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리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글쓴이
- 유병석 저
좋은수필사

이 책의 저자인 고 유병석 교수는 대학교 은사이셨다. 현대문학을 전공하셨던 교수님으로부터 문학개론, 수필문학론, 현대문학연구 등을 수강했는데 물 흐르듯이 핵심을 찍어 말씀하시는 강의에 심취했던 기억이 새롭다. 교수님의 함자로 검색을 하니 이 책이 나오기에 학창 시절의 추억을 생각하며 구입을 한 책이다. 내가 어찌 은사의 책에 대해 평가를 할 수 있겟는가? 그저 책장을 넘기면서 떠오른 생각을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한 추억에 잠겼다. 이 책에는 25편의 수필이 담겨 있다. 그중에는 강의실에서 들었던 예화도 담겨 있었다. 가끔 강의 시간에 들려주시던 가족과 친지들의 이야기를 이곳에서 책을 통해 들으니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하다. 또한 이곳에 있는 글들의 상당수가 수필문학, 한국문학, 여성동아, 강원일보, 설악 등 나의 학창시절의 문학지나 지역신문 또는 학보사에 발표했던 작품들이다. 글과 함께 그 무렵의 문단, 모교 등의 기억이 새로웠다. 지금의 모습과는 달리 민주와 반독재에 앞장을 서면서 민중의 사랑을 받던 동아일보의 모습도 떠올랐다. 그러던 신문이 지금처럼 변할 수가 있는가, 라는 생각에 격세지감도 느꼈다.
둘째, 저자를 안다는 것이 작품 이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소설이나 시와 달리 수필은 자신의 생활이나 내면을 고백하는 글이 아닌가? 학창 시절의 은사의 모습을 기억하는 나로서는 이 글에서 표현되지 않은 부분까지도 떠올리며 감회에 잠길 수 있었다.
선생의 글「실직자 패션」에는 졸지에 직장을 잃은 사람들의 생활 모습이 나와 있다. 그들이 왜 시대에 뒤떨어진 옷을 입을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하는 말에는 공감과 비애를 함께 느꼈다. 직장이 없으니 정장을 입을 기회가 없으니 새옷을 사도 몇 달에 한 번밖에 입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처럼 산 새옷을 버릴 수도 없으니 몇 년이 된 옷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직자 수훈 2칙도 나온다. 제1칙은 낮잠을 자지 말고, 제2칙은 차 한 잔이라도 절대로 공짜로 얻어 먹지 말라는 것이다. 게으름과 공짜 근성을 경계하는 말일 것이다.
대학교수인 저자가 실직자의 그런 비애를 어떻게 알겠는가? 선생은 1980년 서울의 봄이 끝나고 신군부에 의해 광주 학살 등이 자행되던 무렵에 해직이 되셨다. 세월이 흐른 뒤에 다른 대학으로 복직이 되었지만 그간 고초가 심하셨을 것이다. 저간의 사정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약간은 우스꽝스럽게 묘사하고 있는 실직자의 초상을 보면서도 웃을 수가 없었다.
셋째, 삶에 대해서 다시 생각했다. 애연가인 저자는 「애연설」에서 흡연의 폐해와 금연 분위기가 확산되는 분위기에서 애연가들이 겪는 일상과 고통을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자신이 30년 동안 피운 담배값을 저축했다면 집 한 채는 족히 되었으리라는 경제적인 폐해도 적고 있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애연의 장점을 역설하면서 담배없이 사는 천국보다는 담배와 더불어 사는 지옥을 택하겠다면서 남은 30년을 더 피우겠다고 하셨다.
그 글을 쓸 당시에 저자는 불혹의 나이인 40대를 넘어서고 있었다. 책속에는 자식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면서 장성한 아들과 며느리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즐거워하는 마음도 담겨 있었다. 그런 대목을 읽으면서 가슴이 뭉클했다. 60을 넘기지 못하고 타계하신 선생의 삶에 대해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선생은 인생을 달관한 경지를 글로 표현하셨지만 자신의 미래까지 예측하지는 못하신 것이다.
그것이 어찌 남의 일이겠는가? 나 역시 밤을 지새우면서 하룻밤에도 몇 번씩 만리장성을 쌓으며 미래를 설계한 적이 하고 있다. 그러나 내일을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유병석 교수님은 강원대학교 국어과 창립 멤버로서 오늘의 발전을 이루기까지 기반을 닦은 태두의 한분이셨다. 또한 신군부의 풍파로 인해 서울로 옮긴 뒤에도 그쪽 대학에서 일가를 이루셨다.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 이렇게 글을 통해서 은사의 모습을 보면서 감회가 새로웠다. 또한 선생이 현대수필가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으며 현대수필가 100인선 간행 편집위원회에 의해 작품집이 발간 된 것에 대해서도 기쁨이 느껴졌다.
추억에 잠기며 포근한 마음으로 때로는 안쓰러운 마음으로 많은 생각을 하면서 읽은 책이다. 그런 개인적인 기쁨을 생각하며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당연한 마음으로 최고의 평점을 올리고 싶다.
몇 년 전에 나의 블로그에 올렸던 학창 시절 은사의 사진과 나의 기억을 담은 글을 덧붙인다.

현대문학을 담당하셨던 유병석 교수님입니다.
정말 말씀을 잘하셨던 교수님이셨지요.
그 분의 강의를 들을 때는 황홀한 마음으로 심취할 때가 많았습니다.
학점은 잘 나오지 않았지만 *^^*
뒷 날 신군부의 반란수괴 집단이 집권했을 때
학내 사태로 인해 서울의 대학으로 옮기셨고,
지금은 작고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현대문학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았고,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었지만 그것은 마음뿐이었습니다.
면학으로 응답하지 못한 것이 죄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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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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