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에세이
유럽을 그리다
- 글쓴이
- 배종훈 저
꿈의지도
여행, 생각만 해도 설렌다. 사랑, 그것도 설렌다. 이 두 설렘의 만남을 보여주는 책이 있다. 서양화가, 일러스트레이터, 만화가, 여행작가, 중학교 국어교사까지, 1인 5역을 맡은 배종훈 작가의 《유럽을 그리다》가 바로 그 책이다. 책은 프랑스로 가는 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한 여자와의 만남으로 시작한다. 처음에 제목만 봤을 때는 단순히 작가의 여행기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의 첫 부분에서 낯설지만 싫지 않은 만남을 보고난 후에는 달달한 이야기가 전개되는 핑크빛 에세이의 느낌이 물씬 났다.
별다를 것 없는 이 길에서 난 참 행복하다. 여행이 주는 설렘은 모두 네 번 찾아온다. 떠날 곳을 정하고 준비하며 기다리는 동안 한 번, 마침내 갈망하던 그 곳에 도착했을 때 한 번, 계획했던 장소와 일정을 벗어나는 순간 한 번, 그리고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어느 날 우연히 여행에서 마주친 장면과 비슷한 순간을 만나는 때에 한 번.
배종훈 ∥ 유럽을 그리다 ∥ 여행의 설렘은 中 (p135)
그냥 여행 만으로도 설렘이 느껴지는데, 여행지 또한 낭만적인 느낌이 드는 유럽, 그리고 계획하지 않은, 예상하지 못한 낯선 이와의 만남. 혼자 여행을 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꿈꿔봤을 설렘의 조합이 아닐까 싶다. 두 남녀의 만남은 프랑스에 도착을 하고나서도 끊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되고, 저자는 자신이 빌린 렌터카를 같이 타고 이동할 것을 제안해 둘은 함께 아비뇽으로 떠난다. 그렇게 두 사람은 따로 또 같이 여행을 한다.
목적지만 생각하다 보면 지나가는 과정들이 모두 가뭇없이 연기가 되고 만다. 무사히 도착하는 데만 관심 갖지는 말아야 한다. 어디든 이르기까지의 과정 그 자체가 여행이기에.
배종훈 ∥ 유럽을 그리다 ∥ 여행의 과정 中 (p154)
여행을 하면서 '그녀'를 향한 저자의 감정은 점점 핑크빛으로 물들어 간다. 글로 표현된 저자의 마음을 읽으면서 나 또한 두근두근했다. 저자의 그림과 함께 보아서 여행의 설렘이 더 잘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나는 좋아하는 이성이 생기면 감정이 숨겨지지 않고 표정으로 다 드러난다. 그래서 나는 밀당 이런 거 모르고, 적극적으로 표현하려고 한다. 그렇다고 다 좋은 결과를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나중에 후회라도 덜 하려면 이 방법이 낫다는 결론을 스스로 내렸다. 저자도 '그녀'에게 적극적으로 표현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끝은 끝이 아니라 언제나 또 다른 시작과 맞물려 있다는 것을. 여행할 이유도, 사랑할 이유도, 끝과 시작이 맞물린 곳에서 피어나기 마련이니까.
배종훈 ∥ 유럽을 그리다 ∥ 아무 것도 끝나지 않았다 中 (p244)
《유럽을 그리다》는 유럽을 배경으로 한, 한 편의 단막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아직 유럽 여행을 가본 적이 없지만, 항상 꿈꾸며 상상했던 모습들을 이 책을 통해 미리, 대신해서 볼 수 있어서 더 없이 좋았다. 언젠가 갈 나의 유럽 여행도 이처럼 설렘 가득하고 그리움도 있기를...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