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하진 않지만 행복한 나의 일상
우리 동네에 11월에 눈이 온적은 없었다.
11월 뿐만 아니라 몇 년에 한 번 싸락눈 정도로 삐쭉 고개를 내밀어도
첫 눈이라고 호들갑을 떠는 동네인지라, 몇 년 전 2월에 함박눈이 내렸을 때는
감동의 도가니였다.
그런데, 11월에 눈이라니. 그것도 우리 동네 치고는 제법 많은 눈이 내렸다.
기쁘면서도 날씨의 변화가 수상해서 겁이 살짝 나기도 했다.
창 밖을 보자마자 녹을까봐 후다닥 옷을 챙겨입고 나갔다.
헉!!! 바람이 찼다.
날씨 추운게 대수랴, 눈이 왔는데.
애들은 엄마, 아빠랑 친구들이랑 눈사람 만들고, 눈싸움 하느라 신이 났다.
아무도 밟지 않은 곳에 내 발자국을 남겼다. ㅎㅎ
아파트 동백은 봉오리만 봤었는데 피었다 지는 꽃들도 있었다.
가득 달린 봉오리를 보니 조만간 붉은 동백들로 아파트가 환해질 것 같다.
산책 나가면 꼭 저 길을 둘러봐야겠다. 기대된다.
며칠 전 비 맞은 국화도 예뻤는데 눈이 쌓인 국화는 더 아름다웠다.
그런데, 눈을 맞으면 빨리 시드는 것 아닐까하는 걱정도 들었다.
이 추위를 견딜 수 있을까?
7시를 넘은 시각이라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는데, 눈 쌓인 나무와 대조적으로 금빛으로 빛나는
나무가 보였다. 햇살을 받아 더욱 더 반짝였다.
나무 이름이 궁금해졌다.
남천나무 열매
남천나무 열매와 함께 아파트를 붉게 물들이고 있는 피라칸타 열매의 붉음은 눈 덕문에
더 선명하게 보였다.
맥문동이 모여있는 곳인데, 검은 열매가 아직도 달려 있었다.
꽃이 진 자리에 눈이 쌓여 목화솜처럼 보였다.
팔손이 나무에 붉은 낙엽이 하나 떨어져 꽃처럼 보였다.
눈 내린 날 아침 즐거운 산책을 했다.
햇살은 좋지만 기온은 3도라 눈이 좀 오래 남아있을 것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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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