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말해줘 – 요시다 슈이치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접하고 그에게 빠져들게 되었던 그 어느 날부터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만이 아닌 일본 문학 이라는 것에 서서히 젖어 들기 시작했고, 그렇게 해서 만나게 되었던 많은 일본 작가들 중에 특히나 좋아하는 작가들 중 한 명인 요시다 슈이치의 새 책이 나왔다는 정보를 접하자 과연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지 책을 받기 전부터 기대감이 밀려왔다.

 

‘사랑을 말해줘’

왜?? 도대체 무슨 상황이기에 사랑을 말해달라고 하는 것일지……

과연 어떤 이야기를 펼쳐 보여줄 지 하는 기대감에 책을 펼치기 전부터 두근거렸다.

 

 

우리는 언제나 소음과 정적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 소음과 정적은 분리되어 놓여지기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주변엔 언제나 소리라는 것이 미세하게나마 존재하기 때문에 아무 소리 없는 정적 속에 머무르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고, 아무리 시끄러워도 그 속에서 우리의 귀는 어느새 익숙해 지고 그 상황에서도 정적을 발견할 수 있기에 소음 속에서만 머무르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사람들과의 인터뷰, 즉 사람들의 소리를 통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남자 주인공 슌페이와 학창 시절 갑자기 들리지 않게 된 귀로 인해 소리 없는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여자 주인공 교코는 어느 날의 우연한 만남으로 인하여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하지만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살 던 두 사람의 만남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서로의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서 ‘메모’라는 수단을 동원해야 했고, 서로의 감정을 나누고 표현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말로는 쉽게 이야기 되는 것들도 메모를 통해서는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을뿐더러,

메모로 적으려고 하면 이 말이 쓸 필요가 있을까 싶은 말들이 많아 전하고자 하는 말을 말하고자 했던 의도대로 다 적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리와 관계된 일을 하는 슌페이는 쉴 때는 조금 조용한 생활을 하고 싶지만, 그가 만났던 사람들은 그에게 그런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 주지 못했다. 그러던 그에게 어느 날 우연하게 만나게 된 교코와 새로운 만남은 그의 삶에 안식처로 다가왔다.

 

하지만 교코가 위험한 상황에 놓였을 때 그 상황을 전달해 줄 수 없었던 일과, 그러한 위험한 배경을 뒤로하고 미소를 짓던 교코를 보고 슌페이는 소통의 부재에 대한 두려움에 빠져들게 된다.

 

요시다 슈이치는 이 소설 ‘사랑을 말해줘’를 통해 소리와 문자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 삶에서의 진정한 소통에 대해 물음표를 던진다.

 

 

책 읽기를 마친지도 한참이 지났는데,

아직도 책 후반부의 이야기들이 머릿속에 떠다닌다.

누군가를 사귀었을 때 그 사람에 대해 얼마나 아느냐는 질문부터, 수많은 군중 속에 파묻혀 있는 자신에 대한 혼란, 전달하고 싶고 알아주기를 바랬지만 제대로 전하지 못한 것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찾고자 하는 것을 못 찾았을 때의 기분까지.

 

 

나는 얼마나 소통을 잘하고 있는가…

내가 상대방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들, 그리고 남들이 나에게 알아주기 바라는 것들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전달하고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는가…

모든 것을 완벽히 할 수는 없겠지만, 제대로 하기 위한 노력은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