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 리뷰
훌훌
- 글쓴이
- 문경민 저
문학동네
이 글에는 청소년문학 대상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었다. 그만큼 경쟁력 있는 글이라는 얘기다. 글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선 평범하면 안 된다. 특별해야 하고 그것이 타인들을 감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그런 조건들을 갖추고 있는 듯하다. 특별한 소재를 선택했고 그것을 특별하게 바라보면서 건강하게 채색해 가고 있다. 그런 면들이 아마 심사에서 크게 점수를 받은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물론 문장의 매끄러움도 한 몫은 했을 것이다.
‘훌훌’이라는 말이 가지는 의미는 매력적이다. 무엇인가 모두 벗어버린다는 의미가 진하게 깔려 있다. 어려운 일, 피곤한 일, 아픈 일 들을 물건처럼 내어놓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가볍게 인식하면서 옆에 둘 수 있겠다는 의미로 사용된 의태어를 만나면서 지난한 아픔이 떠오른다. 그것을 억지로라도 견디어내고 이겨나가고자 하는 입양아의 건강한 생각들이 들어있다. 좌절이라는 말을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환경에서 그것을 극복하는 의미로 사용된 ‘훌훌’이라는 말이 무척 친근하게 다가든다.
고교 2학년인 유리의 얘기를 하고 있다. 유리는 할아버지와 둘이 살아가고 있다. 엄마는 유리를 보살피는 것을 포기했는지 밖으로 나가버렸고, 돌아오지 않는다. 아빠는 모른다. 그런 가운데 유리는 자신이 엄마 서정희에게 입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서정희는 할아버지의 딸이고, 자신은 그러니까 입양아로 할아버지의 손녀가 된다는 말이다. 그런 가운데 서정희가 죽었다는 얘기가 들려오고 그녀의 아들인 초등 4학년 연우가 그 집에 들어오게 된다. 연우는 아동학대 흔적이 있고, 그런 환경 탓으로 학습과 행동에 많은 문제를 보인다. 유리에게도 마음 문을 열지 않는다.
유리의 학교생활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함께 묶인 친구들도 있다. 미희, 주봉이 그들이다. 미희는 세밀한 아이로 학습능력도 있다. 주봉은 털털하고 학습에는 별로 관심이 없으며 정의로운 학생이다. 그들 3명은 점심시간을 중심으로 항상 몰려다닌다. 그런데 신 학년 때, 동아리에 참여해야 한다. 그래서 4명 이상이 되면 동아리를 만들 수가 있기 때문에 그들은 한 명을 더 참여시키기로 한다. 유리가 추천한다. 성당에서 본 세윤을 참가시키면 어떻겠냐고 한다. 세윤은 말이 없고 삼세하며 침착한 학생이다.
연우가 그 집에 들어와 그를 먹이고 학교에 보내는 일은 유리의 담당이 된다. 즉 유리의 일이 무척 많아지게 된다. 연우가 처음 학교에 갔을 때 유리에게 연락이 계속해서 온다. 그것은 연우의 학교에서 오는 소식이다. 연우가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유리는 연우의 학교에 찾아가서 그런 사실들을 다 듣는다. 그리고 연우를 데리고 집으로 간다. 그리고 한 번은 연우가 학교에서 친구를 때려 그의 부모가 찾아왔던 적이 있다. 연우가 세희의 얼굴을 때려 상처를 입혔다는 것이다. 그래서 할아버지와 연우, 유리 그렇게 모두 세희의 집에 사과하기 위해서 찾아가기까지 한다. 그런데 그 집은 세윤의 집이었다. 세희는 세윤의 동생이었다는 말이다. 할아버지는 세희 어머니에게 사과를 하면서 연우를 사과하도록 시켰다. 무사히 일을 잘 끝이 나고 연우가 다시는 그렇지 않겠다고 하면서 해결된다.
그런 사이에 연우가 어머니의 마지막을 함께 있었다는 것이 문제가 되어 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된다. 그 일 때문에 유리는 신경을 많이 쓴다. 결국 어머니의 과실로 인한 사망으로 끝이 나고 연우가 다리에서 밀어 어머니가 떨어졌다는 책임을 모면하게 된다. 그 후 연우는 조금 밝아지는 모습을 보인다. 할아버지는 가끔씩 며칠씩 집을 비운다. 택시 운전으로 생계를 유지해 나가는 할아버지는 며칠 집을 비우고 들어오면 화장실에게 무척 괴로운 동작을 보인다. 유리는 그 사실에 끔찍한 생각을 갖게 되고, 할아버지에게 묻는다. 무슨 병이냐고. 결국 할아버지는 암이라고 얘기하고 그렇기 때문에 검사와 치료를 위해 며칠 병원에서 머문다는 것을 유리는 알게 된다.
유리는 암담해 진다. 아직은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할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면 자신과 연우는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는 생각을 한다. 자신은 피붙이 하나 없는 이 집에서 언젠가는 떠나겠다는 생각을 늘 했지만 연우가 들어오고 가정적인 분위기를 느끼기 시작한 때다. 할아버지는 조직검사를 하고 수술을 할 수 있으면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 치료를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학교의 담임선생님에 대한 유언비어가 나돌고 그것이 모두 엉뚱한 얘기라고 유리는 생각한다.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았다든지, 바람이 나서 혼자 살게 되었다든지 하는 내용이다. 담임선생님은 유리와 가까운 곳에 살고 있다. 가끔씩 연우도 돌봐주고 유리에게는 아주 살가운 선생님이다. 그런데 아이들 중 몇이 정확하게 벌점을 주는 선생님에 대한 반감으로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유언비어를 문제 삼는 일이 일어난다. 모든 학생들이 싫어하는 빛을 띠는데도 이들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선생님을 넌지시 궁지로 몰아넣는다. 그 얘기를 듣다 못한 세윤이 책상을 쾅 치게 되고, 선생님은 아이들의 태도를 교권보호위원회에 물어보겠다고 하면서 이 후는 녹음을 하면서 수업하겠다고 슬기롭게 처리한다. 아이들은 더 이상 떠들거나 문제를 일으키지 못한다. 유리는 그때 세윤을 다시 보게 된다. 세윤을 남다른 아이라 생각한다.
중간고사가 코앞에 있게 되고, 내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리는 학습에 열중을 한다. 하지만 학원 한 번 가지 않은 입장에서 성적에는 한계가 있다. 유리는 늘 최선을 생각한다. 원래 유리는 대학의 조건 중에서 4년 장학금, 기숙사 등의 조건만 갖춰지면 어디라도 괜찮다는 생각을 한다. 대학을 갈 때가 집을 떠날 때라고 생각을 하면서 성장해 온 것이다. 그런데 잡다한 여러 일들이 겹치면서 학습에도 많은 지장을 받는다. 또 연우를 보면서 그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도 생긴다. 그래서 할아버지의 건강이 더욱 마음이 써지게 된다.
그런 가운데 세윤이가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세윤은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에 대해 당당하다. 보통의 경우, 힘들어 하거나 자신을 감추려 애를 쓰는데 세윤은 그렇지 않다. 그것을 보면서 유리는 자신에 입양아라고 밝히지 못하는 사실에 대해 힘겨워 한다. 그러면서 유리는 자신의 친부모가 어디에 있는가? 누군가를 알고 싶어 하고 뭔가 알고 있는 듯한 세윤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하지만 세윤은 피하기만 하고 할아버지에게 물어보지만 답이 없다. 그런 시간이 좀 지나간다. 할아버지는 수술하기로 결정하고 유리의 과거에 대해 얘기해 준다. 세윤은 입양 가족 관련 동영상을 유리에게 보내준다. 그래서 유리는 자신의 처지를 알게 된다.
과거, 어느 날 트럭과 승용차가 부딪히는 사고가 난다. 승용차에는 어린아이를 둔 서정희씨 가족이 타고 있었고 트럭에는 아이 하나를 둔 젊은 부부가 타고 있었다. 젊은 부부는 그 사고에서 즉사한다. 승용차에서는 어린아이가 죽고 남편마저 죽는다. 그래서 서정희는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유리를 데리고 와서 양녀로 삼는다. 결국 유리의 친부모는 모두 죽은 것이다. 그 후 서정희는 아무래도 유리에게 소홀하게 되고 밖으로 돌게 된다. 학원 강사의 일도 심드렁하게 되고 남자를 만나 연우를 가지게 된다. 그러면서 술로 연명하는 삶을 살게 된다. 그러면서 연우와 싸우게 되고 학대도 하게 된다. 유리가 연우를 처음 만났을 때 연우의 몸은 상처투성이다. 그것이 서정희의 아픈 사실이라 할 수 있을 게다.
할아버지는 수술을 한다. 그리고 유리는 세윤의 위로를 받는다. 세윤의 아버지도 암이었는데 치료를 받고 지금은 깨끗하다고. 할아버지가 치료를 받고 나면 낫게 될 것이라고 한다. 유리의 집을 떠나고자 하는 생각도 변해 간다. 피붙이는 아니지만 한 가족인 연우를 그냥 둘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연우와 할아버지 그렇게 가족을 이루어 살아가는 날을 생각한다. 이전까지 모두 차갑게 구분되는 가족이었지만 조금씩 서로를 내어주고 마음을 나누는 훈풍이 도는 가정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인다.
입양아에 대한 문제를 거론하면서 그 아픔을 그린다. 어린아이의 입장에서 자신이 입양아라는 것을 알았을 때 친부모에 대한 배반감, 그리고 같이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낯섦 등은 쉽게 빠져나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좌절감, 상실감 등이 대단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 사실들이 심리적으로 어떻게 어린 마음을 이끌어갈 것인가는 명약관화하다. 자신에 대한 포기 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많다. 그런데 이 글은 입양아들이 그것을 알았을 때 자신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가는 쪽으로 방향이 잡힌다. “어떻게 하면 더욱 건강한 삶이 될까? 바람직한 삶이 될까?”를 생각하도록 하고 있다. 세윤, 유리 모두가 그렇게 건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정말 어려운 환경의 성장을 보여준다. 유리는 초등 3학년 때부터 음식을 만들었다 한다. 할아버지가 음식에는 서툴러 유리가 찌개를 끓이게 되고 그것이 할아버지가 칭찬하는 음식이 되면서 그때부터 유리가 집안의 살림을 담당하게 된다. 연우가 처음 그 집에 왔을 때 참치 김치찌개를 끓이게 되고 연우가 그것을 무척 좋아한다. 음식이 마음에 들어 유리에게 조금의 마음을 연다는 말이다. 그렇게 되면서 음식을 통해 차츰 연우와 벽을 허물어 나간다. 요즘 어른이 되어도 반찬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많은데, 유리의 삶은 생존을 위한 처절함이 깃들어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그런 삶을 바른 시선으로 지켜나가는 따뜻한 작가의 눈도 마음에 지혜로 다가든다.
성장은 무한한 가능성이다. 어릴 적 삶은 기억일 따름이다. 아무리 힘들고 아팠을 지라도 과거일 따름이다. 그것이 오히려 긍정의 사다리가 될 수 있음이다. 이 글은 어렵게 살아온 사람들에게 희망의 빛을 선사하고 있는 글이다. 읽으면서 험난한 삶의 길에서 따뜻함을 잃지 않게 하는 아름다운 시선을 보았다. 이런 마음들이 살아있다면 세상의 아이들도 건강하게 자랄 것이고 세상도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사람은 서로 어울려 살아가면서 문제가 풀어질 수 있는 것이다 연우를 바라보는 유리의 눈은 조금씩 확신에 차 있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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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