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상적인 글
까탈님의 글을 읽다가 좋은생각 8월호에서 읽은 '맘짓 진맥하기'가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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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말이 통하지 않아요." 상기된 표정으로 엄마가 말합니다. 중학교 2학년인 딸의 말은 조금 다릅니다. "말하고 싶어요. 그런데 엄마랑은 10초 이상 대화가 안 돼요."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한 눈치입니다.
"무엇을 바꾸면 좋을까요?"라는 질문에 엄마가 "말도 안 듣고 툴툴거리고 무슨 고집이 그리 센지 모르겠어요."라고 답하자 딸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갑니다. 엄마의 엉뚱한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맘짓 진맥하기'를 해 보게 했습니다. 상대방의 생각, 감정, 욕구를 온뭄으로 알아보는 것이지요. 먼저 상대방이 요즈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오른손은 맞잡고 왼 손바닥을 상대의 이마에 대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주의 사항을 일러 주었습니다. "쿨(Cool)하게 하셔야 합니다. 조심스럽게, 여러 번 반복해서, 사랑을 담아서 말이지요."
서로의 생각을 충분히 읽게 한 다음 상대의 가슴에 손을 대고 감정을 느껴 보도록 했습니다. 이어서 상대방의 배에 손바닥을 대고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보게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서로 꼭 껴안도록 했습니다. 감정과 갈망을 한꺼번에 탐색하도록 한 것입니다.
엄마는 감정을 알아보라고 했을 때부터 눈시울이 촉촉하더니 안아 주기에서는 하염없이 웁니다. 엄마 등을 다독이며 고개 들어 하늘 보던 딸도 조금씩 어깨를 들썩입니다. 가슴에서 시작된 짠한 울림이 온몸을 흔들어 잠자고 있던 정서의 샘을 자극해 눈으로 퍼 올린 것입니다.
'마음 나누기'를 하면서 서로의 발견을 토대로 별칭도 지었습니다. 딸은 엄마에게 '버럭 사오정'을 선물했습니다. 요사이 감정 기복이 심해 자주 울컥거리고, 자기 말은 하면서 남의 말은 잘 듣지 못하는 약간의 경청장애도 있는 것 같아 그렇게 붙였다고 합니다. 엄마는 딸에게 '까칠 공주'가 어울린다면서 논리적이고 의사 표현이 분명한 것은 좋은데 간혹 엄마를 가르치려 드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덧붙입니다.
감정 중심의 버럭형 엄마와 생각 중심의 비판형 딸은 요즘도 티격태격합니다. 하지만 맘짓 진맥을 통해 서로가 그런 성향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 짓죠. 뫼비우스의 띠 위를 함께 도는 사이라는 자각이 두 사람을 하나로 어우러지게 한 모양입니다.
선업 스님 : <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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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