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으며
전혀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고개를 끄덕이고 무릎을 치게 된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것이다.
벌은 살충제에 약하다. 그런데 다른 벌레들은 살충제에 대한 내성을 획득하는 데 반해 벌은 별로 그런 경향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살충제에 더 취약하다. 그래서 벌의 집단 사라짐이 가속화되는데, 왜 그럴까? 《벌의 사생활》에서 소어 핸슨은 벌과 꽃의 관계에 대한 진화의 원리에 기대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애초에 벌이 화학 물질에 그토록 약한 이유가 무엇일까? 표적 곤충들은 모두 살충제에 내성이 생기는 것 같은데 왜 벌은 그렇지 못할까? ...
... 매뚜기 박각시나방, 딱정벌레, 진딧물, 장님노린잿과의 벌레들, 그리고 잎과 줄기와 씨앗과 뿌리를 공격하는 그 밖의 모든 해로운 생물은 착화합물의 독성을 없애야만 생활이 가능하다. 이들 생물은 주로 먹은 식물의 끊임없이 진화하는 화학적 방어를 극복하기 위해 수백 만 년 동안 고군분투하며 이러한 일을 해왔다. ...
... 그러나 벌은 다르다. 벌은 꽃가루 매개자의 역할을 하므로 식물의 입장에서는 벌을 쫓아내기는커녕 오히려 끌어들여야 하며 그 결과 어떠한 방어용 화학 물질도 거의 포함되지 않은 달콤한 꽃꿀과 단백질이 풍부한 꽃가루를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이 덕분에 벌은 계속해서 수월하게 영양을 공급받았다. 하지만 이는 곧 해로운 화합물이 든 먹이를 상대해야 할 진화적 경험이 거의 없었다는 의미였다. 해충 벌레들이 식물의 화학 물질을 처리하거나 피해가기 위해 이용하는 태생적인 대사 경로가 벌에게는 없는 것이다.“ (294~2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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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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