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사진
루이스메이
  1. 일반도서

이미지

도서명 표기
별난 친구들의 도쿄 표류기
글쓴이
다카노 히데유키 저
미래인
평균
별점8.4 (44)
루이스메이

대체로 논픽션에는 별 흥미를 못 느끼는 나지만 이런 논픽션이라면 얼마든지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탐험 작가 다카노 히데유키(高野秀行)가 창안해낸 새로운 장르 ‘엔터테인먼트 논픽션’은 마치 소설을 읽는 것처럼 재미가 있는 논픽션을 뜻한다. [별난 친구들의 도쿄 표류기 異?ト?キョ?漂流記]는 [와세다 1.5평 청춘기 ワセダ三疊靑春記]와 [환상의 괴수 무벰베를 찾아라 幻の怪??ムベンベを追え]에 이어 세 번째로 읽은 책인데 역시나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한밤중에 이불 속에서 쿡쿡거리며 웃어본 게 얼마만인지. 누군가 옆에 있었다면 미친 줄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도 가지 않는 곳에 가서, 누구도 하지 않는 일을 하고, 그것을 재미나게 쓴다.”가 모토인 작가이기에 도쿄에서 만난 외국인들과의 에피소드를 쓴 이 작품에는 평범한 사람들은 별로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외국인이건, 국제인이건, 같은 민족이건, 평범하건, 특이하건, 그런 구분을 짓기 이전에 누구나 ‘한 사람의 인간’이라는 관점에서 흥미롭게 풀어가는 저자의 이야기에 완전히 푹 빠져 읽은 책이다.


실비아에게 프랑스어를 배우게 된 저자는 그녀의 친구들과도 사귀게 된다. 일본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무도(舞蹈)에 심취해있는 그들을 보노라니 사람들이 인도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뭔가 깨달음이 있으리라 여기는 것처럼 무도의 서양인들은 일본을 인도화시킨 것이 아닐까 씁쓸해진다. (일본에서 인도인처럼 사는 프랑스인)


저자가 속한 탐험부원들은 콩고로 원정을 떠나기 전에 링갈라어를 배우려고 콩고인 제레미를 소개받는다. 결국 언어는 다른 사람에게 배웠지만 인연은 계속 이어져서 결혼식 축사를 부탁받은 저자는 대부분이 일본인인 하객들에게 그의 부모 이야기를 해준다. 가족이란 누구에게나 소중한 법이다. (콩고에서 사랑을 담아)


잦은 여행 때문에 소원해진 관계를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여자친구와 함께 스페인어를 배우기 시작한 저자.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진리에 따라 ‘연애의 자연 소멸’로 이어진 것이라 믿었으나 과연 그것만이 문제였을까? 관점의 차이는 외국인과의 사이에만 있는 게 아니다. (스페인어로 ‘연애의 자연 소멸’을 막을 수 있을까?)


콩고인 제레미의 형 동가라의 책을 번역해 졸업논문을 통과한 저자는 출간까지도 추진한다. 기쁜 마음으로 일본에 방문한 동가라씨를 안내하며 온화한 봄바다를 닮은 아저씨라고 생각했으나 조국의 역사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는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놀란다. 그래도 그는 역시 천하태평 동가라 아저씨였다. (봄 바다 같은 동가라 아저씨)


그리스 여행 후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옆자리에 앉은 페루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저자는 오갈 데 없는 그를 집까지 데리고 온다. 일자리를 찾아온 우에키는 결국 취업비자를 받는데 실패하는데, 우에키 긴다로가 할아버지라고 신청한 사람이 백 명이 넘는다는 웃기면서도 안타까운 이유였다. (101번째 우에키 가문 페루인)


중국 다롄에서 만난 중국어 교사 루 선생의 아들이 일본 기업에 취직해 온다. 아버지를 닮은 체형에 록밴드처럼 차려입은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헤비메탈 도라에몽’이다. 사회주의가 싫어 일본으로 왔지만 캐나다로 이주를 고려하는 다후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 어쨌든 마음은 고국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다롄에서 온 도라에몽)


독재사회 이라크에서 살아보겠다는 생각으로 아라비아어를 배우려는 저자는 알리라는 풍채 좋은 청년과 교환 수업을 시작한다. 매제에게 얹혀사는 그를 위해 일자리를 알아보다 차별의 현장을 실감하게 되는 저자. 알리에게도 문제는 있었지만 자신의 나라에서 살 수 없는 망국민의 마음을 그 누가 알 수 있겠는가. (대부호 알리)


아프리카 수단에서 온 유학생 마후디는 맹인이지만 야구를 열광적으로 좋아한다. 시각장애자 외국인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저자는 밝고 똑똑한 그와 금방 친구가 되고, 야구로 의기투합한 그들은 도쿄돔으로 경기를 보러 간다. 인간은 언어와 상상력으로 ‘보는’ 것이 가능하다는걸 왜 깨닫지 못했을까. (도쿄돔의 뜨거운 밤)


저자 다카노 히데유키라는 사람은 엄청난 오지라퍼에 어마어마한 인맥을 지닌 인물이라고 생각되는데, 새로운 것을 찾아 과감하게 시도하고, 계획하면 바로 실행에 옮기는 추진력은 존경스러울 정도다. 무슨 일이든 미적거리고 생각만 하다 지레 포기해 버리는 나쁜 습성을 지닌 나로서는 어떻게 하면 그런 행동력을 갖출 수 있는지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공감 가는 이야기에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풍부해 웬만한 픽션보다 더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다. 외국인과 함께 있으면 도쿄가 Tokyo로 보인다는 표현이야말로 함축적인 주제가 아닐는지. 누구와 함께 보는가, 어떤 입장에 서있는가에 따라 보이는 풍경은 달라지고 받아들이는 자세도 변하는 법이다.



좋아요
댓글
2
작성일
2023.04.26

댓글 2

  1. 대표사진

    이작가

    작성일
    2019. 6. 21.

  2. 대표사진

    루이스메이

    작성일
    2019. 6. 23.

    @이작가

루이스메이님의 최신글

  1. 작성일
    2025.6.2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5.6.2
    첨부된 사진
    20
  2. 작성일
    2025.5.17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5.5.17
    첨부된 사진
    20
  3. 작성일
    2025.5.2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5.5.2
    첨부된 사진
    20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30
    좋아요
    댓글
    184
    작성일
    2025.5.30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30
    좋아요
    댓글
    168
    작성일
    2025.5.30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6.2
    좋아요
    댓글
    110
    작성일
    2025.6.2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