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읽는중..
[ 툭 ]
찬바람이 옷깃을 연다.
궁핍도 잊고 지체한 일들도 잊고
언덕을 오른다.
바람의 체온을 오래 안으면
바라보는 모든 것들이 붉게 물들어간다.
물들어간다는 건 소멸하는 것인데
이 아름답고 황홀한 속마음을 어디에 둘까.
악인이 넘치는 세계에서
무엇이 붙들고 무엇에 물들고 잠들까.
무엇을 위해 우린 목소리를 놓지 못했을까.
지난여름 온몸을 물로 가득 채웠지.
물의 힘으로 당신을 기억했다.
이제 서서히 내 몸에 물이 빠져나간다.
잎들은 모두 붉고 노랗게 늙는다.
언덕의 세상과 당신과 내가 온통 물들다가
툭 다른 계절로 사라지는 순간.
푸석한 내 몸에서 당신이 툭 떨어져나가는 순간.
툭 툭 빗방울이 가슴을 두드리는 절명의 순간.
... 소/라/향/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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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