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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르렁
- 글쓴이
- 문크 글그림
북극곰
이 그림책 문크작가는 캐릭터 작가로 먼저 활동을 해 온 터라 그림체가 사랑스럽고 표현이 재미있다. 아니 웃기다. 그림책을 보는 내내 계속 웃게 된다. 드르렁 코 고는 게 뭐라고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도 느낀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격하게 공감이 되는 내용이다.
한창 밤낮 구분이 없는 신생아를 키우는 집이라면, 엄마가 이 그림책을
보며 속을 부글부글 끓일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이 책은 잠에 예민한 시기를 살짝 빗겨 간 조금 더 큰
아이들과 읽기 좋은 그림책이다. 갓 지난 과거를 아름답게 추억하며 읽을 수 있다.(힘든 육아도 조금만 지나면 아름답게 추억되기 마련이니까^^) 아이도
이게 참 웃긴가 보다. 자꾸 가져와 읽어 달란다.
30개월을 갓 넘긴 요즘도 놀고 싶은 마음에 들떠 아이가 늦게 까지 안 자고 잠을 참는 경우가 있다. 불을 끄고 옆에서 자는 척을 해봐도 아이는 쉬이 잠을 청하지 못 한다. “안
자니? 안 자면 망태할아버지 온다!”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면 아이가 갑자기 “코오오오~~~ 코오오오~~~” 아빠의
코 고는 소리를 어설프게 흉내 낸다. 긴 실랑이 끝에 잠이 든 아이를 바라보다 혼자 슬그머니 거실로
나와 일기를 쓴다. 아이에게 편지를 쓰듯.
드르렁~ 드르렁~ 우리
집도 아빠가 코를 곤다. 결혼 초에는 잘 안 골았던 것 같은데, 아빠도
아빠 노릇 남편 노릇이 꽤나 고된가 보다. 그런 아빠를 따라한다고 너는 자는 척을 할 때 코골이 소리를
작게 흉내 낸다. 코오오오~~~ 코오오오~~~ 입으로 어설프게 소리를 낸다. 근데 그거 아니? 너도 자면서 작고 귀엽게 코를 곤다는 거. 내가 잘못 들었나? 싶을 정도로 작고 귀엽게. 아빠의 코골이는 소리가 커서 엄마 잠을
깨우고, 너의 코골이는 한 없이 아기아기해서 엄마 잠이 깨지. 아빠의
코골이와 너의 코골이 모두 결과는 같네. 잠들지 못하는 엄마는 잠 자는 너와 아빠를 한참 바라본다. 한편 그런 생각도 해. 작고 귀여운 너도 언젠가 지금의 아빠처럼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골고 너의 조그만 아이의 잠을 깨우는 또 다른 아빠가 되어 있을 거란 거. 드르렁
소리가 커지는 과정, 어쩌면 어른이 되는 과정 일지도. 드르렁
드르렁 크고 작게 코 고는 소리에 오늘도 안도하며 너의 미래를 응원해본다. 사랑해.
사랑스러운 그림책에 푹 빠져, 코 고는 우리 집 두 남자의 고단함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감상적이 되어 버린… 쑥스럽지만 자기 전엔 누구나 감상적이 되기 마련이니.
뭐니뭐니해도 이 그림책의 명장면은 엄마의 이불킥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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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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