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리뷰나중에, 우리 같이 한번 울어요우리는 무엇에 고정되어 있을까? 우리의 고정관념은 우리를 말뚝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열심히 살면 반드시 보상을 받을 것이라는 근거없는 믿음을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갑작스런 행운이 나를 찾아오기를 바라는 것처럼.. 갑작스런 불행이 나를 찾아왔을 때는 어떻게 세상이 이럴 수 있느냐고 화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행운도 불행도 갑작스럽게 찾아올 수 있고 열심히 하는 만큼 보상을 받는 세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그런 불행이 책 속의 ‘쟝’에게 닥쳤다. 누군지 모르는 누군가들에게 말도 안되는 납치를 당하고 트렁크 안에서 결국은 참다가 참다가 오줌과 똥을 지려버렸고 납치범들은 무엇을 바라는지도 모르게 만 하루를 꼬박 트렁크에 ‘쟝’을 실어서 돌아다니다가 어느 인적 없는 폐 주차장에 오물 묻은 쟝과 쟝의 차를 내버려둔 채 잠적한다. 그날, 쟝은 인간의 존엄을 배설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떠내려 버렸고 원망과 분노, 알아내지 못한 이유를 찾기 위해 헤매이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쟝’에게 납치의 이유를 묻는다. 형사도, 전아정씨도, 차대리도, 본부장도.. 납치범의 이유를 왜 납치당한 사람에게 물어보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그렇게 물어본다. 꼭 무언가 납치 당할만한 이유가 분명이 ‘쟝’에게 있고 ‘쟝’이 그것을 알아채지 못할 뿐이라는 듯이.. 무슨 그럴싸한 이유라도 찾아서 수준 낮은 납치의 원인을 내어놓으라는 듯이.. 사람들의 물음에 주위를 돌아보면서 쟝은 여태까지 한번도 제대로 생각해 보지 못한 물음에 직면한다. ‘나는 어떻게 살았을까? 평범한 삶을 살아내면서 누군가에게 원망을 들을만한 순간을 얼마만큼이나 많이 만들어냈을까?’ 라고. 그러고나자 모두가 범인 같고 모두가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을 것 같은 이유들이 생각의 과수원에서 무럭무럭 자라났고 그러다가 잊고 있던 친구 태이에 대해서 떠올리고 몇번이고 용의선상에 올렸다가 내렸다가를 반복하다가 형사에게 태이라는 친구가 있었고 원한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납치 이후 ‘쟝’의 삶은 생각해 보지 않았던 순간들로 엮여 들어간다. 평범한 사회적 관계들이었던 사람과 사람들이 지구 종말에 순간에 숨겨왔던 본색을 드러내는 것처럼.. 분명히 상식이었던 ‘쟝’의 세상이 무너져 내리고 그 안에서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게 된다. 만년 내 편이었던 것 같았던 진희 선배가 일반적으로 대출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는 심사 하나를 밀어 넣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분명히 그게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쟝’을 위한 동아줄을 내밀었다 라고 표현하는 괴리감. 그러고보니 ‘쟝’은 진희 선배와 학교 다닐 때부터 붙어다니면서 같이 밥도 먹고 술도 마셨는데 한번도 같이 울어본 적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진희 선배에게 나중에 같이 울자는 멋쩍은 부탁을 해 본다. 여기에 같이 출장을 다니며 가끔씩 한잔을 급하게 마시고 헤어지는 전아정씨는 사내 상사와의 불륜이 남편에게 밝혀지자 불륜의 상대를 ‘쟝’이라고 밝혔다고 하면서 그냥 그렇게 넘어가자고 한다. 아정씨는 불륜은 자신과 직장 상사가 저지르고 나서 ‘쟝’에게 뒤집어 씌우고 나서 오히려 적반하장 격으로 쟝에게 사실을 고백한다. 말뚝은 분명히 무언가를 박아서 고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일텐데 말뚝들이 바다에서 육지로, 육지에서 도시로, 도시에서 집으로, 거실로, ‘쟝’과 사람들의 마음으로 흘러들어 오는 것처럼. 흘러야 할 것들은 흐르지 않고 고정되어야 할 것들이 흘러서 사람들의 눈에 눈물을 흘리게 한다. 세상에서 억울한 일 하나 당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에 있으랴마는 애써 눈감아서 회피하고 괜찮은 척하고 잊고 살려고 했던 사람들에게 말뚝들은 그 앞에 나타나서 ‘정말 괜찮은 거에요?’ 라고 묻고 사람들은 온통 눈물 범벅 콧물 범벅이 되어 ‘도대체 나한테 왜 그렇게 했어요?’ 라는 말조차 잊어버린채 시랍화된 말뚝들의 모습을 자기 모습으로 받아들이고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울기만 하게 되었다. 김홍 작가의 말뚝들은 ‘쟝’의 기이한 납치 경험담이다. ‘사회적인 통제와 조절’ 안에 두고 있던 불쾌하고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배설의 경험을 통해 지금까지 아무렇지도 않았던 세상이 배설물들로 가득하다는 걸, 그 안에서 아무렇지 않아했을 뿐 사실은 다양한 이유로 상처받았다는 걸, 바다에서부터 떠내려온 수많은 죽음을 의미하는 말뚝들처럼 우리 모두가 그렇게 힘들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소설이었다. 그것도 미스터리 스릴러라도 되는 것처럼, 화장실에 앉아 있는 나에게 있는 힘껏 문이 부서져라 쿵쾅쿵쾅 두들겨 대며, 내가 이제까지 애써 잊으려고 외면하던 순간들에서 빠져 나와서 무엇이 진실인지, 내가 잊고 있던 관계는 무엇인지를 확인하라고 목놓아 외치는 소설이었다.
tlatkdgns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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