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날 책
계획된 책 구매에서 뜬금없이 예스 상품권이 올 때면 순간 갈등이 생긴다. 설문 상품권은 틀림없이 금요일까지 일 테니 무감각해졌지만, 이것을 포함해서 상품권이 몇 개 더 생기면 묻기엔 아깝고 하는 마음인 거다. 더구나 기한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어짜피 사야 할 책이기에 아직 읽을거리도 몇 권 있지만, 상품권이 사라지기 전에 마우스를 클릭했다. 4장을 묻을 수는 없는 거다. 그런데, 예스 배송시스템이 어쩌고저쩌고하더니 정말 빨라졌다. 예스는 다 좋은 데 배송이 늦다는 타박을 들어서일까. 책 배송이 빨라진 것이 공정별 노동자들의 더 힘든 수고로 된 것일까 걱정이 든다.
『감시와 처벌』. 다시 푸코를 도전한다. 작년 이맘때 개정판이 나왔지만, 국내 첫 출간이 20년도 더 넘었고 원서 출간은 1975년이다. 옮기신 분이 어려운 책인데도 많은 이들이 찾아주셔서 고맙다고 서문에 말하고 있다. 검색하면 필독서라고도 한다. 얼마나 많이, 누구에게 필독서인지 쉬이 납득은 어렵다. 어려운 책이고, 그래서 푸코를 검색하면 원서 해설서가 따로 출간될 정도다. 어렵사리 읽었던 『광기의 역사』가 감금을 다뤘는데 이 책도 그 연장선인가. 제목이 그렇게 보인다. 이 책은 머리 위로 벌이 몇 마리나 날아들까.
『고바야시 다키지 선집 3』. 다키지의 작품 4편이 실린 2권을 잡고서 그사이 어떤 것도 끼어들 수 없을 만큼 몰입하며 읽어내렸다. 자연스레 3권으로 이어지게 되었고……. 그러나 난 최초 다키지의 작품만(1, 2권) 읽기를 계획했었다. 왜냐면, 책값이 만만찮아서 그렇다. 작품만 읽어보면 되겠다 생각했다. 그러나 3권을 접하지 않았다면 다키지를 제대로 알지 못했을 것 같다. 3집은 그가 죽을 때까지 연모했던 여인 ‘다구치 다키’에게 보낸 편지와 다키지를 말하는 어머니의 글이 담겨 있다. 그리고 ‘노마 필더’의 글도 담겨 있다. 앉은 자리에서 책의 물리적 두께 반을 읽은 지금이다.
『마법의 수성펜 수채화』. (그리고 선물 받은 전용 종이) 블친의 소개 글을 보고 맘이 동했다. 내가 이 같은 것을 할 게 아니라 아들놈의 놀잇감 또는 가족의 놀잇감으로. 간 본다고 부자재(펜, 종이)도 책사면 주느냐는 댓글 질문에 블친이 전용 종이를 선물했다.
딸은 5살 때 벽에 붙여놓은 한글 자음과 모음을 보고서 스스로 한글을 터득했다. 빨라서 기뻐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만구 쓸데없다. 지금 딸은 글 읽고, 쓰고, 생각하기를 귀찮아한다. 글은 최대한 늦게 깨쳐야 한다. 아무것도 아는 게 없으므로 펼쳐지는 상상력이 글을 앎으로 해서 그것이 쳐 놓은 한계에 머무르게 된다. 아들은 6살이지만, 아직 밤잠 오줌도 가리지 못하고 글도 모른다. 기쁘다. 늦어라. 늦어야 좋다. 아들은 낙서를 좋아하고 칠하기를 좋아한다. 이 책이 아들놈의 상상력 놀잇감이 되었으면, 가족의 놀잇감이 되었으면 좋겠다. 수성펜도 있다. (그럴듯하게 그리려면 수채화 물감도 있어야 하나 본데) 아내가 수채화 배운답시고 사다 놓은 물감도 붓도 있다. 또 이것이 핵심인데, 블친 <삶의 미소> 님이 주신 전용 종이도 준비됐다. 총도 총알도 준비되었으니 주말에 발사하는 거다.
ㅡ 미소님 감사합니다. 미소 님이 전용지를 주시지 않으셨으면 아직 저는 이 책을 사나 마나 간 보고 있었을 겁니다. 속전속결 집행력 쵝오!!!
ㅡ 그리고 빈손이 부끄러워 미소님 과거를 추적 좀 했습니다. 오래전 서평단에 시원하게 물먹은 책을 골랐습니다. 그림도 좋아하시고. 수채화 반은 아들놈이 등록하는 걸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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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