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사회과학
한국인의 맛
- 글쓴이
- 정명섭 저
추수밭
한국인들이 즐기는 음식들의 유래를 돌아보고, 이를 통해 한국 근대사를 되돌아보는 인문교양서이다. 이를 위해 짜장면에서부터 팥빙수, 즉석 카레, 믹스커피에 이르기까지 근대에서 비롯된 9가지 음식들이 널리 퍼진 배경과 함께 근대사와 함게 변해 온 우리의 입맛을 돌아본다. 우리의 문화사, 생활사라 할 수 있는 내용을 잡지사 기자가 음식물에 관한 특집기사를 취재하는 형태로 우리에게 들려준다.
인간에게 음식은 음식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끼니를 함께하는 사이를 식구(食口) 라고 부른다. 먹거리를 함께 하는 사람들은 삶의 경험이 모여 사회가 되고 국가가 되며 역사가 된다. 그래서 음식의 변천사를 돌아보면 이를 만든 역사의 현장이 나온다. 중국에서 유래된 짜장면이 인기를 끌 때에는 한반도에서 청국의 영향력이 컸고, 일본 제국주의가 기승을 부릴 때 감칠맛 난다던 아지노모도가 유행했다. 김치를 알고 좋아한다는 외국인을 만나면 마음의 벽이 스르르 무너져버리는 느낌을 받는 것도 음식이 먹거리 이상의 다양한 측면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한국 근대사와 함께 우리의 사랑을 받아온 음식들을 돌아본다. 근대의 검은 유혹 짜장면, 서양인을 닮고자 그들의 음식까지 좋아했던 돈까스와 카레의 사연, 서양의 겉과 동양의 속을 조화시킨 단팥빵, 시원함을 맛보게 했던 근대의 유산 팥빙수, 쓰고 깊은 한국인의 맛을 닮은 커피에 이르기까지 아홉 가지의 음식들을 돌아본다. 이제는 평범한 식탁을 이루는 음식들이지만 거기에는 근대 백년의 역사와 비밀이 숨어있음을 배우게 된다.
“당신이 먹은 것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준다.”고 브리야 사바랭은 말한 바 있다.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먹고 있는 음식이 우리의 역사를 말해준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흔히 한국에서 커피는 대한제국 시절 고종이 시작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국민들에게 널리 퍼지게 된 데에는 엉뚱하게도 가마솥 대신에 전기밥솥이 가정마다 보급되어 숭늉을 마시지 못하게 되면서 대체 음료로 각광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밥을 두고 그것이 한국의 보름음식인 김복쌈에서 시작한 것임지 아니면 일본에서 건너온 노리마키인지 기원을 둘러싼 ‘문화전쟁’이 일어나는 것도 음식이 지닌 역사성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익숙한 음식이라는 주제를 기자의 르뽀 형식으로 전하고 있어 쉽게 읽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음식 하나에도 수많은 사연이 담겨있음을 배우게 된다. 또한 여기 소개된 우리의 사랑을 받는 많은 음식들이 일제 강점기에 수용되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음식이 역사를 만들고, 역사가 음식을 만드는 사실은 우리의 근대사에만 국한된 사실은 아닐 것이다. 음식과 역사에 얽힌 사연들을 담담하게 이야기해 주는 교양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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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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