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소설
구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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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듀나 저
알마
기괴하다는 느낌, 딱 맞아 보인다. 평소 내가 좋아하는 취향의 작품을 쓰는 작가는 아니다. 영화평론가로도 가끔 만나는 이름인데 SF쪽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한다. 몇 차례 읽었던 글에서는 마음에 들었다, 안 들었다로 왔다갔다 했다. 이런 글을 쓰는 작가가 있구나, 이런 글을 나도 읽고 있구나 이런 낯선 기분을 잠깐씩 가져 보면서. 이번 책은 온전히 이 작가의 작품집인 것인데 다행히도 내 호감도는 올라갔다.
책에 실린 작품은 모두 7편. 2005년 발표된 작품부터 2019년에 발표된 작품까지 실려 있다. 이 긴 시간적 거리감이 작품들에 대한 인상을 움직이는 데에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이런 것도 SF의 특징 중 하나일까. SF라는 세계가 워낙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곳이니 15년 정도야 가뿐하게 넘을 수 있을지도.
책 끝에 있는 작가의 말도 작품만큼 흥미롭다. 소설 한 편 읽고 그에 대한 작가의 말을 다시 읽으니 또 새롭다. 그렇군, 작가들은 이런 생각으로 글을 쓰는군, 이런 생각도 하는군. 일반인들로서는 무심히 보아 넘길 만한 일들도 작가의 상상 세계에서는 끝없이 바뀌면서 다른 모습으로 되살아나는 것이다. 가끔은 스스로의 상상 세계에 지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지, 독자로서 슬쩍 궁금해진다.
SF가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건 내 독서 이력에서 최근의 일이다. SF소설 속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들이 현실에서 볼 수 없는 가상의 일이라고 해도 아주 미묘하고 중요하며 핵심적인 사항 몇몇은 너무도 적나라하게 현실의 모습을 비춘다. 교묘하게 바꿔 표현하는 게 작가의 능력 중 하나이겠지만 바로 그것 때문에 때로는 섬뜩해지기도 한다. 내가 이런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이니, 이 위험하고도 엉망진창인 세상에 말이지. 작가가 말해 주고 싶었던 바로 그것으로. 웅변이나 구호나 주장을 대신하여.
같은 시기에 나온 다른 책이 한 권 더 있다. 좀 있다가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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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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