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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
- 글쓴이
- 마리오 푸조 저
늘봄출판사
유명한 영화의 원작소설인데 이제서야 완독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여태 책프에 참여하며 이분 작품을 읽기로는, 10기 33주차의 <더 패밀리>가 있었습니다. 같은 작가의 <마지막 대부>도 재미나게 읽었는데 책프 독후감으로는 기록을 남기지 않은 듯합니다. (찾아보니 안 나오네요)
영화가 워낙 작품성이 빼어나면, 영화 내적으로 줄거리를 세세히 알려주지 않아도 남겨진 그 여백을 관객이 스스로 채워 넣는 재미와 맛이 있습니다. 코폴라 감독의 <대부>도 제게는 그랬는데 막상 이 원작 소설을 세세히 읽어 보니 그냥 상상 속에서 즐기는 만도 못했다는 생각이 좀 듭니다. 푸조의 이 작품은 물론 영화화에 앞서 소설로서도 미국 독자들에게 큰 환영을 받았더랬습니다.
영화에서 마이클을 밀착 경호하며 거물 바르지니를 암살하는 알 네리는 스크린에서 경찰로 위장하고 이 일을 완수하는 걸로 나오는데 소설에 설명된 배경으로는 본래부터가 경찰 출신이기도 하다고 그러네요. 그것도 딴에는 젊은 이상주의자였는데 현실과 환경에 크게 배신당하고는 엉뚱하게도 마피아에 가담하게 되었다는 사연입니다. 또 의외로 느껴진 건, 부패한 경찰서장 매클러스키 역시 어떤 선을 결코 넘지 않는 성실한 가장이자 모범적인 경찰로서의 초년생 시절이 있었다는 겁니다. 암살 당시에는 "우둔하고 동작이 꿈떠서 (마이클이) 죽이기에(= 암살하기에) 별 무리 없는" 위인으로 소설 중에는 나오는데, 영화를 보면 그렇지는 않고 나이에 비해 우아하게 늙은 편인데다 버질 솔로초 못지 않게 위협적인 거동이죠.
소설은 다소 씁쓸한 해피엔딩에 가깝습니다. 케이는 결국 집안 분위기에 적응하는 데다, 남편 마이클의 피치 못할 처지를 이해한다는 식으로 운명이 결정되지만, 영화에서는 1편도 뭔가 개운치 않고 안타까운 파멸을 짙게 암시하는데다, 2편에서는 낙태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결국 완전히 갈라섭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에서의 진행이 훨씬 나았다는 생각입니다. 소설 끝에서는 탐 헤이건이 "세상에 마이클이 결코 해치지 못할 세 사람이 있는데, 부인과 두 아드님입니다."라든가, "기관총을 들고 해치러 올 줄 알았다니 부인에 대해 이만저만 실망이 아니네요!"라고 짐짓 화를 내는 대사가 나오는데 이런 건 영화에 전혀 없습니다. 이 역시 극의 분위기 통일성을 해치므로 영화에서 백 번 잘 뺐다는 생각이 듭니다.
케이가 여기서는 아들 둘을 낳고, 딸 메리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습니다. 아들이 둘이 생기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지는데, 영화에서는 일찍부터 아들 하나 딸 하나로 확실히 방향을 결정짓습니다. 영화에서는 비토 코를레오네를 누가 죽였는지 소니가 바로 눈치로 알아챈다고 하는데, 소설에서는 통화 기록을 유심히 살펴 하필 일이 생길 때만 파울리 가또가 어디론가 공중전화를 건 사실로부터 단서를 잡았다고 합니다. 말은 이쪽이 더 말이 됩니다만 그래도 영화가 더 멋집니다. 영화 2편에서 젊은 비토가 돈 파누치를 죽이는 과정만큼은 소설에 아주 충실하게 잡았습니다. 영화에서는 시뇨르 로베르토가 두려움에 떤 나머지 집세를 더 인하하지만 소설에서는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더군요. 소설에서는 이 시뇨르 로베르토가 북부 이탈리아인이라서 남부 출신들을 멸시하고, 항만에 내린 이민자들을 트럭으로 실어 인력 시장에 팔아 넘긴다는 사정이 더 추가됩니다.
마이클이 시칠리아로 피신했을 때 타자라는 노인 한 사람을 더 알게 되어 그와 교분을 나누고, 아폴로니아와 진한 첫날밤을 보내는 장면이 더 세밀히 묘사되었습니다. 아버지를 죽인 파울리 가토가 마이클의 학교 동창이라는 점도 더 추가된 게 흥미롭고, 아폴로니아와 자신을 죽이려 든 게 사실은 돈 토마지노 암살 미수로 교묘히 덮어 씌우려 들었다는(그래야 바르지니가 의심을 안 받죠) 사정도 새로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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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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