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사진
나무나무
  1. 읽고 씁니다

이미지

도서명 표기
요즘 덕후의 덕질로 철학하기
글쓴이
천둥(조용미) 저
초록비책공방
평균
별점8.3 (14)
나무나무

요즘 덕후의 덕질로 철학하기

내일을 기대하게 하는 것들을 위하여




-

책이 이렇게 쑥쑥 읽혔는데 서평 쓰기가 괴로운 적은 처음이다. 그래서 느릿느릿 서평에 담을 부분을 고르고 또 고르고 북마크를 붙여둔 곳을 다시 들춰보며 '아, 내가 읽으면서 느낀 걸 쓰려면 필수적으로 준이(a.k.a 방탄소년단 리더, 본명 김남준, 저는 대개 '준이'라고 부릅니다) 얘기를 해야하니까 망설여지는구나. 준이 얘기라서 잘 쓰고 싶구나.' 하는 복잡한 마음을 깨달았다. 쉬울거라고 생각했는데 되게 어렵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말하는 일.


처음 이 책의 서평단을 신청하면서 제일 궁금했던건, 내용도 내용이었지만 '작가님의 최애는 대체 누구신가'였다. 어떤 분이시길래 철학과 연관된 책까지 쓰게하는 '성덕(성공한 덕후)'을 만드시나 싶었다. 책을 읽고보니 작가님의 덕주('덕질의 주인'을 줄인 말로, 작가님이 덕질의 대상을 부르는 말)는 '우리동네 음악대장'으로 익숙한 국카스텐의 '하현우'였다. 국카스텐 곡을 몇 번 들어본 적이 있어서 철학 에세이를 쓰신 작가님이 단박에 이해가 되었다. 


아무튼! '덕후'로서(?) 동질감을 느끼며, 철학책임에도 불구하고 호기롭게 이 책을  펼쳐들고, 절절히 공감하며 읽었던 부분을 차근차근 그러모아 보려고 한다.




-

책은 <페터 비에리의 교양 수업>의 내용에 빗대어 진행되는데, 철학교수인 페터 비에리가 말하는 '교양'이 우리가 하는 '덕질'과 닮은 점이 많고, 이 부분을 덕후적 관점으로 요모조모 파보는 것이다! 


이야기는 차례대로 덕후가 되는 길, 덕후로 사는 길, 덕후의 덕목과 덕질에 관한 고찰들인 '덕질의 이모저모'로 이루어져있다. 나는 책을 읽다가 '철학은 역시 생활 속에 있어!!!'하는 벅찬 마음이 들어 별안간 페터 비에리의 책도 사서 읽어보았는데, 이 어렵고 뭔 소린지 모르겠는 내용을 덕질에 빗대어 설명해주신 작가님의 글솜씨에 놀라움을 표하게 되었다...




-

덕질은 '덕주'라는 대상을 통해 거울처럼 나를 비추었다. 차가운 시선으로 마주보게 했다. 우리가 살면서 누군가를 이토록 깊이 들여다보고 이토록 이해하려고 애써본 적이 있는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 그게 바로 덕질이다. 


내가 덕질을 하며 느낀 것도 저런 감정이었다. 누군가를 이해하고 싶은 노력과 그러기 위해 시간을 쓰는 것. 나는 싫증이 잦고 변덕이 있어서 같은 것을 꾸준히 좋아하질 못하는데, 덕질에서만큼은 그 예외가 생긴다는 게 나 스스로도 놀라웠다. 




-

<페터 비에리의 교양수업>의 이 부분을 가지고 작가님은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고 의지를 가지게 되는지 고민에 빠진다. 나 또한 컴퓨터를 다룰 수 있게 된 나이부터 빠짐없이 누군가의 덕후였으니 왜 덕질을 하게 되었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왜 덕질을 하게 되었을까? 고민 끝에 나는 좋아하는 것을 좋아함으로 인해 달라지는 내 모습을 좋아하는사람이어서 그런 것 같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어떤 대상을 좋아하면서, 그 감정들이 동력이 되어 긍정적인 방향으로 달라지는 내 모습을 스스로 알아차릴 때 놀랍고 행복했다. 그래서 덕질을 지속하는 것 아닐까? 내 덕주(나는 최애라는 말을 더 많이 쓴다)가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니 나도 열심히 살고 싶어지는 그런 마음으로 말이다.




-

페터 비에리가 말하는 교양은 유용성을 포함하지 않는다. 우리가 하는 덕질도 그렇다. 유용성 없어도 된다무엇을 좋아하는 것에 유용성이 필요한가? 그래서 나는 덕질하는 우리를 보며 걔네가 너 밥 먹여줘?” 따위의 질문을 하는 이들에게 콧방귀를 흥! 하고 뿜어주라고 말하고 싶다. 덕질이랑 밥이 뭔 상관이란 말인가. 나는 밥 먹으려고 일하고, 일하는데 쓸 힘을 얻으려고 덕질 한다. 뭐 어쩌라고? 나한테 저런 질문을 하면 꼭 이렇게 답해줘야지.


걔네가 나 밥 잘 챙겨먹게 하거든? 나 건강하게 오래 살아서 방탄 디너쇼 1열 가야돼!!!”




-

이 문장을 보고 문득 몇 해 전 선배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간지러운 말 안하던 사람이 갑자기 나보고 부럽다고 해서 "엥? 왜요?" 했더니 덕질하는 나를 옆에서 보니까 되게 행복해보인다고, 마음을 쏟을 대상이 있고 그걸로 인해 행복해지는게 신기하다고. 자긴 그랬던 대상이 없었어서 내 설렘이 신기하고 예뻐보인다고 했다. 그 말을 떠올리고나니 이 덕질이 참 소중해진다. 작가님 표현처럼 "뜨거운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이 '뜨거운 경험'이 타인을 깊게 들여다보고 사랑하는 것이든, 덕주를 거울 삼아 내 모습을 비춰 보는 것이든, 사소한 일상의 행복을 찾아내는 것이든. 그게 무엇이든 어떠한 것도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보자마자 "맞아요 맞아요" 하며 공감하게 되는 부분. 작가님이 말하신 것처럼 덕후로 살면서 좋은 점은 인생의 다음 순간이 궁금해진 것이다


일을 하고 지켜야하는 것들에 치이다보면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왜 살아야 되지?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살아서 얻는게 뭐지? 안 그래도 힘든데 가족들은 왜 날 괴롭히지?' 하는 답 없는 물음표. 그때마다 나는 내 최애의 서른과 마흔, 그 다음 순간들이 궁금해서 지금 죽을 수가 없다고, 조금 더 살아봐야 되지 않겠냐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잡념을 지운 적이 많았다. 허무맹랑하고, 또 누가 들으면 코웃음 칠 이유지만 이런 거라도 만들어내서 살고싶어져야하는 순간들이 분명 있다. 




-

처음부터 최애 얘기만 한 것 같으니.. 마지막도 최애 얘기로 끝내봐야겠다..!(뻔뻔당당)


첫 부분에 언급한 것처럼 이번에는 서평을 시작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 그 이유 중에 한 가지는 내 최애에 대한 이야기를 잘 쓰고 싶었기 때문이고, 다른 한 가지는 책 내용 중에 옮겨오고 싶은 페이지가 너무 많아서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치만 썼다. 엉성하지만 끝냈다. 서평이라기 보단 읽은 것에 비추어 본 팬심만을 구구절절 쓴 것 같아 지금보니 민망하기도 하다. 


이 글은 남준이 때문에 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잘 쓰고 싶어서, 완벽하게 해내고 싶어서 자꾸 미루는 나를 책상 앞으로 끌어다 앉힌건, 완벽한 것보다 끝맺음을 한 것이 더 낫다던 준이의 말(Done is better than perfect) 때문이었다. 아마 이 책을 쓰신 작가님도 그러셨지 않을까? 작가님도 덕주를 떠올리며 책상 앞에 앉지 않으셨을까 생각해본다. 


이렇듯 덕질은 무언가를 하게 한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컨텐츠든 사물이든 우리는 다 무언가의 덕후다. 마음을 흠뻑 쏟을 수 있는 대상을 가진 모두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3.04.26

댓글 0

빈 데이터 이미지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

나무나무님의 최신글

  1. 작성일
    2020.9.7

    좋아요
    댓글
    66
    작성일
    2020.9.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작성일
    2020.8.23

    좋아요
    댓글
    1
    작성일
    2020.8.23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작성일
    2020.8.14

    좋아요
    댓글
    1
    작성일
    2020.8.14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6.2
    좋아요
    댓글
    132
    작성일
    2025.6.2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사락공식공식계정
    작성일
    2025.6.4
    좋아요
    댓글
    51
    작성일
    2025.6.4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6.5
    좋아요
    댓글
    85
    작성일
    2025.6.5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