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훗날, 내 밑거름
행성 1
- 글쓴이
-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
열린책들
인간의 천재성은 얼핏 쓸모없어 보이는 이런 예술을 통해 발현된다고 나는 믿는다.
지금 나 자신에게 동기를 부여하려면 세계에 대한 이런 식의 거시적 관점이 필요하다. 아니, 그런데 내가 왜 동기 부여를 해야 하지? 무엇을 위해서? 자신들과 나를 동등하게 대우해 달라는 제안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는 편협하고 멍청한 인간들을 구하기 위해 내 목숨을 걸려고?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된 선택을 한 것 같다. 하지만 돌이키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 시작을 했으니 끝을 보는 수밖에 없다. 실수를 깨닫는 순간 사람들은 흔히 속도를 줄이거나 브레이크를 밟거나 아예 유턴을 하는 선택을 한다. 그것이 악수(惡手)인지도 모르는 채 말이다. 실수를 저질렀을 때는 끝까지 가봐야 그것이 진짜 실수였음을 통렬히 깨달을 수 있다.
-p.279(행성 1)
우리 모두는 소통하게 돼 있어. 아니, 소통하지 않으면 안 돼. 어떤 종으로 태어났든지 우리는 자신이 중요한 존재임을 깨달아야 해.
너희도 얼마든지 평범한 삶에서 벗어나 나처럼 고결한 야망을 가진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나는 믿어.
자신에 대한 믿음만 있으면 못할 게 없어.
우리 각자의 정신 속에서 울리는 우주의 존재를 깨닫기만 하면 돼. (너희가 나처럼 가야 할 길을 알려 주는 이집트 여신의 이름으로 불리는 행운을 얻지 못해도 괜찮아. 자신감을 가져.)
-p.299(행성 2)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 '행성 1, 2권'을 읽으면서 소름이 끼칠 때가 있었다. 고양이 바스테트가 집사로부터 제 3의 눈을 이식받은 뒤 인간이 접속할 수 있는 지식에 닿을 수 있게 되면서 고양이와 인간의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대목이었다. 물론 제 3의 눈을 가진 자는 바스테트와 수컷 피타고라스, 세상을 뒤덮었던 쥐의 왕 티무르에 한했지만, 몸집, 생활방식에만 차이가 있을 뿐 사람과 제 3의 눈을 가진 동물의 생각과 그 범위는 전혀 차이가 나지 않았다. 때때로 제 3의 눈을 가진 바스테트의 생각이 더 현명했다.
쥐가 세상을 차지함과 동시에 쥐들의 공격에 인간과 동물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한다. 실제로 이런 날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갑자기 든 생각에 또 소름이 끼쳤다. 바스테트가 쥐들의 우두머리인 티무르와 협상을 하는데 티무르는 인간은 절대 용서하지 못하기 때문에 인간을 위해 협상을 할 수는 없다고 한다. 인간들이 쥐들에게 행한 일들을 곱씹어보라면서.
쥐들의 공격에 극한 상황에 몰린 인간들과 바스테트, 나머지 동물들은 생존을 위해 여러 방법을 생각해낸다. 인간들 사이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고양이 바스테트의 매력 좀 보라지. 당당하고 도도하고 물러섬이 없는, 자기만한 고양이 여왕은 없을 거라는, 나중에 집사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거라는 자신감으로 살아가는 바스테트.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생과 사의 현장에서 해결책을 찾을 때 인간과 바스테트의 생각이 갈린다. 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바스테트와 달리 이 와중에도 욕심, 지위, 명예 등을 내려놓지 못하고 싸우는 인간들이다. 어찌 보면 삶은 참 허무한데 말이지, 죽느냐 사느냐가 코 앞에 있는데도 '생'과 관련 없는 자기중심주의, 이기심, 편견, 고집 등은 인간들을 놓아주지 않는다.
상상으로만 가능한 이야기네 라며 읽다가 1권을 다 읽고 2권을 마저 읽으니 이게 상상이 아니라 현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또 한 번 소름이 끼쳤다. 현실 속의 이야기가 되면 인간도 동물과 다름 없는 그냥 하나의 생물종에 지나지 않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생물종이 인간들을 업신여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 지금도 동물들이 말만 못할 뿐이지 인간들을 무시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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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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