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도서
도서실에 있어요
- 글쓴이
- 아오야마 미치코 저
달로와
도서실에 관련된 이야기라고 하면 일단 관심이 생긴다. 책으로 둘러싸인 공간은 늘 로망이었으니까. 약간 서늘하면서도 특유의 종이 냄새가 감도는 그곳을 떠올리노라면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대기실에 들어선 기분이 든다. 순정만화에 나오는 햇살 가득한 빛의 도서실도 좋지만 뭔가 미스터리한 기운이 감도는 고서점도 운치가 있다. 일본서점대상 2위에 선정된 아오야마 미치코의 소설 《도서실에 있어요》는 제목에서부터 도서실을 내세우고 있으니 당연히 호기심을 강하게 끌었다. 도서실에 책 말고 또 뭐가 있다는 것인지는 원제가 말해준다. 《お探し物は圖書室まで》 “찾으시는 건 도서실에” 그렇다.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우연히 들른 도서실에서 마음속으로 갈구하던 무언가를 찾게 된다는 이야기다. 초등학교 옆에 위치한 커뮤니티 센터에는 규모는 작아도 알차게 구비된 도서실이 있다. 레퍼런스 카운터 뒤에 자리하고 있는 커다란 몸집의 온통 새하얀 사람을 보면 누구나 깜짝 놀라곤 하지만, 사서인 그녀가 지극히 온화한 목소리로 말을 건네어 오면 저도 모르게 속내를 비추고 만다. “뭘 찾고 있지?”
1장 | 도모카(21세, 여성복 판매원)
단조로운 일상에서 탈출구를 찾던 도모카는 도서실에 컴퓨터 관련 책을 빌리러 갔다가 그림책과 프라이팬 모양의 양모펠트를 받았다. 프라이팬? 그렇다면 책에 나오는 카스텔라라도 만들어볼까.
2장 | 료(35세, 가구 제조업체 경리)
료는 샐러리맨으로 생활하고 있으나 실은 골동품점이 오랜 꿈이다. 하지만 가게를 차린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여자친구와 방문한 도서실에서 고양이 마스코트와 이색 가게 정보를 입수했다.
3장 | 나쓰미(40세, 전직 잡지 편집자)
젊은 여성 대상의 잡지를 편집하며 열정적으로 일하던 나쓰미는 출산휴가 후 자료팀으로 이동되고 말았다. 업계에서 도태되는 기분으로 아이와 간 도서실에서 달에 관한 책과 지구 모형을 받았다.
4장 | 히로야(30세, 백수)
히로야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었지만 여태껏 그가 있을 자리 하나 구하지 못했다. 자신의 존재가치마저 회의가 들던 차에 모처럼 의욕이 솟는 책과 마주했다. 덤으로 딸려온 건 작은 비행기.
5장 | 마사오(65세, 정년퇴직자)
평생을 몸담았던 직장을 정년퇴직한 마사오는 그동안 자신이 이룬 게 뭔지에 대한 허무감과 함께 사회의 소속감마저 사라져버렸다. 취미라도 만들어볼까 싶은데 게 모형과 함께 시집을 추천받았다.
일과 삶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5명이 찾은 동네 커뮤니티 센터의 작은 도서실. 무뚝뚝하지만 듣기 좋은 음성을 지닌 사서가 생각지도 못한 책 선택과 수제 양모펠트라는 귀여운 부록으로 그들의 등을 살며시 밀어준다. 처음에는 신비로운 부록의 효과라고 생각하지만 무엇을 찾았든 그건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결과이고 결국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건 자기 안에 내재되어 있는 힘이라는 것을 깨닫는 사람들을 통해 약간의 반성을 하게 되었다.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서 눈앞에 길이 열리기를 바라는 건 너무나도 안이하고 나태한 생활태도라는 각성이라고나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발을 떼어놓지 못하고 있다. 소설에서처럼 귀인을 못 만나서라는 건 핑계일 뿐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지혜로워진다고들 하는데, 패기는 사라지고 불안함만 늘어가는 한심한 자신에게 어떤 부록을 선물해야할는지 고민해봐야겠다. 아니, 그보다 먼저 “나는 뭘 찾고 있나?”
고작 160년 전- 오른손 위에 올려놓은 비행기를 바라보았다. 160년 전 사람들에게 이런 탈것이 있다고 말한다 한들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쇳덩이가 하늘을 날 리 없다면서. 그런 건 공상의 세계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라면서. 나 또한 생각했었다. 내가 그림에 재능이 있을 리 없다고. 평범하게 취직 따위 할 수 있을 리 없다고. 그런데 그 생각이 가능성의 폭을 얼마만큼 좁혀온 것일까?
p. 287
자신을 둘러싼 환경 자체를 변화시킨 다윈과 연구자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히로야는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려 한다. 여러 가지 면에서 가깝게 다가온 인물. 그래서인지 가장 응원해주고 싶었고, 점차 달라지는 그의 모습에 눈물이 맺힐 정도로 안도했다. 어쩌면 나와 겹쳐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엄마는 당연히 똑똑한 형을 좋아할 거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좀처럼 적응을 하지 못하는 아들을 다그치지 않고 기다려주었다는 사실을 가슴으로 깨닫는 못난 동생의 모습 또한 익숙했다. 히로야에게 만화가 변하지 않는 친구였던 것처럼 나의 친구는 늘 책이었다. 그러나 너무 편협한 세상에 스스로를 가두어 둔 건 아니었던가, 나 역시 어린 날의 자신에게 미안하다. 마침 이런 영상을 보았다. 자신을 고쳐가는 데는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고. 계속 반복하다보면 완전히 바꿀 수는 없겠지만 조금씩 변화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그래, 아직 늦지 않았을지도 몰라...
* 책속의 책
第1話 『구리와 구라ぐりとぐら』
第2話 『영국왕립원예엽회와 함께 즐기는 식물의 신비英國王立園芸協會とたのしむ 植物のふしぎ』
第3話 『달의문月のとびら』石井ゆかり
第4話 『사진으로 보는 진화의 기록: 다윈 등이 바라본 세상ビジュアル進化の記錄 ダ-ウィンたちの見た世界』
最終話 『겐게와 개구리げんげと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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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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