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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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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시대 한반도 평화의 길
글쓴이
강정구,박기학 공저/평화통일연구소 편
한울아카데미
평균
별점8 (1)
김진철

지도자, 맹주국의 지위가 딱히 존재하지 않고, 여전히 지역 차원에서 강국이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세라면, 그런 현실은 리더의 지휘를 받는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저자는 이 점에서, 문제의 핵심을 명쾌하게 짚어 준 대단한 혜안을 보였습니다. 문제의 인식이 바로잡혀야, 문제의 해결, 현상의 타파(혹은 발전)가 가능할 텐데요. 종래 G2의 지배라는 인식틀로는 현재 우리의 눈 앞에 벌어지는 문제의 해결은커녕, 올바른 설명조차 힘든 경우가 많았죠. 저자는, "지금은 맹주국, 초강대국이 하나, 둘, 혹은 다섯 정도가 존재하여 전체 패권을 노리는 형세가 아니라, 그저 힘 좀 쓰는 강대국이  각자의 영역에서 할거하며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모습이다."라고 규정합니다. 저는 최근에 니코 멜레가 쓴 <거대 권력의 종말>을 읽었습니다만, "거대 권력"의 상정 자체가 구시대적 패러다임의 일부입니다. 현재는 어떤 이유에서건, 모든 플레이어가 게임에 참여하여,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룰의 형성과 결정에 자신이 일정 부분 참여하기를 강력히 요구하는 모습입니다. GXX의 시대라면, "G"가 이 모두를 책임지고 결정하면 됩니다. "G"가 상징하는 강력한 패권 주체가 없기에, 다자적 파워 게임이 일상화되고, 외견상 혼란스러운 정세가 빚어지고 있죠. 

왜 이처럼, "리더가 사라진 세상"이 도래하였는가? 근본적으로는 자본 효율의 한계 때문입니다. 저자는 대단히 넓은, 장기 역사의 시야를 두고 통시적 접근을 시도합니다. 유럽에서 군주 개인의 사유물이 아닌 국민 국가가 대두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가요? 국력을 키우려다 보니, 귀족과 기사 계급의 무력만으로는 유지가 힘들었고, 나폴레옹은 유럽 최초로 국민 개병제를 실시, 특권적 무장 집단이 아닌 보편 징병제 군대로 국가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려 했습니다. 비슷한 모습으로, 각국의 자본은 국내 시장 성장에 있어 한계를 느끼다 보니, 해외로 영역을 넓히려 했고, 처음에는 식민지화의 선택을 추구하다, 2차 대전의 결과로 모두에게 모든 시장을 개방한다는, 종속적 블럭의 전면 폐지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무력 침공으로 자국 영역을 확대하는 선택을 포기하다 보니, 타국의 경제 주체를 잘 구슬려 자신과 유리한 조건으로 동맹을 시도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닥 강한 나라가 아니라도, 상황에 따라 목소리가 높아지는 건 바로 이런 "다자 참여"의 형세가 마련되어서입니다.  

다른 하나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입니다. 저자는  H G 웰즈의 한 문장을 소개하고 있습니다만, 여기서 그의 예지력은 놀랍다 못해 소름이 끼칠 지경입니다. "... 인류가 어느 장소에서건 어떤 시각에건 '인류의 두뇌'라 할 수 있는 지식 집결체에 공평하게 접근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한다.... 이런 세상에서는, 중앙집권적 실체가 타인을 통제하는 일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질 것이다...." 부의 편재는 여전히 극복 안 된 모순이지만, 정보와 지식은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모두의 공유 자산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서양 속담에 "아는 것(지식)이 곧 힘이다"가 있죠. 지식과 정보가 보편화하면, 권력 역시 보편화하고, 보편화한 힘은 더 이상 배타적 권력의 지위를 유지하지 못합니다. G로 상징되는 거대 권력은, 빙하기를 맞이한 공룡만큼이나 시대 부적응적 존재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실제로 이 책에서도 잘 나오는 것처럼, G2의 한 축이라는(일부에서 그렇게 잘못 주장된) 중국은, 세계 곳곳에서 염치 불고하고 소소한 경제적 이권 챙기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지난 냉전 시절 미, 소 두 패권국은, 체면 때문에라도 과감히 "퍼주는" 정책을 고수했지, 이런 낯뜨거운 이삭줍기를 한 적이 없죠. 사정은 미국도 다르지 않고, 그보다 못한 러시아, 브라질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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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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