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terature
고모는 땔감으로 책을 쓰고 있었다. 고모가 난로 안에 책들을 차례로 던져 넣고는 놋쇠로 된 덮개를 닫았다.
“곧 따뜻해질 거야.”
“책을 넣으신 거예요?”
“다 읽은 책들이야. 책이란 사람이 읽을 때만 의미가 있는 거지. 책이란 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어떤 거라고도 할 수 잇으니까.”
레나 고모가 책을 한 권 들고는 말을 이었다.
“읽고 난 다음에는 그저 종이만 남겨지는 거야.”
“저 많은 책은 어디서 난 거예요?”
“좀 유별났던 우리 엄마한테서 물려받았어. 삼천 권. 세어봤지. 저 책들이 겨우내 우리를 따뜻하게 해줄 거야.”
“저 책들을 다 읽으셨어요?” 미크가 책 더미와 상자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아니, 한참 멀었지. 하지만
많은 책들이 비슷비슷해. 얼마간의 살인과 얼마간의 사랑, 뭐
그런 거지. 또 너무 형편없어서 곧바로 태워버릴 책도 많고.”
“읽어보지도 않고 그걸 어떻게 알아요?”
“책을 들어보면 느낌이 오지, 자, 한 번 해봐.”
레나 고모가 미크에게 책 한 권을 던져줬다.
“좋은 책이니, 나쁜 책이니?”
미크는 손으로 책 무게를 달아보고는 천장을 올려다봤다.
“나쁜 책이요.”
“난로에 던져버려.”
미크는 놋쇠 덮개를 열고 그 책을 던져 넣었다. 책장들이 펄럭거리며 순식간에 불이 붙었다. 바짝 마른 책이었다. (pp.8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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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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