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리뷰
사람, 장소, 환대
- 글쓴이
- 김현경 저
문학과지성사
우리는 존재 그 자체로 환대받을 수 있을까. 아니, 환대받고 있을까.
책의 서문은 <그림자를 판 사내의 이야기>라는 소설을 이야기하면서 시작된다. 이 소설은 주인공이 악마에게 그림자를 판 대가로 금을 무한하게 만들어내는 '행운의 자루'를 얻게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림자가 없어진 주인공을 사람 취급하지 않는다. 그렇게 후회한 주인공은 악마에게 다시 그림자를 달라고 요구한다. 그림자는 사회가 그 인간을 사람으로 보느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요소였다. 저자는 '사람 자격'의 기준, 즉 사회 낙인의 가시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렇게 저자는 '사람이란 무엇인지' 묻는다. '인간'과 '사람'은 다르다. 인간은 그저 존재하지만, 사회 내에서 인정을 받은 존재는 사람이 된다. 이런 정의를 따른다면, 이 세상에는 인간이지만 사람이지 않은 존재를 찾아볼 수 있다.
저자는 그예시로 군인과 노예가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사람이 아니라, 물건 혹은 단순 존재의 취급을 받는지를 설명한다. 우리는 일상에서도 사소한 방식으로 존재를 지우고, 사회 내에서도 암묵적으로 존재를 지운다. 책에서 나오는 예시는 택시기사다. 우린 암묵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생각하며, 나만의 할일을 이어나간다. 이렇듯 우리는, 일상에서도 존재의 인정에 대한 다양한 형식을 띈다.
"이 책은 영혼과 육체의 대립 속에서 간과되어온 그림자의 문제, 다시 말해 '사람'의 문제를 다룬다. 우리는 어떻게 이 세상에 들어오고, 사람이 되는가? 우리가 사람이기 때문에 이 세상에 받아들여진 것인가 아니면 이 세상에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사람이 된 것인가? 다시 말해서 '사람'이라는 것은 지위인가 아니면 조건인가? 조건부의 환대 역시 환대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 주어진 환대가 언제라도 철회될 수 있다면, 우리는 진정한 의미에서 환대되지 않은 게 아닐까? 이것이 이 책이 제기하는 질문들이다." (P.26)
사회는 인정투쟁의 장이다. 우리는 단순히 사람다움의 자격을 얻지 않는다. 우리는 가면(페르소나)을 쓰고 서로의 모습을 바라본다. 저자는 고프먼의 주장을 인용하며 인격이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상호작용 속에서 끊임없이 현상하는 것"임을 설명한다. "사람다움은 우리가 언래 가지고 태어났거나 사회화를 통해 획득해야 하는 본질이 아니다. 그보다 사람다움은 우리에게 있다고 여겨지며, 우리 스스로 가지고 있는 체하는 어떤 것, 서로가 서로의 연극을 믿어줌으로써 비로소 존재하게 되는 어떤 것이다."
저자는 인류학과를 전공했다. 글에서 굉장한 인류학의 분위기가 풍겨왔다. 인간은 사회 내에서 정의내려진다. 사회를 벗어나 존재할 수 없다. 삶은 사람대우를 받고자 싸우는 전쟁터가 아닐까. 핵심은 동등한 대우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나를 사랑해주거나 절대적 호의를 베풀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자격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우리 스스로가 노력해서 다같은 사회 내에서 공존할 수 있는 것. 나는 세계 역사의 투쟁이 사회 내로 받아들여지고자 하는 마음의 투쟁이라고 생각한다. 소외는 무기력을 낳는다. 무기력은 가능성을 없앤다. 우리 세상은 끊임없는 가능성의 발현을 동력으로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지 않나.
저자는 마지막 부분에서 절대적 환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비치는데, 나는 이 논의들이 약간 현실을 벗어난, 형이상학적이고 공상적인 느낌이 들었다. 사실 이민자나 난민이 밀려오는 것은 기존 영역에 있는 사람들이 긴장할 만한 사안이다. 단순히 절대적 환대의 개념으로써 받아들이기엔 현실의 문제가 매우 강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고민해야 한다. 환대라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또 우리는 누군가를 환대하고 있는지. 결국 사회를 살아가는 존재로서 우리는 서로에게 존재지어지고 존재를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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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