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무엇을 남기고 떠나야 할까. '나무의 노래' 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나무와 숲에서 찾는 책이다. 다큐멘터리 감독 진재운은 니카라과에서 백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한 여인을 만난다. 사람들은 그녀를 '공주님'이라 부른다. 과학자이자 예술가였던 그녀는 60대 중반, 넉 달밖에 살 수 없다는 암 선고를 받는다. 그러나 죽음 앞에서 그녀가 선택한 것은 절망이 아니라 나무를 심을 땅을 사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황폐한 땅을 숲으로 바꾸는 감동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나무와 숲이 들려주는 깊은 인생철학에 빠져들었다. 책에서 감동 깊에 느낀 몇 가지 인생 철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두려움 때문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아름다움을 놓치고 살아가는가." 어둠이 무서워 숲에 들어가지 않는 사람은 달빛 아래 펼쳐지는 숲의 황홀한 아름다움을 알 수 없다. 이 이야기가 유독 마음에 와닿았다. 우리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고, 실패가 두려워 새로운 도전을 망설인다. 그렇게 스스로 만든 울타리 안에서 얼마나 많은 기회와 아름다움을 놓치고 살아왔을까. 어쩌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 너머의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내딛는 용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실패란 없다. 가는 과정일 뿐이다." 그녀는 단돈 44달러를 들고 미국으로 건너갔고, 연구소 설립이 무산되자 건물을 주거공간과 극장으로 바꾸었다. 계획이 틀어졌다고 주저앉거나 지난 선택을 원망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고 새로운 길을 만들었다. 인생이란 처음 계획한 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예상하지 못한 길에서도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인지 모른다. 나 역시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후회와 원망에 머물기보다, 그 상황에서 새롭게 열리는 가능성을 바라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우리가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대목은 연구원인 나에게 특별한 깨달음을 주었다. 우리는 사과가 빨갛다고 알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빛과 각도에 따라 수많은 색이 존재한다. 이미 알고 있다는 관념이 오히려 새로운 발견을 가로막는 것이다. 연구개발도 마찬가지 아닐까. 오랜 경험과 축적된 지식은 소중한 자산이지만, 때로는 익숙한 방식과 고정관념이 창의성을 제한한다. '원래 그런 것',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던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한다. 연구자의 창의성은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보다, 당연하다고 믿었던 것을 얼마나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정답을 빨리 찾기보다 익숙한 것에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연구자가 되고 싶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깊은 울림을 준 철학은 "세상에서 받은 것을 돌려주고 떠나는 삶"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세상에 진 빚을 갚기 위해 나무를 심는다고 했다. 나무는 자신이 만든 산소를 누가 마시는지 묻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다른 생명에게 내어준다. 돌아보면 나 역시 참 많은 것을 받으며 살아왔다. 부모님의 사랑, 가족의 존재, 누군가에게 배운 지식과 경험, 자연이 베풀어준 수많은 혜택까지. 내가 이룬 것이라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사실은 누군가의 도움 위에 세워져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나도 받은 것을 돌려주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꼭 거창한 일이 아니어도 좋다. 나무 한 그루를 심고, 후배에게 경험을 나누고,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을 주는 일. 그런 실천들이 모여 내 삶의 의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죽은 뒤 자신의 몸이 흙으로 돌아가 나무를 키우기를 바란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나에게도 새로운 꿈이 생겼다. 언젠가 땅을 사서 작은 숲을 가꾸고, 내가 떠난 뒤 나무의 자양분이 되어 그곳의 나무로 기억되고 싶다. 가족들도 자연의 일부가 되어 하나의 우리 가족숲으로 이어진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어쩌면 나에게 죽음의 롤모델이 생긴 것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덮으며 생각한다. 그녀는 나무를 심었지만, 나무는 그녀에게 살아가는 이유와 삶의 지혜를 선물했다. 삶의 가치는 얼마나 높이 올라갔느냐가 아니라, 내가 머물렀던 자리에 무엇을 남겼느냐에 있는지도 모른다. 두려움 너머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실패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으며, 익숙한 세상을 낯선 눈으로 바라보는 삶. 그리고 무엇보다 받은 것을 조금이라도 돌려주고 떠나는 삶. 나무처럼 겸손하게, 숲처럼 너그럽게.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나무의노래 #진재운 #독서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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