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중재리뷰(에세이/한국문화/한국사)
아름다운 마무리
- 글쓴이
- 법정 저
문학의숲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저자가 남긴 ‘무소유’라는 표현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안겨주고 있다. 속세를 벗어나 수행하던 승려였기에 ‘무소유’의 실천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뭐든지 넘쳐나는 자본주의 환경에서 소박하고 행복한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지금은 ‘미니멀리즘’이라는 삶의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이해된다. 우연히 손에 들어온 이 책을 읽으면서,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했던 저자의 일상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저자는 같은 제목의 에세이를 통해서 ‘아름다운 마무리’의 다양한 의미를 풀어내고 있지만,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라는 표현이 가장 가슴에 와 닿았다. 곧 ‘채움만을 위해 달려온 생각을 버리고 비움에 다가가는 것’이라는 의미를 거듭 되새겨보았다. 이 책에서는 ‘무소유’를 넘어 ‘놓아두고 가기’를 새로운 ‘행동지침’으로 삼은 사연을 풀어내고 있다. 자신이 가진 것을 필요한 이들과 나누고,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삶의 자세를 일컫는 것이라고 하겠다. 소로우가 2년여 동안 머물렀던 월든의 숲속을 찾아 그 흔적을 더듬어보기도 하고, 자식들에게 보낸 서간첩을 읽으면서 연암 박지원의 마음을 기리는 저자의 생각을 엿볼 수도 있었다.
아마도 글을 쓸 당시 한창 논란거리가 되었던 ‘한반도 대운하는 안 된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서, 그것이 우리의 ‘생태계를 크게 위협하고 파괴하려는 끔찍한 재앙’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한다. 특히 자연을 정복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터전으로 인식하는 ‘인디언의 지혜에 귀를 기울이자’고 말하는 내용도 있다. 수행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책을 많이 접하게 되었음을 밝히면서, ‘읽고 나서 남에게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책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을 드러내기도 한다.
‘삶에 대한 감사’하게 여기는 것을 아름다운 마무리로 꼽는 삶의 자세를 통하여, 자칫 누군가를 원망하는 마음을 잔뜩 품었던 나의 일면을 되새겨볼 수 있었다. 언제부턴가 ‘느리고 불편하게 살자!’고 다짐하지만, 여전히 조금 더 빠르고 편한 것을 찾게 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스스로 마음을 비우고,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보았다. ‘무소유’를 실천하고자 노력했던 저자 역시 ‘때깔 고운 도자기를 보면’ 욕심이 생긴다는 고백을 들으면서, 여전히 책에 대한 집착을 끊지 못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 이제는 무엇엔가 욕심내기보다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를 생각해 봐야겠다.(차니)
* 개인 독서 카페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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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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