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 리뷰
세상이 좋아지지 않았다고 말한 적 없다
- 글쓴이
- 오찬호 저
위즈덤하우스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공평한 곳이라고, 좋은 곳이라고 믿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불편한 이야기를 꺼내는 이를 상당히 경계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욕먹을 각오로 불편한 이야기를 꺼내는 이들이 있다. 우리가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꼭 알아야 할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상기시켜 주는 것이다. 오찬호 저자는 그런 사람이다. 지난 번 그의 최신작인 <민낯들>을 감명 깊게 읽어서, 그의 다른 책을 찾아보게 되었다. <세상이 좋아지지 않았다고 말한 적 없다> 역시 우리를 불편하게 하지만 꼭 알아야 할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세상이 좋아지지 않았다고 말한 적 없다>는 <행복은 생각하기 나름이 아니다>, <차별은 생각하기 나름이 아니다>, <교육은 생각하기 나름이 아니다>, <성평등은 생각하기 나름이 아니다>, <무례함은 생각하기 나름이 아니다>, <일상은 생각하기 나름이 아니다>로 나누어져 있다.
각 장에서 행복, 차별, 교육, 성평등, 무례함, 일상 등에 관해서 이야기 하고 있지만, 이들 모두를 관통하는 것은 바로 타인의 삶에 대해 함부로(또는 섣부른) 결론을 내리는 태도이다. 섬뜩한 것은 책을 통해 우리가 차별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것들이 실은 차별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그런 차별들에 익숙했고(또는 무관심했고), 그런 것들이 내게 슬며시 배어있었다는 사실에 소스라치게 놀라게 된다.
사회가 왜 이런 식으로 변한 것일까를 고민해 보게 된다. 아군이 아니면 적군이라는 이분법적 사고, 다양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편협함, 행운과 출신조차 나의 노력의 결과라고 믿는 오만한 태도, 타인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실패한 인생은 노력이 부족해서라고, 성공한 인생은 그만한 노력의 대가라고, 그동안 과연 그럴까라는 질문을 던질 생각은 왜 하지 못했을까.
앞으로의 삶은 더 각박하게 흘러갈까, 아니면 차별과 부당함을 바로 잡으려는 이들이 좀 더 많아져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게 될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우리는 삶의 최전선에서 부당함을 알고 바로잡으려는 노력조차 할 시간이 없다. 세상이 우릴 그렇게 몰아붙인다. 하루하루 먹고살기 고단하기 때문에 세상이 부조리하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것조차 살기 위해 받아들여하는 처지에 놓인 이들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차별에 조금 더 예민해지다면 세상은 그만큼 더 좋아지지 않을까. 삶을 위해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라도 나 역시 누군가에게 무심코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나, 내가 옳다고 믿는 게 과연 옳은가, 세상은 이대로 괜찮은가,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봐야 하지 않을까.
“세상은 사람이 만든다. 사회가 좋아지든 나빠지든 이는 사람들의 선택이 모인 결과다. 우리에게 익숙한 오늘이 누군가를 아프게 할 미래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늘 옳은 선택을 해야 한다.”(127쪽)
“외부와의 생산적 교류를 단칼에 끊어버리는 사람은 자기 생각과 비슷한 무리들만을 만나 그릇된 신념을 견고한 양심으로 만들어 행동한다. 당연히, 타인에게 불편을 끼치는 것조차 모른다.”(152쪽)
이 책을 읽고 저자의 다른 책인 <민낯들>, 그리고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도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
#세상이좋아지지않았다고말한적없다 #오찬호 #사회학 #서평 #추천도서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