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oetry
오랜 만에 연락이 닿은 지인에게 요즘의 근황을 알리며 사람들이 다시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내가 한동안 인간 혐오에 시달렸던 걸 아는 친구였다.
사람들이 다시 좋아졌다니 정말 다행이라는 말과 함께,
이번에 수첩을 새로 사면서 맨 앞에 적어놓았다는 시를 선물했다.
"손목을 잡으면
다들 어진 사람들"
시를 선물하며 그는 내 건강을 기도했다.
마음이 형언할 수 없을 만큼 따뜻해졌다.
손목을 잡으면
다들, 어진 사람들
다들, 어진 사람들
- 윤동주, 「看板 없는 거리」부분
담백한 시구다.
손목을 잡으면
다들, 어진 사람들.
이 시구를 거듭 거듭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이 시구를 처음 읽었을 때 위로도 되고 반성도 됐다고 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더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어진 마음이다.
그러면서 김응교 교수가 이 시에 대해 언급한 부분을 이야기해줬다.
"손목을 잡으면 / 다들, 어진 사람들"
이 표현은 추상적인 말장난이 아니다.
연희전문 시절 윤동주는 리어커 끌고 가는
아줌마가 있으면 뒤에서 밀어주고,
농부가 쉴 때 옆에서 말벗을 하기도 했다
(친구 박창해 전 연세대 교수 증언, 『처럼』 186면).
이 구절만 읽으면 숙연해진다.
불현듯 옆 사람 손을 살짝 잡고 싶다.
다들, 어진 사람들이다.
고백하건대, 내가 이만큼 좋아진 건, 다시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고 누군가와 허그를 하고 온기를 나눌 수 있게 된 건
전부 이렇게 마음 따뜻한 사람들, 내 안부와 건강을 염려해준 사람들 덕분이다.
내 손목을 잡아준 어진 사람들.
아, 행복해.
고맙고 고맙고 고맙다.
내 어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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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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