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あなたやっぱり
연애소설
- 글쓴이
- 가네시로 가즈키 저
북폴리오
"내 또래 재일한국인에게 중요한 것은 국적도, 민족도 하닌 연애"라고 주장했던 가네시로 카즈키의 말처럼, 이 소설의 제목은 너무나 평이하면서 솔직하게 붙여져 있다. 연애소설이라도 어떤 작가가 연애소설이라고 인정하고 시작할까? 대개는 인간에 대한, 삶에 대한 얘기라고 조금 거창하게 설명하겠지.
'뭐, 어때? 내건 그냥 연애소설이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하는 태도가 마치 보이는 것처럼, 이 책에 실린 3편의 작품들은 작가의 법대 재학시절의 실질적 경험이나 도서관 책 앞에서 다소 유치하게 꿈꾸는 몽상처럼 유머와 재치, 간지러운 애정씬과 눈물로 채워져 있다. 이 작품들을 읽어보면, 몇몇의 소재가 서로 연결되어 묶어주고 있다. 주인공은 반항적인 또는 불량한, 그것도 아니라면 모범생과는 먼 평범한 학창시절 - 그러나 진지한 첫사랑을 경험한 - 을 거쳐 법대 재학생이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내지는 쇼팽의 피아노곡, 그리고 러시아 문학 - 에브게니 오네긴은 큰 언니 때문에 읽게 된 운문소설였는데, 생소한 형식에 낯설긴해도 어린 마음에 제대로 사랑이란 것도 모르고 읽다가 울어버리고 말았다 - 깨지지 않는다고 (Unbreakable) 보증한 LP판이 허무하게 깨어지고, 불치의 병으로 죽음을 맞고, 여주인공은 어디서 떨어지던가 넘어지는데 남자주인공만이 웃지않고 받아주고, 남쪽바라도 드라이브 여행을 떠나 바다에서 해뜨고 지는 것만을 보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등 온갖 낭만적 요소로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이 뭔가 거창한 제목을 달았다면 실망했을 터인데, 맨처음부터 '연애소설'이라고 했던터라 난 최대한 이 책을 즐길 수 있었다.
맨 첫작품인 '연애소설', 난 불량학생, 불량학생들의 불문율을 어기고 예쁜 모범여학생을 마음에 품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앞에 나타나기에 유치한 사건을 일으켰다고 생각하고 그는 연락을 거부한다 (남자들은 꼭 이러더라.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서에서 온 여자]를 읽지 않았더라면 당최 이해하지 못했을 사고 매커니즘이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법대의 형법시험을 망친 날, 그는 우연히 자신이 복사물을 빌려주었던 '투명인간'과 같은 동기를 만난다. 이상하게도 말문이 트이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투명인가' 동기는 자신의 집으로 그를 초대하고, 자신의 사랑얘기를 한다. 어린 시절부터 그의 별명은 '사신 (死神)'. 저명한 학자인 할아버지의 유산으로 풍요롭게 살던 부모도 사고로 죽고, 그를 데리고 가서 잘해준 친척마다 사고로 죽게되자, 그리고 가까이 했던 친구들마저 죽자 그는 차라리 모든 인간관계를 끊어버리고 커다란 집에서 문학과 음악에 침잠한다. 그러나 대학을 다니게 되고 어느날 그는 자신의 품 안으로 떨어진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과연 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자신과 가까운 사람은 다 죽어'란 설정, 유치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유치하도록, 비현실적이도록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사랑을 거부하지 않는 그와 용기있게 다가가는 그녀의 모습, 남쪽 바다에 닿아서 기쁘게 서로에 대한 사랑을 느꼈던 모습들이 사랑스럽다.
두번째 이야기, '영원의 환(環)'. 이 작품은 일종의 미스테리 환타지와도 같다. 불치의 병을 앓는 그는 학교 친구들에게 연락해서 문병을 오게 한다. 그러던 차 그는 잘 알지도 못한 대학 동기 K의 방문을 맞는다. 그리곤, 그는 자신이 죽기 전에 이 병원에서 나가 할 일이 있다고 말한다. 그건 바로 복수. 자신이 짝사랑했던 아름답고 영특한 여자선배의 선망을 이용하여 성적으로 관계를 맺고는 버린 인기있는 방송패널로 유명한 교수를 죽이겠다는 것이다. 그의 고백을 다 들은 K는 이러저러하게 사건을 모의하고는 교수의 사망소식을 실은 신문기사와 함께 나타난다. K는 교수를 죽인 것일까? 과연 K는 누구일까?
세번째 '꽃', 뇌안의 치명적인 동맥류를 가지고 있는 그는 수술을 하지 않을 경우 동맥이 터져 죽거나 기억상실이 된다는 진단을 받는다. 수술을 거부하고 무미건조하면서 아슬아슬한 삶을 살던 그에게 선배로부터 아르바이트 제의가 들어온다. 25년간의 소송에서 마침내 승소한 노변호사의 운전사가 되어 어떤 지방도시를 방문하는 것이었다. 생각과 달리 노변호사가 운전을 맡고 길을 떠나던 길, 다시 토쿄로 돌아가자는 말을 듣는다. 자신은 이제 죽을지 모르는 인생이니, 돌아가는 이유를 설명해 달라는 그에게 노변호사는 28년전 자신을 떠난 아내의 유품을 찾으러 간다며, 과연 그 유품을 품을 자격이 자신에게 있는지 모르겠다는 슬픔을 보여준다. 다시 생각을 돌려 아내의 유품을 찾으러 가는 길, 노변호사는 아내와의 추억을 조금씩 조금씩 선명하게 떠올린다. 맨처음 뎃생에서는 두리뭉실한 물체가 선명해지면서 여러 날카로운 면과 부드러운 면, 밟음과 어두음을 갖춘 그림으로 떠오르듯이. 가난한 그와 결혼한 부잣집 처녀. 그의 사법고시를 뒷바라지하고 그의 용기를 북돋우었던 그녀. 인권변호사를 꿈꾸었지만 야쿠자의 변호를 맡고 쇠락하는 그는 사랑하는 아이도 잃고 아내의 뺨을 때리는 지경에 이르자 아내를 떠나보낸다. '저 화분은 놔두고 갈께요'하며 조용히 떠났던 그녀의 모습을 찾으니, 그녀는 온통 그의 인생을 멀리서 지켜봐던 것이다. '나를 잊지 마세요'란 물망초 화분을 놔두고 떠났던 그녀. 이 노변호사와 병을 앓고 있는 그는...
물망초? 유치하군이라 치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난 어릴적 열정적인 누이의 어깨에 기대어 조용한 설명을 들으면서 봤던 어떤 흑백 이태리 영화를 기억한다. '나를 잊지마세요' 란 노래를 부르는 이태리 성악가의 실제 스토리인지, 아니면 픽션인지 몰라도 친절한 성악가 남편을 버리고 자신이 어릴적 사랑했던 바람둥이를 따라간 아내를 그리워하며 눈물 흘리며 부르던 뚱뚱한 아저씨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녀가 멀리서 그걸 보고 후회하면서 돌아왔던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쬐그맣고 뭣도 모르는 마음에도 잘생기지도 않고 뚱뚱하지만 무척 아름다운 목소리로 눈물로 찬 눈에 노래를 부르던 그 모습이 무척 따뜻하면서 아름답게 비춰졌었다. 사랑, 머리로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사랑하는 여인들은 한결같이 유치찬란한 말투에 표현으로 차있으면서도 상대방 외에 그 옆에 비웃거나 호기심어린 눈초리로 보는 이들의 시선이나 존재를 느끼지도 못하는 것이다. 그런 솔직담백하면서도 유치찬란한 사랑의 슬픈 면모를 보여준 이 책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이상하게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난 지금 행복해..내 기억은그녀만으로 가득하니까. 나를 계란처럼 반으로 탁 깨면, 그녀하고의 추억만 흘러 나올거야...p.54
난 이 말이 재치있는 말장난이나 유치한 낭만적 장치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순간 툭하며 갈라지는 계란과 사이에서 쏟아지는 끈끈하지만 깨지지 않는노른자와 흰자가 연상되면서, 난 깊은 인상을 받았다.
[200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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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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