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리뷰
바다
- 글쓴이
- 오가와 요코 저
현대문학
다섯 편의 단편소설과 두 편의 엽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읽으면서 제목을 왜 <바다>로 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요즘 유행하는 것처럼 좀 더 시선을 끄는 단편을 제목으로 정해도 되었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가령 <버터플라이 일본어 타이프 사무소>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해설까지 읽고 난 다음에는 어쩌면 <바다>에 나온 명린금 때문에라도 어쩔 수 없지 않나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원제가 <바다>니 출판사에서 쉽게 바꿀 수 없었을 것 같기도 했다.
<바다>는 어색함이 감도는 소설이다. 결혼을 위해 인사하러 간 여자 친구의 집에서 벌어지는 하룻밤이 주된 내용이다. 화자는 여자 친구의 열 살 어린 꼬마동생과 함께 방을 쓴다. 꼬마동생이라고 하지만 그보다 덩치가 크다. 이 꼬마동생에게는 기묘한 일이 있다. 하나는 동물 다큐를 본 후 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명린금이란 악기를 다루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읽는 동안 강한 인상을 주는데 짧은 이야기 속에서도 긴 여운을 남긴다.
<향기로운 바람 부는 빈 여행 6일>은 조금 황당한 이야기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빈 여행을 갔다가 자신이 바라지 않는 일정을 보내는 화자 이야기다. 그 시작은 함께 혼자 온 고토코라는 아줌마와 방을 같이 쓰면서부터다. 그녀가 이곳에 온 이유는 옛날 사겼던 독일 남자의 최후를 보기 위해서다. 그런데 호텔을 제대로 찾아올 수 없다, 양로원 가는 버스를 제대로 탈 수 없다는 이유로 동행하면서 일정이 꼬이게 된다. 특이한 아줌마와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들이 있는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과 감정의 공조가 마지막에 밝혀지는 하나의 진실에 의해 반전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나라면 이렇게 하지 못했을 텐데 라는 당연한 상상을 한다.
<버터플라이 일본어 타이프 사무소>는 일본 타자기는 어떤 것일까 하는 의문을 심어줬다. 왜냐고? 이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한자 활자 때문이다. 화자가 깨어진 활자를 들고 활자관리인을 찾아가는데 어떤 타자기가 이런 한자를 모두 담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읽는 동안에는 느끼지 못했는데 작가가 관능소설을 의뢰받아 쓴 소설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에로틱하게 느낀 부분이 마지막 문장에서밖에 느끼지 못했는데 활자관리인이 깨진 한자 활자를 풀어내는 장면들이 상당히 의미 함축적이고 야릇하다. 어쩌면 이런 내용 때문에 책 제목이 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병아리 트럭>은 조금 답답했다. 하지만 읽은 후 책 속에 묘사된 장면들이 세밀한 관찰을 통한 후에 나올 수 있는 것임을 깨닫는다. 말하지 않는 여섯 살 소녀와 중늙은이 도어맨의 기묘한 관계는 답답하지만 기묘하다. 소녀의 말을 상상으로 추정하는 그와 곤충 등의 허물을 모으는 소녀의 행동은 평범한 일상이 분명 아니다. 또 병아리 트럭이 왔을 때 보여주는 소녀의 반응은 뭔가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가 말을 입밖으로 낼 때 그의 가슴속에는 그 말은 메아리친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은 단편이 <가이드>다. 마을 정전 때문에 엄마의 가이드 행을 따라간 소년이 겪게 되는 하루를 다룬다. 그 중에서 제목상점을 운영하는 노인과의 만남과 동행은 아이의 동심과 열정이 느껴진다. 가이드인 엄마를 따라 다니면서 자신도 모르게 외웠던 마을 유산이나 전설이 입밖으로 흘러나올 때 특히 그렇다. “추억이 없는 사람은 없다.”라는 제목을 노인에게서 받은 소년이 평생 그 하루를 추억할 것이고, 나 자신도 추억 속 한 장면에 제목을 붙였던 것을 떠올린다. 많은 여행과 만남을 가졌지만 그냥 추억으로 남겨두기보다 제목을 하나 붙인다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순간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은색 코바늘>과 <깡통 사탕>은 엽편소설이다. 이 짧은 소설에 감상을 담아내기가 쉽지 않다. 할머니 13주기 추모 법회와 40년 경력 버스 운전사의 노련한 아이 다루는 기술만 남아있다. 아주 짧은 단편집인데 해설을 보니 작가의 작품 세계가 그대로 담겨 있는 모양이다. 아직 많이 읽지 않아 잘 모르겠는데 집에 있는 다른 소설을 읽게 되면 이 해설에 조금은 더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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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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