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ES24 파블미션(舊)
시간의 기술
- 글쓴이
- 나가타 도요시 저
생각정리연구소
매번 잘 되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잠시 방심하다 보면 어느새 어긋나는 게 시간 관리입니다. 시간 관리도 다들 자기만의 방법이 정해져 있겠지만, 다른 분야 고유의 노하우처럼 계속 점검하고 피드백 받고 개선해 나아가지 않으면 결국 노후하고, 허점이 드러나게 됩니다.
처음에 잘 되던 과업도 방심하는 순간 내 장악력을 빠져나가듯, 시간 역시 자신의 관리 범위 안에 꾸준히 잡아 두는 게 중요한데, 저자는 이를 두고 "시간을 지배한다"고 정의합니다. 이 정의보다는 그 반대개념이 또 중요한데, 시간을 지배하지 못하는 사람은 곧 "시간에 지배당하는 사람"이라는 겁니다. 누구에게나 평등히 주어진 시간이란 자원을 잘 관리 못 하는 사람을 두고 "지배당한다(무엇에게건)"고 규정하는 건 아주 적절하다고 보입니다.
시간 관리의 원칙, 혹은 우선순위(priority)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하는군요.
1. 가치(Value) : 먼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 결정
2. 행동(Action) : 가치 실현에 필요한 행동 결정
3. 시간(Time) : 가치 실현을 위한 시간 분배와 관리
시간 관리라는 게 관리를 위한 관리가 되어서야 아무 쓸모 없습니다. 대체 무엇을 위해 시간을 관리하려는 건지, 먼저 목표를 정해야 하는데 그게 바로 "가치"입니다. 가치 있는 어떤 과업,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시간 아니라 무엇이라도 관리하려 드는 건데, 먼저 이 기본 목표가 확실히 정해져 있지 않은 사람은 설령 깨알 같은 타임테이블을 작성하고 일일이 세부사항을 실천한다 해도, 다람쥐 쳇바퀴 열심히 도는 짓이 아무것도 수중에 남기는 게 없듯 결국 무의미한 노동에 지나지 않습니다.
전쟁을 할 때 군인들(중에서도 야전 사령관들)이 맞닥뜨리는 상황도 이와 비슷합니다. 어려운 상황을 딛고 백전백승을 거뒀다 한들, 우선순위가 떨어지거나 긴요하지 않은 목표물만 잔뜩 확보했다면 그런 신묘한 계책을 부린 보람이 없습니다. 하물며 인적, 물적 자원까지 크게 희생했다면 이보다 더 뼈아픈 헛수고, 후회가 없겠습니다. 반면 혹 "피로스의 승리"라 불릴 만한 희생을 치렀고 별다른 천재적 재능의 발휘 없이 그저 행운에 의존한 승리를 거뒀다 해도, 전략적으로 중대한 목표를 결국 손에 넣었다면 그게 더 가치 있는 결과입니다. 이처럼 시간 관리 역시, 절묘한 테크닉의 정립이나 칼 같은 진도 실천의 뿌듯함보다, 대체 내가 뭘 하려고 이처럼 어렵게 시간을 관리하는지 그 전략적 목표부터 분명히 다져야 합니다.
저자는 또한, 가치 설정이 분명해야 실천의 동력도 분명히 확보된다고 강조합니다. 사실 근성이나 의지력이 뚜렷하고 아니고는 그리 중요한 자질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만약 어떤 목표, 그것이 이성과의 관계 개선이 되었든 재화의 획득이 되었든, 그를 위해 아무리 까다로운 타임테이블이 주어져도, 정말 손에 넣고 싶은 걸 위해서는 눈에 불을 켜고 달라붙을 수 있는 게 인간입니다. 반면 시덥잖은 과제라면 아무리 쉽고 느슨한 단계가 주어져도, 이를 실천에 옮길 의욕이 나지 않겠죠. 이런 걸 주위에서 다그친다고 해결될 게 아니라, 물가에 끌고 갈수는 있어도 물을 마시게는 못 한다고 애초부터 무슨 물을 마셔야 할지, 왜 물을 마셔야 생존이 가능한지부터 납득을 시켜야 합니다. 망매지갈의 고사가 생각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일본 저자들이 탁월한 강점을 보이는, 전달의 포맷이 뛰어나다는 미덕을 여실히 드러내는 그런 책이기도 합니다. 회사에서 일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려면, 먼저 데스크톱부터가 분명한 의욕을 불러일으키고, 무엇이 선결과제인지 한눈에 드러나는 세팅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게 내 눈에만 그렇고 남 눈에는 그렇지 않다면, 아마 본인이 자신을 속이고 있을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의욕을 솟게 하고 선명한 가치 지향이 드러나는 환경은, 누구 눈에도 같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속성이 갖춰져야 합니다. 저자의 여러 멋지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표현, "살아있는 시간과 죽은 시간, 산 돈과 죽은 돈" 같은 말 속에서, 내가 어떤 가치를 지향하고 손 안에 넣어 재생산해 왔는지, 아니면 그저 남들 하는 시늉만 내고 자신을 기만하지는 않았는지, 엄정하고 냉연한 자기 점검이 필요하게 각성시키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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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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