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 청소년
고슴도치 엑스
- 글쓴이
- 노인경 글그림
문학동네
『고슴도치 엑스』, 저자 노인경, 문학동네, 2020년
노인경작가는 이 전에 읽었던 “곰씨의 의자”로 처음 알게 되었다. 우선 그림체가 너무 이쁘고 마음에 들었는데 책들의 내용도 너무 좋았다. 그런데 이 책 “고슴도치 엑스” 이전에 읽었던 곰씨의 의자와 전혀 다른 그림책이라 흥미가 생겼다.
이 책은 고슴도치들이 완벽한 도시 ‘올’을 만들어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올’의 시민들은 교양과 실서를 중요시하며, 가시를 부드럽게 정돈하고, 뾰족한 것은 모두 금지한다. 그러나 주인공 고슴도치 엑스는 자신의 가시를 뾰족하게 세우고 싶어한다. 그는 금지된 책을 읽고, 가시를 단련하는 방법을 배운다. 그리고 자신의 가시를 자유롭게 펼치기 위해 ‘올’을 나와 모험을 떠난다. 이 책은 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고슴도치 엑스의 성장 이야기이다.
♡ 책 속으로
“모든 학생은 등교길에 가시 검사를 받는다. 1차 검사에서 탈락한 고슴도치는 추가로 가시 정밀 검사를 받고 뽀족 가시 개수에 따라 ‘교양있는 가시’교육을 받아야 한다.
나의 중.고교 시절 학교 정문 앞에서는 교복, 두발 등 복장검사를 했다. 그때의 기억이 소환된다. 너무 싫었다. 컴베이어 밸트를 지나가는 가며 불량품 검사를 받는 물건이 되어 버린 기분이었다. 그래서 난 흐흐흐 새벽에 등교했다. 아무도 나를 선별의 시선을 보지 않을 시간에...
그 시절 나의 최대의 반항이었던 것 같다.
이 그림책은 장점은 참신한 설정과 탄찬하 서사 구조와 곳곳에 배치된 유머러스한 장치들이다. 작가는 고슴도치들이 완벽한 도시를 만들어 살아가는 상상력을 발휘했다. 하필 이름이 ‘올’이다. 뾰족한 것은 용납할 것 같지 않은 동굴동굴한 이름이다. 이 도시의 모습과 시민의 행동은 현대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고 비판한다. 주인공 엑스는 자신의 가시를 세우고 싶은 욕망을 따라가는데 이는 자신의 본성과 개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도시의 획일성에 반하는 행동이다. 엑스의 성장 이야기는 어린이 독자들에게 자신의 취향과 재능을 발견하고 표현하는 용기를 준다. 작가는 그림을 통해 엑스의 감정과 변화를 섬세하고 다정하게 표현한다. 또, 뾰족한 몇 가닥의 가시로 징계를 받고 반성하라는 의미에서 도서관을 청소하다가 “부드러운가시, 착한 아이, 가시다듬기 등”의 책들 사이에서 금지된 책을 발견하는 장면이나 가시를 단련하는 장면 등에서 유머와 판타지를 접목시켰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고슴도치 엑스” 2탄이 나온다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이렇게 해서 모험을 떠나는 장면까지가 책의 마무리인데 그 이후 우리의 주인공 고슴도치 엑스가 어떤 모험을 떠나 어떤 경험을 하고 그 이야기 보따리는 ‘올’로 돌아와 친구들과 나누는 장면을 바라는 것은 무리일까? 그런 의미에서 작가님께 “고슴도치 엑스 2탄” 강력히 요청드린다.
너무 즐거운 책읽기였다. 어느새 마음이 우울해지거나 조금 느슨한 일상을 원할 때 나도 모르게 그림책을 펼치고 있다. 다른 미디어 매체들이나 소설이나 심리학 책들이 주지 못하는 평화롭고 안정감있는 포근한 에너지를 받는 느낌이다. 마음이 정돈되고 뭔가 중심이 잡혀지는 느낌이다. 어른들에게 그림책의 매력은 이런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노인경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기대되며 또 찾아 읽어보고 싶다. 이 책 “고슴도치 엑스”는 어린이들이 너무나도 좋아할 것 같다. 추천 또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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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