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소설。
너는 모른다
- 글쓴이
- 카린 지에벨 저/이승재 역
밝은세상
아르's Review |
눈을 떠보니 철창 안이었다. 어젯밤 차에 문제가 있어 아등바등하고 있는 여자를 도와주었고 일이 잘 해결되자 차 한잔 하고 가라는 이야기에 그녀의 집에 들어선 것이 브누아 로랑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대체 그가 왜 이 자리에 있는 것인지, 어젯밤 분위기가 달아오르던 그 모습과는 다른 현재의 모습은 그에게 무한한 물음표는 물론 리디아가 그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보게 한다. 언뜻 보면 영화 <올드보이>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골방에 갇혀 매일 군만두를 먹으면서 누가, 무엇 때문에 자신을 이 안에 가두게 한 것인지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오대수의 모습과 소설 속의 브누아의 모습은 마치 쌍둥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잘 나가는 경감이자 평온한 가정의 주인공이었던 <너는 모른다> 속의 브아누의 뒤에 숨겨져 있는 진실은 생각보다도 더 많은 이들이 얽히고 설켜있었으며 그것을 하나씩 찾아가는 여정은 마치 양파 껍질을 벗기듯 겨져 있는 진실을 하나씩 드러나게 함으로써 그 주변에서 일어났던 평온한 나날 속의 진짜 모습을 조금씩 알려주고 있다. “그래, 당신이 마른 남자가 되어가는 건 싫지만 속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니까 멈출 수는 없어. 당신은 속죄를 위해 기아, 추위, 불안, 고독, 두려움, 절망 그리고 육체적인 고통을 감수해야만 해.” 리디아가 브누아를 가둔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그녀는 무엇을 위해 그를 이 철창 속에 가두어 조용히 죽어가길 바라는 것일까. 이 질문의 답은 그녀의 섬뜩한 울부짖음과 시간이 지날수록 가혹해지는 고문과 함께 약 3개월 동안 그녀가 브누아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다는 사실 속에서 점차 모습을 드러나게 된다. 유년 시절 그녀와 오롯한 반쪽이었던 쌍둥이 자매인 오렐리아의 갑작스런 죽음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그녀에게 내려준 숙명은 리디아로 하여금 팜므파탈 속에 괴물의 모습을 키우고 있었고 브누아의 창고에서 오렐리아의 펜던트가 발견되는 순간 모든 것이 폭발하게 되는 것이다. 리디나는 나무상자 안에 든 잡동사니를 헤치며 뒤적이다가 한순간 동작을 멈췄다. 그녀의 시서는 그가 말했던 호텔영수증에 붙박인 듯 멈춰 섰다. 브누아에게 오렐리아를 묻은 장소는 어디인지, 그녀의 마지막 모습은 어떠했는지를 캐묻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 가다 보면 리디아의 모습 또한 위태함을 느끼게 한다. 그녀의 정신과 담당 의사인 니나 왈덱박사에게 털어 놓는 꿈속의 이야기 역시 꿈이라고 하기에는 늘 현재형의 모습으로 말하는 이야기를 보면서도 왜 니나는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는 것일까, 라는 의구심을 안고 있었으나 이러한 모습마저도 나름의 복선을 품고 있는 것이었다. 영화 ‘올드보이’로 시작해서 ‘마더’로 끝나는 듯한 이 이야기의 끝을 향해 가는 와중에도 과연 브누아를 이토록 지독한 굴레 속으로 끌어들인 것이 누군가, 라는 것을 가늠할 수 조차 없게 한다. 도박에 빠져 살아가고 있는 서장이 가엘의 목을 쥐고 있던 것은 그저 단편적인 모습 중 하나였으니 말이다. 넌 절대로 그 이유를 알 수 없어. -본문 결론적으로는 그 누구 하나 제대로 된 팩트를 알지 못한 채 막을 내리게 되는 이 이야기가 독자에게는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으로 왜? 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전해줄지는 모르겠지만 그 누구라도 브누아나 리디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왠지 입안을 씁쓸하게 만든다. 비뚤어진 욕망이 가지고 오는 처참한 결말. 결자해지라고 했지만 과연 이 안에서 체스 판을 움직이던 그들은 그 순간만큼은 세상이 오롯이 자신들의 것이라 믿었을까. 진실 따위는 알 길 없이 그저 눈을 감아야 했던 그들이 처연하게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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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 카린 지에벨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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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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