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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개정판)
- 글쓴이
- 메리 앤 셰퍼 외 1명
이덴슬리벨(EAT&SLEEPWELL)
이 책은 감추인 보배와 같은 책이다. 편지 형식의 글이라 처음에 줄거리를 잡는데 애를 먹었다. 그리고 등장 인물들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데도 상당한 인내와 노력이 필요했다. 오죽하면 종이를 옆에 펼쳐놓고 인물 관계도를 그려가면서 책의 내용을 따라가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과정을 거쳐 줄거리가 잡혀가는 시점부터는, 책의 매력에 빠져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게 된다. 그러니 이 책의 진정한 매력을 발견하려면 처음 얼마간의 인내와 수고를 투자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이 책에 대한 감상을 적어보겠다.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이 인간이 고안해낸 그 어떤 장벽도 초월한다’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독일의 점령 하에 있던 건지섬 사람들을 견디게 하였던 힘은 바로 예술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독일의 점령으로 인한 강압과 억눌림 속에서 숨 쉴 수 있게 해주고, 현실의 고통을 초월하여 웃을 수 있고 상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넓은 의미의 예술, 곧 문학의 힘이었다. 그래서 북클럽 회원 중 한 사람은 이렇게 고백한다.
‘독일군 점령 하에서도 저는 찰스 램 덕분에 웃을 수 있었습니다.’
건지섬 북클럽은 독일군에게 체포되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도피처였다.
‘우리 문학회의 설립 배경은....돼지구이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이 독일군에게 체포되지 않게 꾀를 쓴거라고요.’
‘이제부터 우리가 뭘 할거냐면요, 사령부에서 조사가 끝나는 대로 폭스 서점에 가서 책을 살거예요. 문학회 회원이 되려면 문학애호가처럼 보여야 하니까요.’
‘우리 대부분이 학교를 졸업한 후로 책과 인연이 별로 없었습니다. 우리는 깨끗한 종이를 망칠까 조심하며 모저리 부인의 책장에서 책을 꺼냈어요. 당시 저는 책 따위엔 관심이 없었습니다. 오직 사령부와 감옥에 대한 두려움으로 책장을 펼치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 생긴 배경을 정리해보면, 독일군 점령 당시에 건지섬 주민들은 식량을 박탈당하고 홀로 고립되어 지냈는데 배고픔과 외로움에 지쳐갈 무렵 엘리자베스라는 여성이 얼굴만 알았지 친하게 지내지 않았던 이웃들에게 쪽지를 보내 다 같이 한집에 모이게 된다. 독일군에게 들키지 않고 갖고 있던 돼지고기를 만찬으로 제공했고 각자 집에서 조금의 음식을 챙겨왔는데 그중 감자껍질파이도 있었다. 건지섬 주민들은 오랜만에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각자의 집에 돌아가게 되었고 하필 통금시간을 어기게 되어 독일군에 발각된다. 그때 무슨 모임인지를 밝히라는 취조에 당황에서 건지감자껍질파이라는 얘기가 나왔으며 독서모임이라고 둘러댔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주민들은 모여 독서모임을 하게 되고 힘들었던 시기에 책을 통해 위로를 얻었고 이웃들과 정을 나눔으로 극복할 힘을 얻게 된다.
‘집으로 돌아가 각자 책을 읽었지요. 모임이 시작되었찌요. 처음에는 사령관이 올 때를 대비한 것이었고, 그 후로는 우리가 즐거워서 모였답니다. 우리 중 누구도 문학회란 걸 경험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문학회 회원들은 이제까지 책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따. 그런 그들이 책을 읽기 시작했고, 책을 읽고 모여서 함께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의 즐거움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 과정이 다음 내용에서 잘 드러난다.
‘읽은 책에 대해 돌아가며 발표하기로 했지요. 시작할 때는 조용히 경청하고 객관성을 잃지 않으려 애썼지만, 곧 분위기가 바뀌고 발표자의 목적은 자기가 읽은 책을 다른 회원들도 읽고 싶게 부추기는 쪽으로 흘러갔어요. ’
‘논쟁을 벌였는데 그러니까 굉장히 즐겁더라고요. 우리는 책을 읽고 책에 관해 이야기하고 책을 놓고 토론하면서 점점 더 가까워졌어요. ’
책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라는 것이 다시한번 느껴졌다. 역시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깝게 해주는 것은 책이 가장 좋은 수단인 것 같다. 이러한 책을 통한 교제는 힘든 현실을 극복할 힘을 주기도 하였다.
‘우리 모임은 그야말로 활기차고 유쾌한 시간이 되었쪄. 때때로 어두운 현실을 거의 망각할 정도로요. ’
책의 가치와 사람 사이에서 책이 갖는 소중한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책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기도 하지만, 책과 다른 책 사이를 책 자체가 이어주기도 한다.
‘책 속의 작은 것 하나가 관심을 끌고, 그 작은 것이 다른 책으로 이어지고, 거기서 발견한 또 하나의 단서로 다시 새로운 책을 찾는 거죠. ’
그리고 좋은 책을 읽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새삼 느끼게 되었따.
‘좋은 책을 읽으면 나쁜 책을 즐길 수 없게 되는 법이죠.’
에밀리 브론테처럼 훌륭한 작가의 책을 읽으면, 다시는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저급한 수준의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없게 된다고 문학회 회원은 고백한다. 좋은 책을 찾아 읽고 책의 가치를 스스로 알아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겠다. 그리고 훌륭한 책의 가치를 많이 경험하여 책에 대한 눈높이를 높힐 필요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좋은 책들을 적극적으로 권장하여 그들의 눈높이를 높여주는 책임이 어른들에게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들의 눈높이를 높여 놓기만 하면 그들은 스스로 좋은 책을 알아서 읽게 될 것이다. 눈높이보다 낮은 책에 대해 스스로 거부감을 느끼게 될 테니까.
이 책의 주인공인 줄리엣은 우연한 기회로 건지섬의 아름다운 풍경과 섬 주민들의 삶, 북클럽의 존재를 알게 된다.
‘건지섬으로 들어오는 길은 바다를 지날 때 가장 아름답다고 전해진다. 해가 질 무렵이나 해가 바다에 반쯤 잠겼을 때, 시커먼 먹구름이 끼었을 때다. 안개 속에서 섬이 모습을 드러낼 때 독특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
이렇게 아름다운 건지섬은 그 속에 섬 사람들의 큰 슬픔이 간직되어있다는 것을 줄리엣은 알게 된다.
‘작은 슬픔은 말이 많지만, 크나큰 슬픔은 말이 없는 법이다. ’
줄리엣은 건지섬에 갔고, 섬과 섬 주민들에게 고향에 온 것처럼 따스함을 느끼고 그곳에 머무는 시간이 자꾸만 길어진다. 처음부터 끝까지 줄리엣은 주인공이었지만 숨겨진 또 다른 주인공은 엘리자베스다. 그녀는 북클럽의 창시자이면서 자기희생을 하면서 타인을 위하는 사람으로 2차 세계대전 중에 갓 태어난 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했고 어려운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침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로 인해 수용소에서 목숨을 잃게 된다.
‘엘리자베스가 가까이 있다고 느끼길 바랍니다. 그녀는 언제나 강했습니다. 그녀의 정신도 결코 약해지지 않았습니다. ’
전쟁의 와중에 이렇게 인간애를 지키고 강한 정신력을 잃지 않은 엘리자베스가 이 책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이런 극한상황에서도 얼마큼의 존엄성과 인간애를 지킬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책을 통한 인간 간의 연대와 소통, 극한 상황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존엄과 배려를 지키는 것의 소중함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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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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