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나의 문구 여행기
- 글쓴이
- 문경연 저
뜨인돌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살아가는 것에 용기와 자신감을 가져야 하는 시대다. 무엇보다 먹고 사는 일을 해결할 수 있어야만 하니까. 먹고 살아 있어야 좋아하는 일도 계속 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니까. 그래서 그런가, 다루는 소재나 대상이 다를 뿐, 비슷한 의도를 가진 글이나 책을 종종 만난다. 약간의 지루한 맛을 느끼면서도 딱 끊지 못하고 내가 자꾸 들여다보는 것은 아직 내 안의 용기를 찾지 못한 탓이 아닌가 싶다.
글쎄,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여정을 따라가며 끊임없이 떠올리는 물음. 지금 한창 자라고 있는 청소년도 아니고, 한 차례 삶을 정리한 은퇴까지 한 상황에서도 나는 여전히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가를 묻는다. 이건 아직도 내가 계속 살아갈 의지를 갖고 있다는 뜻일 것이고, 남은 날들에 기대를 품고 있다는 말일 것이다. 절대로 무작정 살지는 않겠다는 것, 그저 살아남지는 않겠다는 것, 사는 동안에는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끝없이 탐색할 것이며 하루하루를 챙기는 데에 소홀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문구를 좋아해서 문구와 계속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낸 작가. 쉽지 않았을 것이고 앞으로도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그것을 지키기 위한 일에 몰두하며 사는 기쁨과 보람이 어떠한 것인지 알아버렸으니 이전으로 돌아갈 수도 없으리라.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알기 전으로는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것.
나는 내가 문구도 참 좋아하고 여행도 참 좋아하는 줄 알았다. 이 책도 잠깐 잊고 있었던 나의 해묵은 습관에 따라 골랐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보니 알겠다. 나는 문구를 좋아하는 것도 수집을 좋아하는 것도 여행조차도 그다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그저 남들처럼 따라 해 보고 싶은 마음이 강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을. 좋아 보였으나 딱히 갖고 싶은 마음이 안 들어서 마음이 무척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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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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