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간작 소개
도서명 │ 적막의 도시
신규호 지음 │ 청어람(황금펜클럽) 펴냄
138*210mm│ 336쪽 │ 2011년 11월 25일 발행 │ 값
11,000원
ISBN : 978-89-251-2682-1
03810
분야 : 국내도서 > 문학 > 소설 >
한국소설 > 한국 장편소설
※책
소개
아무도 없는 도시, 세상에
혼자가 되어버렸다!
힌트를 찾아야 해! 그래야만 이 세상에서 벗어날 수
있어!
“왜,
사람이 없는 거지?”
사람이
없었다. 모든 가판대와 리어카와 자리들은 자신의 주인을 잃어버렸다. 모두들 어디로 갔을까, 나는 고개를 창문 밖으로 내밀어 사람들을 찾으려
한다. 어디엔가 있으리라, 어디선가 잡담을 나누고 있으리라.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재잘거리는 어수선함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마에서 땀이 흘렀다. 그 땀이 이곳으로 올라오며 흘렀던 것인지, 아니면 지금 이 순간 흐르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본문 중에서
※출판사
서평
아무도 없는 세상, 홀로 세상에
남겨지다.
“왜, 사람이 없는 거지?”
사람이 없었다. 모든 가판대와 리어카와 자리들은 자신의
주인을 잃어버렸다. 모두들 어디로 갔을까, 나는 고개를 창문 밖으로 내밀어 사람들을 찾으려 한다. 어디엔가 있으리라, 어디선가 잡담을 나누고
있으리라.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재잘거리는 어수선함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마에서 땀이 흘렀다. 그 땀이 이곳으로 올라오며
흘렀던 것인지, 아니면 지금 이 순간 흐르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적막의
도시》의 주인공 ‘나’는 청혼을 하기 위해 깜짝 이벤트를 준비하고 여자친구 ‘사라’를 기다리는 동안 깜박 잠이 들고 만다. 일어나 보니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음을 알고 서둘러 전화를 걸어보지만 들려오는 것은 그녀의 컬러링뿐이다. 급히 차를 몰아 집으로 향하지만 여자친구는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하룻밤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도 깨닫지 못하는 찰나, 주인공은 집으로 오면서 뭔가 놓치고 있다는 느낌과 함께 주변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차를 달려오는 동안 스쳐갔던 모든 것을 기억해 본다. 집으로 향하는 동안 보여야 할 거리의 사람들, 그리고 오고가는 차들,
도시 소음의 북적거림…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모든 것이 사라졌다. 주위를 둘러보고 소리를 질러봐도 아무도 듣는 이가 없다. 결국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 그리고 홀로 남겨진 주인공의 모습은 오히려 이상하리만치 건조하고, 무기력하다.
왜
주인공은 세상에 혼자가 되었을까? 혼자가 된다는 것은 과연 인간에게 무엇을 깨닫게 해주는 것인가. 작가는 세상에 혼자 남겨진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한 인간의 내면으로 들어가 궁극적으로 인간은 홀로일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하고, 그의 방황과 갈등을 통해 결국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혼자’가 아닌 ‘함께’임을 깨닫게 한다.
힌트를 찾아야 해! 그래야만 이 세상에서 벗어날 수
있어!
사라진 이유에 대한 절망, 그리고 남겨진 이유에 대한
희망.
“사람을 찾아야 해.”
그렇게 중얼거리며 나는 유리 밖 이상한 세상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코란도는 주인의 의도에 따라 맹렬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찾기 위해, 또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세상이
사라졌기에 ‘나’는 더없이 외롭고, 고독하다. 하지만 방황하던 ‘나’는 세상이 사라진 것인지 내가 사라진 것인지에 대한 고민보다 남겨진 이유에
대한 희망을 붙잡고 있다. 그리고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 남겨진 힌트를 찾아 나선다. ‘편의점에서 사라진 돈’, ‘비가 오는 날 사라진
사람들’, ‘계속되는 왼쪽 발의 통증’, ‘손전등의 불빛’, ‘그녀가 남긴 메시지’ 등 몇몇 단서들을 가지고 홀로 남겨진 세상에 대해 의심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야기는 긴박한 사건들과 에피소드를 펼치며 주인공 ‘나’의 과거로 시점을 바꾸어놓는다. 과거의 모습을 통해 한 남자가
세상에 홀로 남겨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거슬러 올라가며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한 현실과 혼자서는 절대로 벗어날 수 없었던 상황들을 보여줌으로써
근원적인 문제에 대해 접근하고 있다. 작가는 단순히 아무도 없는 세상에 남겨진 주인공의 모습을 관찰하기보다는 왜 그가 아무도 없는 도시에 홀로
남았는지에 주목하며, 사라진 것은 사람들이 아닌 자신이라 역설한다.
“세상이 나를 버린 것이 아니야. 그렇다면 내가 세상을
버린 것이겠지.”
홀로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
우리는 과연 이 세상에서 혼자 살아갈 수 있을까?
“그 세상도, 이 세상도 혼자인 건
매한가지네.”
나는 다시
아무런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 있었다. 어떤 거대한 해프닝도, 바깥 세상에 대한 이야기도, 내가 어떻게 이곳에 온 것인지도 확실히 기억나는
것이 없는 꿈같은 기분이었다.
《적막의
도시》 속 ‘나’는 아무도 없는 세상에서 홀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세상에 갇혀 점점 홀로 된 세상에 익숙해져 간다. 그것은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그리고 혼자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씁쓸하고도 차가운 시선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적막의
도시》 속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과연 우리는 이 커다란 우주의 질서 속에서 혼자 살아갈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을 던진다. 그리고 적막한
도시 속에 홀로 남겨진 주인공의 모습을 비추며 우리에게 ‘나’ 아닌 ‘타인’의 존재에 대해 좀 더 깊이 성찰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작가는
아무도 없는 세상, 적막한 도시에 대한 원인을 찾고 왜 아무도 없는가에 대한 원초적인 궁금증을 독자들에게 주고 있지만 아무도 없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에 대한 이야기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아닌 도시에서 사라진 사람들, 그리고 그 안에 남겨진 한 인간에 대한 내면의 깊은 이야기를
풀어냄으로써 한 인간에 대한 탐구를 시도한다.
※줄거리
청혼을
하기 위해 여자친구를 기다리던 주인공 ‘나’는 잠깐 잠이 들게 되고, 잠에서 깨어나 주위를 둘러보니 밤새 내리던 비가 그쳐 있고, 아침이다.
중요한 날 잠이 들어버린 자신을 질책하며 급히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지만 역시나 전화를 받지 않는다. 불안한 마음에 급히 차를 타고 그녀의
집으로 향한다. 하지만 집에 도착한 ‘나’는 그녀가 집에 없는 것을 발견하고,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고민하던 찰나, 그 순간
자신이 차를 달려오는 동안, 그리고 주변에 자신 이외에 어떤 사람도 마주치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그는 자신의 친구, 자신의 부모님조차 없어진 이
상황을 깨닫고, 오로지 이 세상에 자신밖에 남아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되는데. 세상에 혼자 남겨진 남자. 현실과 비현실 속의 경계, 적막한
세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의문들로부터 힌트를 찾아야 한다. 도시에 홀로 남겨진 남자, 과연 그의 운명은?
※저자
소개
신규호
광주
출생.
주위 시골들을 오가며 성장했다.
남들을 따라 대학에 입학, 무의미한 생활 중 문뜩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고민했고, 이내
학교를 나와 무작정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도 어딘가에 숨어 ‘좋은 이야기꾼’을 목표로 타자를 두드리고 있다.
※목차
1부-세상에
남겨지다
2부-거짓과 함께
작가 후기
※본문
속으로
1)
“다들 어디에 간 거야……. 저기요! 저기요! 아무도 없어요?”
크게 소리를 쳐보지만
메아리조차 울리지 않았다. 나는 다시 한 번 다리에 힘을 주었다. 왼쪽 발목이 시큰거렸다.
무작정 사람을 찾아 뛰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소박한 식당에는 음식 향기조차 나지 않았고, 언제나 북적거리는 1,000원 마트에는 움직이는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시장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움직임은 빨라지고 있었고, 그만큼 발목의 통증도 극심해져 왔다. 하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통증을 느끼는 것 자체가 사치처럼
느껴졌다.
시장의 입구에 도착한 나는 멈춰서 멍하니 그 안쪽으로 바라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어디로 향한들 사람이 없을 것만 같았다.
영원할 것 같았던 이곳의 어수선함이 사라지자, 마치 세상 모든 사람들이 사라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조금 더 침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세워둔 차로 다시 돌아가며 휴대폰을 꺼내 112를 눌렀다. 연결 멘트가 들렸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사람의 진짜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젠장!”
자연스레 욕이 흘러나왔다.
“침착하자, 침착해야 해.”
스스로를 달래고 한숨을 크게 쉬었다. 그리고
크게 외쳤다.
“저기요! 아무도 없어요? 누구 있으면 대답 좀 해줘요! 제발……, 제발! 장난하지 말고 누가 대답 좀 해줘요!
저기요!”
목소리가 동네를 메웠다. 그들은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내가 잠든 사이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 것일까,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는
사람들이 있을까.
믿을 수 없는 현실에 고개를 흔들었다. 눈으로 보고도 믿어지지 않았다. 나는 신경질적으로 차 문을 열어 경적을 울렸다.
이제 이곳에는 아파트의 벨소리와 문을 두드렸던 소리, 그리고 내 목소리보다도 더 커다란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제발 누군가라도 이 소리를 들어
시끄럽다며 나타나길 바랐다.
경적 소리는 단번에 고요한 세상에 퍼졌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잠시였다. 내가 손을 때는 순간에 고요함은 다시
나타났고, 나는 그 고요함에 작은 흠집도 남길 수가 없었다.
-본문 중 27~28page
2)
이름이
사라졌다. 그건 또한 참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다. 나를 도우려했던 남자가 내게 이름을 물었고, 그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 이후로도 이름은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단순히 기억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라졌다고 말하는 것은 그 어떤 곳에도 내 이름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인터넷에도, 이따금씩 오는 가짜 공과용지에도, 심지어 집 안에 있던 졸업앨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그것은 누군가 의도적으로
흠집을 낸 것처럼 뿌옇게만 보여 나는 스스로의 이름을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그 자식은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이 모든 것에
해답을 가진 남자, 나에게 힌트를 주려고 했던 바로 그 남자. 나는 그를 찾기 위해 몇 번이나 폐건물을 다녀왔다. 그의 말대로 나는 깨달았다.
하지만 세상은 더욱 오묘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이 문제를 풀어줄 사람은 오직 그뿐인 것 같았다. 이제는 어렴풋이 느껴졌던 속삭임마저
들리지도 않았다. 나는 내일 다시 그 건물로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거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TV를 켰다.
-본문 중 172~173page
-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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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