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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나라, 가난한 세계
- 글쓴이
- 구정은 외 1명
북카라반
아무리 잘사는 나라라고 해도 가난한 사람들이 성장의 그늘에서 그 과실을 누리지 못 하고 힘들게 사는 모습을 우리는 보곤 합니다. 인류 역시 전에 없던 수준의 풍요를 누리며 질병의 공포를 극복해 가는 중이지만, 지구 어느 곳에서는 가난한 나라에서 많은 이들이 고통스럽게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세상은 그 어느 지역이라도 공평한 곳이 드물지만, 세계적 규모로 시선을 돌려 보면 과연 이렇게 방치해도 될까 싶을 만큼 빈부의 차이가 심합니다.
무엇보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장래가 문제입니다. 지금이 당장 가난하다고 해서 그들의 미래마저 가난해야 한다는 법은 결코 없으며, 그들 중에는 인류의 앞날을 바꿔 놓을 만큼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들도 있을 수 있죠. 이들의 자아 실현이 혹 방해를 받는다면, 그건 그만큼 인류의 손해로 남습니다. 책에서는 이런 걸 두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표현합니다. 꼭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 아니라 해도, 지구촌 어딘가에서 아무 잘못도 없는 어린이들이 그렇게나 지독한 빈곤 속에서 신음한다면 우리의 양심이 어디 편할 수 있겠습니까.
소아시아 반도 튀르키예(옛 터키)는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나라입니다. 이 나라는 예전에 한국을 도와 준 적 있는데, 1999년 큰 지진이 일어나고 한국에서 생각보다 적은 액수의 원조만 도달하자 정계에서 큰 논란이 인 적도 있습니다. 그랬던 튀르키예에 올해(2023) 2월에 또다시 진도 7.8의 강진이 발생했고(p47), 한국도 긴급구호대 파견을 비롯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책에서는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이런 재난이 발생했을 때 어떤 국제기구들이 주로 활동하며, 꼭 UN 산하의 공식 단체가 아니라 해도 여러 민간 단체들이 자신들만의 노하우와 열성을 발휘하여 어떻게 효과적으로 재난 구호를 벌이는지 설명해 줍니다. 어린이들은 이른바 비정부기구, NGO에 대해 잘 모를 수 있으므로 이런 설명이 매우 유익할 듯합니다.
p54를 보면 덴마크의 유명한 활동가 요르겐 리스너는, 설령 아무리 의도가 좋다고 해도 가난한 여인, 어린이들의 비참한 모습을 여과없이 내보내어 사람들의 동정을 사 구호 목적을 달성하려는 풍조를 크게 비판했습니다. 이 역시 가난한 사람의 품위와 인격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또 책에서는 그들이 영원히, 남의 도움 없이는 그런 질곡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낙인을 찍을 수 있다는 근거를 들어 비판하기도 합니다. 구구절절 옳은 말입니다.
원조라는 게 그저 구호품이나 돈만 털썩 던져준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 더 이상 남의 원조가 필요 없도록 자신의 힘으로 일어설 수 있게 근본적인 자립 기반을 마련해 주는 건전한 도움이 되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근간의 ODA는 MDGs를 지향하며(p194), 이는 돕는 나라나 도움을 받는 나라나 서로 혜택을 주고받는 대등한 협력 관계를 상정합니다. 이런 국제 원조는 그간 많은 이들의 우려를 산 어떤 부작용(p69) 같은 게 크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남아메리카에는 16세기에 스페인 사람들이 대거 침략하여 끔찍한 만행을 저지르고 많은 자원을 약탈했습니다. 그무렵 고착된 불평등 구조는 지금까지도 쉽사리 극복되지 않았으며 특히 더 오랜 시점부터 터잡고 살았던 원주민들은 수백 년 동안 차별 받고 가난하게 살아 왔습니다. 2006년 남미의 내륙국 볼리비아에서는 후안 에보 모랄레스라는 원주민 출신 활동가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많은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이런 볼리비아에 북유럽의 부국 노르웨이가 가져다 준 도움은, 국제 원조의 바른 모습이 과연 어떠해야 하는지 많은 생각할 거리를 가져다 줍니다.
인도인들은 요즘 IT, 경제학, 통계학 등의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입니다. 경제학자 C K 프라할라드는 날카롭게도, 부유층을 상대로 해야만 이익을 창출하는 게 아니라 그 숫자가 많은 빈곤층, 이른바 피라미드의 밑바닥에서도 큰 부를 창출할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 줬습니다(p158). 프랑스의 토마 피케티 역시 수 년 전에 불평등 문제를 학문적으로 재정립하여 이슈를 던졌습니다. 빈곤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국제 원조의 본질과 성격부터 근본적으로 건강하게 바뀌어야 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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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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