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읽는중..
[ 빈 들의 저녁 ]
혼자 남을 때가 있다.
아무도 없고 아무 가진 것도 없이
두려운 가난만 남아 저물 때가 있다.
무리를 떠나 빈방에 돌아와
두부 한 조각에 막걸리를 들이켤 때.
빈속에 피가 돌고 몸이 뜨거워질 때.
문득 빈 것들이 예쁘게 보일 때가 있다.
조금 더 편하기 위해 빚을 지고
조금 더 남기기 위해 어지러운 곳을 기웃거렸다.
가진 것 다 털고 뿌리까지 뽑아내고
빈 들이 된 몸.
빈 몸에 해가 저물고 잠자리가 날고
메뚜기가 뛰어다닐 때.
아름다운 것을 조금쯤 알게 되었다.
들에 앉아 남은 두부 한 덩이 놓고
저무는 해를 볼 때.
세상의 온갖 빈 것들이 얼마나 평온한지.
얼마나 아름답게 우는지.
서로 자랑하듯 속을 비워내고 있다.
... 소/라/향/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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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