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으며
움베르토 에코의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을 책장에서 아무 생각없이 꺼내 아무 생각없이 아무데나 펼쳐 읽었다.
이런 내용이 있다.
"누구에게든 예외 없이 적용되는 두 가지 법칙이 있으니, 첫째는 우리의 머리 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가장 뻔한 생각이라는 것이고, 둘째 우리는 뻔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우리보다 앞서 다른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256쪽)
움베르토 에코는 이것을 법칙이라고 했는데, 나 역시 '법칙' 수준을 생각하고 있다.
내가 하는 것이 연구이니, 더욱 그러한데
어떤 연구 주제에 대해서 생각하면 그 다음 주에 그에 관한 논문이 나오는 것이다.
숱하게 겪은 바다. 그러니 법칙이라고 여길 수 밖에.
그래서 어떤 영특한 고등학생이나, 아직 경험이 없는 대학생, 대학원생이 자신의 아이디어라며 이러저러한 연구 테마를 얘기하는 것을 들으면 우선 실소부터 지어진다. 대체로는 이미 결과가 나온 연구인 경우가 태반이고, 이미 누군가가 하고 있는 경우가 그 태반의 나머지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 주 연구 저널에 실리는 정도에 아이디어라면 대다한 것이다.
(물론, 쓸만한 아이디어가 전~혀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리고 그런 철지난 아이디어를 내는 학생들에 대해서도 칭찬을 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럼 이 법칙과도 같은 것에서 벗어나 연구다운 연구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우선은 공부를 많이 하는 수 밖에 없다. 그래야 이미 다 해놓은 걸 다시 반복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그리고 따라가더라도 바르게 따라갈 수가 없다.
또한 앞선 연구의 헛점을 알 수가 있다. 그 헛점을 파고드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
그 다음은 무엇일까? 아마도 성실함 아닐까 싶다.
엄청나게 뛰어난 두뇌를 가진 이가 아닌 이상, 비슷비슷한 정도의 머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의 경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성실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는 그렇게 해 왔을까?
글쎄...
그렇지 않다고 하기에는 나름 노력을 해왔고, 그렇다고 하기에는 지금까지 해놓은 것이 너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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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