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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을 읽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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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세가와 에이스케의 <일하지 않는 개미>에는 개미와 벌 등의 진사회성 곤충의 생태와 그에 따른 진화 이론 등을 주로 다루고 있지만, 중간중간 과학 분야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렇게 각광받는 연구를 하고 있지 않는 과학자의 입장에서, 또한 과학자 집단의 폐쇄성과 한계에 대해 아쉬움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저자의 생각이다. 그리고 이러한 의견에 대해서 나 역시 동의한다.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대학이라는 조직에서도 최근 들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내 연구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특정 목적을 위한 연구는 원래 공공기관에 설치되어 있으므로 그곳에서 진행해야 옳다. 대학의 사회적 역할 중 하나는 기초 연구를 실행해 기술에 응용할 수 있는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는 묘판 같은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중략) 지금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해도 여러 가지 것들을 조사해두는 것은 인간 사회 전체의 리스크 대비책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충분한 의미가 있다. 이런 기능은 대학 이외에 담당할 만한 기관이 없고, 그것이 대학이라는 조직의 중요한 사회적 역할 중 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96)


- 박사 학위 시절, 버섯의 계통 분석을 하면서 참 많은 좌절감을 느꼈었다. 이런 연구가 사회에 무슨 소용? 이런 질문에 딱히 답할 게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언젠가는 쓰임새가 있을 거란 게 궁한 가운데 찾아낸 답이었지만, 그게 언제쯤 될 지 모르는데 그 답이 설득력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지금이라고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 분야에선 몇 가지 대답을 더 준비해놓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긍정해줄 지는 모르겠다. 하세가와 에이스케의 답변이 얼마나 먹힐지도 모르겠다.


 


과학자도 사람이고 프로는 업적을 세우지 않으면 평가받지 못하므로 결과가 나오기 쉬운 부문에 노력을 집중하게 마련이다. 학문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가설을 검증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학자 집단을 형성하는 개개의 연구자는 개인의 적합도(업적 평가)를 최대화하는 것이 이익이기 때문에 전체의 최적화가 실현되지 않는다.” (115)


- 연구 업적의 양을 중요시하는 분위기에서 어쩔 수 없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연구 업적의 질을 중요시해도 마찬가지다. 연구 업적의 이라는 게 무엇인가? 비슷한 노력을 쏟더라도 더 좋게 평가받는 분야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분야도 있다. 더 쉽게 인정받기 위해 분야를 고르기도 하고, 그 고른 분야에서도 (더 필요한 분야가 아니라) 더 연구를 잘 할 수 있는 고르는 경우가 많다. 사실 이 뚜렷하게 나뉘는 것이 아니다.


 


단수배수성과 생산성의 관계에 대해서는 다른 연구자들이 세 차례 보고한 적이 있는데, 이들의 논문은 지금까지 군인가, 혈연인가?”를 다룬 40편 이상의 논문에 전혀 인용되지 않았다. (중략) 오늘날 이런 견해차가 무의미한 논쟁을 조장하고 있다. 혈연선택모델과 군선택 모델 모두 논리적 오류를 포함하고 있지 않으므로 각 진영은 자신들이 틀리지 않다고 믿는 것 같다. 이는 다른 말로, 상대방이 틀렸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과학자도 인간이므로 한 번 믿어버린 자기 학설을 다른 사람의 학설과 공평하게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는 과학이 본질적으로 구미에서 발생한 문화이고, 그들의 일신교적 사고의 벽이 논쟁의 격화를 초래한 것인지도 모른다.” (129~130)


- 연구자에게 가장 큰 좌절은 연구 결과를 정리한 논문이 학술지에 실리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큰 모욕은 무엇일까? 실린 논문에 대해 의도적으로 배척하는 것이 아닐까? 무시하는 것. 그게 가장 잘 표현되는 것은 바로 인용하지 않는 것이다. 인용되지 않는 논문이 무슨 소용이람.


 


 


연구 활동은 이론과 일치하는 결과는 얼른 공표하고 그렇지 않은 결과는 공표하지 않은 채 끝날 가능성이 크다. 요컨대 공표된 예만 고려하면 현실이 이론과 일치하는 경우도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정말로 많다고는 할 수 없다는 얘기다.” (207)


- 논문으로 발표된 것이 전부인가? 그렇지 않다. 발표되지 않는 연구 결과가 오히려 더 많을 수도 있다. 여러 가지 경우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것과 같이 기존의 이론과 다른 실험 결과인 경우도 있고, 연구비를 수령한 측의 입장과 상반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도 연구 결과를 발표해야 윤리적으로 옳은 것이지만 사실 비일비재한 일이다. 또한 연구비를 준 입장에서는 그런 결과를 발표하지 않는 것을 윤리적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이론과는 상관없이 도무지 해석할 수 없는 결과도 발표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논문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최소치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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