은 한정된 수업시간 안에서 '곱빼기'로 수업내용을 배우고 익혀야만 한다. 한마디로 애들을 죽이려고 작정했다.(에고..감정적으로 글을 쓰면 안 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여기 짧은 글에서 일일이 다 쓸 수 없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요즘 교과서 문제가 많다. 하긴 교과서가 한두 권이라야 문제가 적을 텐데, 그렇지 않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하지 않은가? 교과서 수를 과감히 줄이면 된다. 그런데 교과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이런 당연한 답까지 접근할 수 없는 모양이다. 적어도 난 그것이 정말 궁금하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은 고쳐주었으면 한다. 첫째, 아이들의 '창의성'을 개발한답시고 모든 아이들을 '영재'로 만들려는 시도는 참아주었으면 한다. 평가는 초급(누구나 다 아는 상식)-중급(꼭 알고 넘어가야할 지식)-고급(더 알았으면 하는 지혜)의 순서로 해야지 모든 아이들이 '고급지혜'를 다 깨우치도록 강요하는 교육은 가르치미뿐 아니라 학부모들도 알아서 사양해야 한다고 한다. 물론 훌륭한 가르치미를 만나 모든 배우미들이 '고급지혜'를 배우고 익혀서 세상에 나가 실력을 뽐내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현실에서는 '초급상식'만 배우는 것으로도, '중급지식'까지만으로도 스스로 만족하고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오로지 '어른들의 잣대'만으로 저들은 초등수준의 '고급지혜'는 다 이해할 수 있으니 아직 인지발달도 안 된 아이들에게까지 '고급지혜'를 배워야만 한다고 강요하기 일쑤다. 학부모들은 전문가가 아니니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전문적인 가르치미라도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교육현장을 볼라치면 공교육도, 사교육도 매한가지다. 이래서야 '천재'나 '영재'가 될 수 있는 아이들도 지레 질려서 공부와 담을 쌓고 말 것이다.

  둘째, 우리 나라는 ESL(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환경에서 하는 교육) 영어교육을 할 처지가 아니다. 왜냐면 우리는 EFL(영어를 '외국어'로 쓰는 환경에서 하는 교육) 영어교육을 할 수밖에 없고, 또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영어몰입교육'의 광풍을 잠재우라는 말이다. 나는 도대체 영어교육에 목을 매는 이 상황이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세계화 시대에 발맞춰 '외국어' 한 가지쯤 배우는 것이 무엇이 그리 문제가 될 것이라고 싶었는데, 이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기 때문이다. 많은 예를 들 필요도 없다. 요즘 아이들치고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공부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영어학원 한두 개쯤은 거의 다닌다. 그것도 초등학생들이 더 열심이다.

  아니 왜? '모국어'가 엄연히 따로 있고, 세계적이고 과학적인 '글자'라고 자긍심을 가져도 좋다고 대대적으로 홍보까지 하는 마당이다. 그런데도 현재 우리 사회에서 '외국인 앞에서 영어 한마디 못하면 죄인 취급 받는다' 모국어도 아닌데 영어를 못하면 부끄러워 '해야만' 한단다. 아니 왜? 이건 이미 '실용적으로 외국어 교육을 한다'는 차원을 넘어선 병폐 현상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 이런 병폐 현상을 고스란히 초등 교과서에 담아놓고 아이들에게 영어공부하도록 내몬다. 아니 왜? 미치지 않고서야 이럴 수는 없다.

  오히려 반문하고 싶다. 자랑스런 우리 문화와 글자, 그리고 우리말을 외국인에게 소개하고 배우도록 권할 자신감을 우리 아이들에게 어릴 적부터 가르칠 생각은 없으신지 말이다. 난 종종 농담으로 '온누리 사람들이 한글을 배우고 익히면 내가 굳이 영어를 배울 필요가 없다', 또 '군대의 힘으로 세계정복하는 것은 잠시잠깐이다. 그러나 말과 글의 힘으로 세계을 정복하면 영원히 정복할 수 있다. 그러니 너희들 영어공부하기 힘들면 국어공부해서 온누리에 우리말과 한글로 감동과 아름다움을 선보여라. 그게 우리 나라가 세계를 정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작전이다.'

  더 할 말이 참 많지만 이쯤해서 접을란다. 다음에 다른 기회가 분명히 또 있을 테니 그때가서 또 보따리를 풀면 되니까. 이 책의 제목이 <교과서를 믿지 마라!>이긴 하지만 이 책을 쓴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의 가르치미 한분 한분 모두는 <교과서만 믿어 주세요>라고 말씀하고픈 마음일 것이다. 적어도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리 느꼈다. 이런 분들의 수고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이 책에서 지적한 것만큼이라도 <개선>이 되었으면 싶고, 또 학부모들도, 그리고 배우미 여러분도 직접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서슴 없이 '교과부'에 해댔으면 싶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용기가 진정한 용기니까 말이다. 난 그 용기가 세상을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 의심치 않을 테다. 그리고 이 책이 바라는 진정한 목적이기도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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