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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호주간 우수
The Tale of KAHO ? 이야기의 꼬리를 따라

The Tale of KAHO — 이야기의 꼬리를 따라 무라카미 하루키가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이후 3년 만에 장편소설을 내놓았다. 제목은 『The Tale of KAHO』, 가호의 이야기다. 주인공의 이름을 한자로 쓰면 夏帆, ‘여름 하’와 ‘돛 범’이다. 여름 바람을 받아 펼쳐진 돛이 떠오른다. 그 이름은 아버지가 반복해서 꾸던 꿈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가호는 일러스트 일을 하면서 동화를 쓰는 젊은 여성이다. 개미핥기 부부를 주인공으로 한 동화책이 성공을 거두었고, 후속작으로는 길 잃은 소녀의 이야기를 쓴다. 소설은 블라인드 소개팅에서 시작된다. 처음 만난 남자 사하라는 가호에게 이렇게 못생긴 사람은 처음이라고 말한다. 무례한 말을 던져놓고 상대의 반응을 살피는 남자다. 그런데 가호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대신 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다. 가호는 모나거나 유별난 사람이 아니다. 무난한 사람이다. 그래서 오히려 궁금해진다. 이 평범한 여성이 앞으로 어떤 일을 겪게 될지. 하루키는 그렇게 낯선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연다. 이번 작품에서도 하루키 특유의 저세상(?)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막과 같은 이름을 가진 사하라, 개미핥기 부부와 재규어, 흰개미 여왕이 씐 가호의 엄마, 미스터리한 칼갈이 노인, ‘스칼렛 조한슨’이라는 이름의 수호천사 고양이까지. 저마다 무언가를 상징하는 존재와 사물이 줄줄이 등장한다. 나는 하루키의 소설을 좋아한다. 현실 같으면서도 현실이 아닌 세계, 그렇다고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지도 않은 곳. 그 안에 놓인 낯선 존재와 익숙한 사물들은 묘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 개미핥기와 흰개미 여왕은 어떤 관계인지, 칼을 가는 행위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다 보면 잠시 책에서 눈을 떼게 된다. 그러다 궁금해져 다시 책장을 넘긴다. 작품을 읽는 내내 하루키의 나이를 떠올리며 놀랐다. 일흔을 훌쩍 넘긴 작가가 여전히 이런 감각과 상상력을 뿜어낼 수 있다니. 오히려 사십 대와 오십 대에 쓴 작품들보다 더 젊게 느껴졌다. 젊은 여성의 심리와 그녀를 둘러싼 기묘한 세계를 이렇게 풀어갈 줄이야. 예전에 『기사단장 죽이기』를 읽을 때는 쌓인 시간만큼 작품에도 무게가 느껴진다고 썼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시간이 상상력을 더욱 자유롭게 풀어놓은 듯하다. 나이를 먹으면서도 이렇게 낯선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가호의 이야기는 가호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그녀가 만들어낸 세계 속 이야기이기도 하다. 가호가 겪는 일과 그녀가 쓰는 동화는 서로를 비춘다. 길 잃은 소녀의 이야기를 쓰는 가호 역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찾아가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렇게 읽어가던 중 사하라가 가호에게 건네는 말에 눈길이 머물렀다. 우리가 인생에서 겪는 심각한 혼란은 대부분 원인과 결과 사이의 등가성을 찾아내지 못해서 생긴다는 말이다. 이어 그는 눈앞에 보이는 사물의 뒷면을 들여다보고, 원인과 결과 사이를 잇는 실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 대목이 작품의 핵심이다. 가호는 이미 경계를 넘어섰다. 이제 그녀가 있는 곳은 과거에 잘 알던 세계가 아니며, 눈에 보이는 모습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가호에게 건네는 말이지만, 이 책을 읽는 나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다. 흩어진 상징들 사이에서 연결고리를 찾아보라는 말처럼. 사하라는 가호가 자신의 이야기를 자아낼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낯선 세계를 헤쳐 나가는 데 그녀의 재능이 중요해지리라는 것이다. 좋은 이야기는 어떤 유용성을 포함한다는 발터 벤야민의 말도 이 대목에서 등장한다. 동화를 쓰는 가호에게 이야기는 직업이기 이전에, 길을 잃은 자리에서 방향을 찾는 도구인 셈이다.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 혼란을 이해하는 힘이 될 수 있을까. 흩어진 사건들을 연결하고, 이해할 수 없었던 경험에 자기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는 일. 가호가 자신의 이야기를 자아내듯, 독자인 나도 이 낯선 존재들을 연결하며 내가 읽은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작품에는 하나의 존재가 소멸해야 다른 존재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구조도 반복해서 나타난다. 그런 점에서 환생과 업보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사라지는 것과 되살아나는 것은 서로 떨어져 있지 않고, 과거의 일이 사라지지 않은 채 현재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가호의 삶에 드리워진 아버지와 어머니의 그늘도 그렇게 이어져 있다. 특히 어머니의 그늘은 짙다. 그래서 흰개미 여왕의 존재를 지우는 순간이 마음에 걸렸다. 그것은 어머니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일일까. 아니면 어머니에게서 비롯된 자기 자신의 일부까지 지우는 일일까. 어쩌면 그 소멸은 지금까지의 가호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하나의 존재가 사라져야 다른 존재가 살아날 수 있다면, 그 뒤에 남는 가호는 이전과 같은 사람일까. 제목의 tale은 이야기라는 뜻이다. 그런데 읽다 보면 발음이 같은 tail, 꼬리가 떠오른다. ‘꼬리가 길면 잡힌다’는 우리 속담처럼, 꼬리는 지나간 자리에 남는 흔적이다. 감추려 해도 남아 있는 것, 누군가 그 뒤를 따라갈 수 있게 하는 실마리다. 한편으로 꼬리는 문틈에 걸려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게 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그렇게 생각하면 가호의 이야기는 흔적을 따라가는 과정이다. 부모에게서 이어진 그늘과 자신이 만들어낸 동화, 눈앞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사건들 사이를 잇는 실을 찾는 일. 이야기의 꼬리를 붙잡고 따라가다 보면 닫힌 줄 알았던 문이 아직 조금 열려 있다. 그 틈으로 또 다른 세계가 보인다. 책을 덮었지만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문틈에 걸린 꼬리처럼, 생각할 거리가 아직 그 틈에 걸려 있다.

여선82
여선82
움직임으로 읽는 우리 아이 발달 지도리뷰어클럽
초보엄마에게 추천하는 아기 발달지도

아기를 낳아 키우다보니 처음인지라 참 어리숙하다. 아기의 행동하나에 웃고 또래에 비해 발달이 더딘거 같으면 그런날은 불안해서 유튜브며 블로그며 인터넷을 뒤적인다. 근데 또 요즘 왜이리 정보가 많은지. 첫돌까지는 정말 하루가 다르게 크다보니 아이가 발달단계에 맞게 크는건지, 아니라면 어떤 도움을 줘야하는지 판단이 안설 때가 있다. 이 책은 아기발달의 기본적인 기준을 잡고 아기 움직임의 5가지 기준을 세워 설명해준다. 특히 태아기부터 12개월까지 목을가누기,뒤집기와 되집기, 배밀기,네발기기, 서기, 걷기 등 개월마다 빠르게 성장하는 아기의 단계에 맞춰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고 주의해야할 발달의 적신호들을 콕콕 집어줘서 도움이 되었다. 'W앉은 자세'같은 경우 그냥 여자아이들이 종종 얹는 자세라고만 생각했는데 엉덩이가 약해서 앉은 자세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임을 책을 읽으면서 알게되었다. 그런경우 수건으로 골반경사를 만들어 주어 등과 목근육을 자극하는 연습을 하면 된다. 그림으로 정확하게 그려져 있어서 따라 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아기의 발단단계와 도움이 될 내용들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책이여서 처음 아기를 키우는 초보엄마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콩
콩
박진규 시인의 “늙은 감나무처럼” 시 감상문인기 리뷰
박진규 시인의 “늙은 감나무처럼” 시 감상문

박진규 시인의 “늙은 감나무처럼” 시 감상문 시 제목: 늙은 감나무 처럼 시 원문: 4월의 감나무가 이파리 면적을 조금씩 넓히고 있다 쪼글쪼글해진 줄기의 다 늙은 감나무가 저리 환한 연두 이파리를 내다니 여든 쯤 되었는데 만날 때마다 천진난만한 8층 할배 같다 오늘도 청바지에 청재킷 받쳐 입고 짝꿍이랑 봄나들이 가데 만날 때마다 아이고 허리야 잇몸이야 하면서도 배지 빼곡한 빨간 모자 삐뚜름히 쓰고 해맑은 미소 스카프 휘날리며 훠이훠이 두 어깨 번갈아 추어올리며 깨금발로 가데 할배 보내고 나를 보니 회색 검정색 일색 나도 그만 칼라풀하게 쫙 빼입고 따라가고 싶더라 사람은 늙어도 해마다 청춘 되는 감나무가 부러운데 사람도 늙어 하늘 비친 이파리 낼 수 있다는 걸 8층 할배는 저 감나무한테 배운 걸까 오늘 두 노거사를 차례로 만나고 나니 마른 몸 여럿여럿 연둣물 드는 것 같더라 감상문 삐뚜룸, 할아버지의 비뚜룸한 빨간 모자에는, 아직 다 쓰지 않은 오래된 봄이 느리게 가고 있다. 늙은 감나무 주름진 가지에 연두가 돋을 때, 여든의 할배는, 봄맞이 청바지에, 배지 빼곡이 달린, 빨간 모자로, 봄햇살의 속도를 느리게 늘리고 있다. 사투리, 아이고 허리야 잇몸이야 하면서도, 스카프는 휘날리고, 깨금발은 경쾌하고, 양어깨는 우퍼스피커 진동판처럼, 짝발로 번갈아 들썩인다. 아프다는 것은 아직 젊음과 접속해 있다는 신호이다. 아프다는 것은 아직 행복하다는 뜻의 가장 희귀한 사투리일 뿐이다. 오류, 허리는 삐걱거리는 오래된 경첩이 되었을지라도, 몸은 굼뜬 구형 단말기가 될지라도, 마음은 방금 업데이트된 앱처럼, 눈빛은 5G 탑재한 화면처럼 빠르게 연동하며 봄볕을 업로드한다. 이 할배에게 늙음이 끝이라는 공식은, 오래된 소프트웨어의 오류였다. 주름, 나무는 연두로 봄을 열고, 할배는 빨간 모자로 봄볕을 받는다. 나무는 나이테에 새봄을 새기고, 할배는 주름으로 새봄을 맞이한다. 나이테는 어제를 새겨 딱딱하게 멈추지만, 할배의 주름진 미소는 부산북항의 부캉이처럼 밤낮으로 봄을 늘리고 있다. 번역, 감나무 둥치와 할배에게는, 서로 접은 주름만큼 아무도 모르는 몰래 치른 삶의 기록이 빼곡이 숨어있을 것이다. 주름은 소멸이 아니라 번역이다. 오래 쓴 만년필이 손의 각도를 기억하듯, 주름은 할배의 시선으로 이루어진 행복의 각도이다. 자리, 늙은 감나무처럼 누구나 어느 자리에서 무슨 하루를 맞이하게 될지, 누군들 처음부터 알았으랴, 자리를 고르지 못했다고, 생의 봄까지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주어진 자리는 달라도, 생명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늙음, 젊음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행복마저 돌아서는 것은 아니다. 늙는다는 것은 저무는 일만이 아니다. 한 겹씩 세월이 쌓일 때마다, 꾸준히 봄을 향한 새 창을 더 늘리는 일이기도 하다. 불씨, 행복은 한 몸에 머물다 사라지는 불꽃이 아니라, 다른 가슴으로 옮겨 가는 불씨라는 사실을 알기까지, 감나무에 걸린 연두색 봄은 세월의 나이테를 오늘만큼 둘러야 했고, 할배의 주름도 오늘 만큼 깊어야 했다. 안식 시인의 시집에 감나무 마른 가지가 자란다. 치열한 삶에 눈먼 행복이 오랜 방황 끝에, 시인의 시집에서 비로소 조용한 연둣빛 안식을 품는다. 늙는다는 건 낡아가는 일이 아니라, 시인께서 붙잡아 둔 시집에서 봄볕이 스민 이파리를, 한 장 더 내는 일이다. 새김 시인은 시집에 감나무 한그루를 앉힌다. 언젠가 더는 잎을 내지 못할지라도, 시인께서 시집 속에 피워 낸 감나무의 봄 잎은, 누군가의 가슴속에 여전한 봄향기로 남을 것이다. 불씨 시인의 시는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봄 잎이 아니라, 다른 생명의 심장으로 건너가는 봄의 불씨였다. 이 속에서 나무는 영원히 푸르고, 할아버지께서 웃는 봄날은 계속될 것이다.

ksdjeong
ksdjeong
알면 알수록 수상한 생물 도감 서평인기 포스트
알면 알수록 수상한 생물 도감 서평

아들을 키우는 부모로서 이 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우리 아들은 평소에도 “어떤 동물이 가장 커?”, “누가 누구랑 싸우면 누가 이겨?”, “이 동물은 어디에서 살아?” 같은 질문을 자주 한다. 단순히 동물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동물들 사이의 관계나 특징, 생태에 관한 지식을 알아가는 것을 무척 즐기고,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가족들에게 설명해 주면서 굉장한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아이의 이런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꽤 적당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한마디로 동물들의 ‘알쓸신잡’ 같은 책이다. 우리가 평소에는 굳이 궁금해하지 않았던 동물들의 신기하고 특별한 이야기가 한 권에 가득 담겨 있다. 예를 들어 정말 피를 빨아 먹는 흡혈새가 존재하는지, 동물들은 위험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떤 특별한 생존 전략을 사용하는지,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 동물에게 어떤 놀라운 능력이 숨어 있는지 등을 흥미롭게 소개한다. 동물을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 싶을 정도의 내용도 있지만,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그런 사소하고 엉뚱한 정보가 가장 재미있는 부분일 것이다. 특히 어려운 과학 지식을 공부하듯 설명하기보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술술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한 가지 주제를 길게 설명하기보다는 여러 동물의 흥미로운 특징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어, 아이가 원하는 부분부터 골라 읽기에도 부담이 없다. 책을 읽다가 새롭게 알게 된 동물 이야기를 부모에게 다시 설명해 주거나, 다른 동물과 비교해 보는 과정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 동물을 좋아하고 궁금한 것이 많은 아이, 특히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자녀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동물의 이름이나 생김새를 알려 주는 책이 아니라 “동물들은 어떻게 살아갈까?”라는 호기심을 계속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동물을 좋아하는 자녀에게 가볍게 선물할 책을 찾고 있다면 한 번 권해 보고 싶다.

오빠야
오빠야
가호요즘 인기 책
가호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이후 3년 만에 장편소설, 여주인공을 내세워 하루키 월드를 다시 느껴볼 수 있는 작품이다. 26살의 그림 작가인 가호는 블라인드 소개팅을 통해서 무례하기 짝이 없는 사하라란 남자로부터 미인이 아니란 말을 듣는다. 처음 본 상대에게 이렇게까지 서슴없이 말을 건넨 그를 보며 당혹스러움을 느끼던 그녀가 이후 현실에서 조금씩 뭐라 말할 수 없는 균열을 느끼는데, 그 기묘한 분위기는 마치 현실과 환상의 조합으로 그녀의 삶을 변하게 만든다. 전작인 <1Q84>, <기사단장 죽이기>,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에 이르는 그가 펼쳐 보인 세계는 메타포로 이어지는 동시에 일상의 빈틈을 찾아서 그 틈을 통해 삶에 대한 균열들을 포착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바, 이 작품 또한 모터사이클을 모는 사람, 개미핥기, 흰개미여왕, 칼 가는 가게주인, 이어서 소미라라는 소녀에 이르기까지, 잠시 꿈을 꾸는 듯싶다가도 어느덧 현실에서 일상생활을 하고 있는 가호 그녀 자신의 모습을 비춘다. 이야기의 구성이 현실과 상상의 어떤 빈틈 속에서 펼쳐지는 과정 속에서 그녀에게 닥친 불안함과 어려움들을 그녀 곁에서 도움을 주고 그녀 자신도 그 동물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이야기는 확장되고 그 확장된 공간 속에서 그녀는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내용들을 들려주기에 실상 저자가 다루는 타 작품들의 연장선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자신의 경험이 이야기로 생각되고 그 이야기를 또 다른 동화란 형식으로 들어가면서 다음 이야기 연결을 하는 동선과 소미라가 겪는 일들이 실은 가화 그 자신이 현실 속에서도 비슷한 곤경이라든지 해결책들을 함께 생각해 보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이번 작품이 일본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오랜만에 만나는 장편소설이란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데 기대감이 너무 컸던 탓일까? 이야기 전형의 패턴도 이미 익숙한 진행이라 새롭다는 느낌을 덜 받게 됐는데 가호란 여성이 겪는 몽환적인 꿈 속에서 이야기 책무로서 자신이 해야만 하는 일에 집중하기까지의 고민과 그 일들을 행동으로 옮겨오고 결국 경계의 너머 세계를 넘어 현재의 세계로 넘어오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책임감을 느끼는 과정은 성장과 회복이란 감정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이야기는 듣는 이에게나 들려주는 이에게도 새로운 받아들임과 전달이란 형식을 통해 다른 이야기로 넓혀질 수 있다는 것을 가호란 인물 그 자신이 쓰고 그리는 그림책 속 소미라가 행한 일들을 통해 함께 느껴볼 수 있다는 것은 하루키 작가가 추구하는 이야기의 확장성과 유용성을 발터 벤야민의 말을 인용해 들려주는 듯하다. 고양이 등장, 음반 레코드를 통한 클래식 듣기, 무심하게 툭 던지는 일상 에세이 형식의 대사들과 문장들이 연신 하루키표 작품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한 작품이다. 다만 개인취향이겠지만 소설보다는 에세이가 더 좋다는 느낌은 여전하기에 차후 작품은 에세이로 만나보길 기대한다.

monjardin
monjardin
10대와 통하는 하루하루 자라나는 글쓰기빛나는 리뷰어
10대와 통하는 하루하루 자라나는 글쓰기

학창 시절 국어 시간이나 작문 수업 시간에 원고지를 앞에 두고 글을 쓰던 기억이 떠올랐다. 육하원칙에 맞추어 문장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하고 다듬던 그때의 시간들이 생각났다. 그러다 20여 년 동안 언어치료사이자 출판 편집자로 일해 온 김지호 저자의 10대와 통하는 하루하루 자라나는 글쓰기라는 책을 읽었다. 10대 시절에 배우는 글쓰기는 평생의 사고력과 표현력을 좌우할 만큼 대단히 중요하다. 나 역시 어린 시절부터 글 쓰는 일을 즐겨왔기 때문에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이렇게 꾸준히 생각을 글로 정리하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은 글쓰기를 막연하게 두려워하는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문장의 기초부터 생각의 흐름을 잡는 법까지 알기 쉽게 안내한다. 책은 1부 글쓰기의 기초부터 2부 육하원칙과 3부 문장 연습 그리고 4부의 흐름과 분량 조절을 거쳐 5부 실전 글쓰기까지 단계별로 차근차근 다룬다. 특히 2부에서 다루는 육하원칙은 글을 쓰는 나 자신을 돌아보고 무엇을 언제 어디서 왜 써야 하는지 생각의 뼈대를 세우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단순히 문법 규칙만 나열하지 않고 4부에서 오감을 활용해 묘사를 풍성하게 만드는 요령이나 헷갈리기 쉬운 조사의 쓰임새를 현실적인 예문으로 설명해 주는 구성은 아주 중요한 정보였다. 10대를 위한 도서답게 나유진 작가의 다정한 그림과 일러스트가 본문 곳곳에 친근하게 배치되어 있어 글쓰기라는 무거운 주제에 부담 없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점도 참 좋았다. 요즘처럼 짧은 숏폼 영상과 인공지능이 일상을 뒤덮고 있는 세상에서 사람의 창의성을 지켜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스스로 생각하고 글로 쓰는 행위라고 믿는다. 질문만 던지면 인공지능이 몇 초 만에 문장을 만들어내는 시대일수록 내 머리로 고민하고 문맥을 조율하는 글쓰기 훈련이야말로 대체되지 않는 인간 고유의 창의성을 길러주는 유일한 통로이다. 책의 5부에 실린 창의적 글쓰기 파트와 인공지능을 글쓰기 파트너로 활용하는 대목을 읽으면서 저자 역시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깊은 공감을 느꼈다. 기계에 생각을 통째로 맡기지 않고 자신의 주체적인 시선을 담아내는 글쓰기의 가치를 다시금 확신할 수 있었다. 10대와 통하는 하루하루 자라나는 글쓰기는 흩어지는 생각을 문장으로 엮어내며 나만의 사고력을 단단하게 키우는 방법을 알려준 책이다. 오래 생각하고 계속 쓰는 끈기야말로 마음을 표현하는 가장 단단한 힘이라는 사실을 배웠다. 나에게는 학창 시절 작문 수업의 설렘을 되살리고 숏폼과 인공지능의 홍수 속에서 글쓰기가 지닌 창의적인 가치를 재확인하며 내 생각의 결을 한층 더 깊고 풍성하게 가꾸어갈 수 있는 소중한 기준점을 세워준 점에서 참 유익하고 좋았던 책이다. @chae_seongmo @chulsu815 #10대와통하는하루하루자라나는글쓰기 #김지호 #나유진 #철수와영희 #책도둑시리즈 #청소년글쓰기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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